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타는 길을 찾고 있어요
마르 파본 글, 마리아 히론 그림, 엄혜숙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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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타는 길을 찾고 있어요

 

의미심장한 제목과 몽환적인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블루베리색 바탕에 하얀색 굵은 제목, 굵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한 소녀..

여유로운 듯, 슬픈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표지를 통해 추리할 수 있는 건 표지의 소녀 이름은 '나미타' 이고, 책을 좋아하며, 꿈이 있는 소녀라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찾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나의 자리, 나의 길을 찾는 힘찬 도전!


표지의 일러스트 속에는 이 책의 기획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로서,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롭고, 누구나 똑같이 존엄한 존재이다. 인종이나 국적, 민족, 성별, 나이, 종교 등에 상관없이 권리와 자유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출판사의 기획의도를 제목을 통해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보고 있는 나미타를 통해 소녀가 길을 찾는 방법이 '책' 속에 있음을 은연 중에 강조하고 있다.

 

 

읽고, 또 읽고, 되새겨 보아야 하는 그림책

 

주제가 꽤 무거운 만큼 차분한 칼라를 쓰고 있다. 글밥은 유아 그림책의 수준이고, 짧은 호습의 문장을 사용하여 유아도 읽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비록 적은 글밥수에 짧은 문장일지라도, 담고 있는 의미는 고학년 이상 되어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절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나미타는 자신의 침실에서 자기 위해 엄마 말씀대로 잠자리를 말끔히 정리한다. 그렇지만.......

나미타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할머니 말씀대로 혼자 음식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나미타는 동생들과 놀고 싶지만 아빠 말씀대로 동생들을 돌본다. 그렇지만......

나미타는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아주머니 말대로 심부름을 한다. 그렇지만......

나미타는 공부하고 싶지만 할아버지 말씀대로 학교 청소를 한다. 그렇지만......

 

여기서, 문장 마지막의 "그렇지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학년 아들에게 물었더니 모르쇄다. 아직은 이해하기 살짝 어려운 듯 하다.

나미타는 주어진 일을 척척 잘 해내지만, 전혀 즐겁지 않다. "그렇지만...."이 남기는 여운을 통해 권리를 찾고 싶어 하는 나미타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스페인 사람이다. 스페인 하면 정열적이고, 플라맹고 춤과 의상이 떠오르는데...

이 책은 스페인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책 속의 여자 어른들은 희잡 같은 것을 두르고 있고, 주인공의 이름도 스페인과는 거리가 있는 이슬람 쪽에 가까워서 중동쪽 그림책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스페인이 과거에 이슬람에 지배된 적이 있어서 그 영향이 있는 듯 하다.

 

지금도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로 탄압 받고 있는 중동쪽 나라의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아들녀석은 이 책의 요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책은 나미타에게 두 날개를 주며,

하늘을 날게 하고,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도록 도왔습니다.

 

아직 10대인 나미타에게 식구들은 결혼을 독촉하지만, 비로소 자기 목소리로 싫다고 말하는 나미타에게...

"싫어도 소용없어. 너에겐 어떤 권리도 없으니까." 라며 나미타의 말은 듣지도 않는다.

 

하지만,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낸 나미타는 식구들의 말대로 하지 않는다.

나미타는 여전히 자기 자리를 찾았고, 작은 소리를 듣게 된다.

"네 자리는 여기, 학교 안에 있단다! 넌 여기서 네 맘대로 어디로든지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발견하게 될 거야." 라는..

 

나미타는 자기 길을 걸어갔어요.

새들과 새로운 하루를 함께 맞았어요.

이제 더는 새장 속 새가 아니었지요.

 

위 문장과 함께, 밝은 황색 땅 위를 배낭 하나 메고 그림자를 친구 삼어 걸어가는 나미타의 마지막 모습은 외로운 듯 하지만 발걸음은 가벼워 보인다.

 

끝...

(사실은 여기가 바로 시작이예요.)

 

마지막 장의 있는 글이다. 표지와 같은 블루베리 칼라에 "끝..."이란 커다란 글자는 무엇을 의미하려고 한 걸까?

아들에게 물으니, 한참을 고미하고 나서 "아, 책을 거꾸로 읽으라는 말 아닐까요? 여기가 시작이니까 반대로 읽어 봐요.."라는 황당한 의견...ㅎㅎ

하지만, 읽어 보았다. 마지막 뒷장을 첫 페이지라고 생각하고....

그런데 은근 말이 되어서 넘 신기했다.

 

2학년 아들에게 조금은 어려운 책이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억압 받고 있는 나라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은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권'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두길 바래 본다.

또한, 앞으로 살아가면서 길을 잃고 헤매일때 '책' 속에서 답을 찾을 줄 아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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