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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ㅣ 글로연 그림책 8
한기현 글.그림 / 글로연 / 2016년 6월
평점 :
소장하고 싶을 만큼 의미있는 예쁜 그림책
양장본이고, 명화작품집 처럼 속지가 매우 두껍다. 수채화풍의 채색과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화풍이 매우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풀과
레이스를 이용한 독특한 기법"이라는 책소개글을 보고서야 "아~~그러네~~"라며 이해하게 되었다. 판타지 스토리와 어울리는 독특한 화풍이 매우
독창적이고, 기발하여 작가의 재치에 감탄하였다.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느껴질 만큼 고급스러운 그림책이다.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는 그림책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는 그림책을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사건의 흐름을 주인공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면서 고급진 일러스트로
화자의 심리를 설명하는 방식이 매우 뛰어나다 못해 반해버렸다. 어쩜 이렇게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어 독자도 함께 느낄수 있게
만들었는지...저자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글과 그림을 통해 주제인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어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의도에 동조하고, 깨닫게 만든다. 거짓말의 허구를
어쩜 이렇게 고급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까? 특히, 칼라를 이용하여 거짓말의 심리를 표현한 점은 아무리 봐도 감탄 또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이
읽어도 좋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을 만큼 훌륭한 명작이라고 찬사를 하고 싶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행복한 얼굴로 들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떤 길인지 아들에게 물었더니, "재미있는 길,
신나는 길"이라고 대답한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 의문을 갖으며 책을 넘기니 본문 시작 전에 다섯명의 아이가 둥글게 양손을 잡고 있고, 한 쪽은
열어둔 채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 마지막 뒷장을 보니 기다리던 한 명과 함께 여섯명의 아이가 양손을 잡고 완성된
원으로 둥글게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이다.
이렇게 제일 앞과 마지막 뒤의 그림을 통해서도 친구의 의미를 전달하는 저자의 센스가 돋보인다.
분홍 레이스 원피스에 분홍 구두를 신고 예쁜 머리끈에 예쁜 가방을 맨 소녀가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얼룩말은 어흥하고 울고, 돼지는 꼬꼬댁 거리며 인사를 나누지.' 라는 부분을 읽을 때 아들녀석이 "어? 엄마 이상해요. 얼룩말은 히히힝,
돼지는 꿀꿀인데..", "오~~맞아, 그럼 조금 더 들어봐~"
'이상한 인사라고?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이면 어때? 재미있잖아!' 라고 바로 이어 나오는 구절을 듣고 서야 나도 아들도 "아~~" 했다.
"그러면 재미있으면 거짓말해도 될까?" 라고 아들에게 되물으니 "음~~안돼요~~" 라고 똘똘하게 말하는 기특한 녀석...ㅎㅎ
친구들 만날 생각에 신이난 소녀의 핑크빛 거짓말로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파리 요정을 만나게 되는데...
이파리 요정은 거짓말을 할 때마다 꽃이 피는 드레스를 입어보라며 소녀를 꼬시게 되고, 친구들 보다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드레스들을 입어
보는데...
잘난 체한는 거짓말을 할 때는 빨간 꽃, 칭찬의 거짓말을 할 때는 하얀 꽃을 피우게 되고, 꽃을 너무 많이 피우지 말라는 이파리 요정의
당부를 잊은 소녀는 꽃을 피우는 재미에 빠져 꽃이 점점 많아 지더니 줄기에 달린 가시도 덩달아 많아지고, 고약한 냄새가 나면서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소녀는 외톨이가 된다. 슬픔에 빠진 소녀는 친구들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드레스를 입으라는 요정의 꼬임에 또 빠지게 되는데, 친구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기를 바랬지만 친구들 마저 혼자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소녀는 이제 검은색 드레스를 벗고 싶지만 오히려 깜깜한 어둠
속에 갇히게 되는데...소녀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친구들에게 달려간다. "나는 지금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가는 길이야." 라는
소녀의 말과 함께 배경은 다시 핑크빛으로 바뀌게 되고 마지막 장에서는 첫 장에 없던 주인공 소녀와 친구들이 함께 둥글게 손 잡고 있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이다.
드레스가 바뀔 때마다 이파리 요정의 드레스 칼라도 바뀌는 작가의 섬세함이 돋보이고, 처음 거짓말 할때의 행복함을 빨간색으로, 친구들을 다시
자기에게 오게 하기 위한 칭찬 거짓말은 하얀색으로, 결국 거짓말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는 상황은 까만색으로, 거짓말한 행동을 반성하고 거짓말이
나쁘다는 걸 깨달으면서는 핑크색으로..
이렇게 칼라의 흐름으로 소녀의 심리변화를 자연스럽게 묘사하여 거짓말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마법처럼 느껴졌다.
거짓말이 나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칼라의 변화만으로도 거짓말이 얼마나 나쁜지 확실한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