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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새 ㅣ 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1
김하루 지음, 김동성 그림 / 우리아이들(북뱅크) / 2016년 3월
평점 :
우리아이들의 신간 <노도새>
저자는 몇 년 전, 달력에서 '노도'라는 국악기 사진을 보고 꼭대기에 앉은 새 한마리에 마음을 빼앗겨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유명한 김춘수의 '꽃' 이라는 시가 생각 났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몸통이 긴 북 두개가 십자형으로 포개어진 '노도'의 맨 꼭대기에는 나무로 만든 새 모양의 장식물이 있다..
어느날, 파랑이라는 남자 아이가 나무새에게 '노도새'라는 이름을 불러주자 나무 장식에 불과한 나무새는 파랑이에게 '꽃'이 되고 싶어한다..
"노도새, 너 이제 곧 날겠는걸....간절히 바라면 꼭 이루어진대. 넌 날개가 있잖아. 틀림없이 날 거야. 노도새, 힘내!" 라는 파랑이의 말을 되새기며, 그 날 이후로 장대에 박혀 있는 두 발에 힘을 주어 마구 비볐다..
장대를 받치고 있는 맨 아래 호랑이 네 마리는 "넌 나무새란 말이다, 나무새.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어서 잠이나 자라!" 라고 호통을 치지만..."간절히 바라면 꼭 이루어진대. 넌 날개가 있잖아. 틀림없이 날 거야." 라는 파랑새의 말을 되새기며 '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 장식일 뿐인데..정말 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아들은 꼭 날 수 있을 거라며 노도새를 응원을 한다..ㅎㅎ
단단히 박힌 발을 빼내기에는 엄청난 고통이 왔다..
너무 오래 비벼 두 발이 활활 타는 것처럼 뜨겁고, 발목이 끊어질 만큼 아파서 포기하려던 순간..
"얘야, 힘을 내거라. 네가 그렇게 날고 싶어 하니 우리가 도와주마."
장대 가운데 기다란 북의 도움으로 노도새는 북소리에 맞춰 죽을힘을 다 해 안간힘을 쓴 결과 두 발이 장대 밖으로 쑥 나온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는 김춘수의 말 처럼 노도새의 날고 싶다는 의지와 아이들의 믿음으로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강력한 힘이 생긴 것이다..
이름을 불러주고, 자신을 믿어준 파랑이와 사랑이 덕분에 불가능했던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박물관 안에서 낮이나 밤이나 자는 게 일이었던 노도새는 이제 박물관을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훨훨 날아 간다..어둠, 구속을 벗어나 파랑이와 사랑이를 향해..자유와 밝은 빛을 향해..
처음으로 본 세상은 눈이 부시다..
얼마나 행복했으면..날개가 뻐근해질 때까지 날고 또 날았을까....
그리고...
사랑이와 파랑이를 만난 노도새....
노도새를 만난 파랑이와 사랑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는 간절함의 만남이 참 아름답다...
힘찬 날개짓으로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하는 노도새..
노도새의 힘찬 날개짓을 보며 고맙다고 외치는 사랑이와 파랑이..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노도새를 보며 사랑이도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을 것이다..
나는 나무새가 아닙니다.
나는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새입니다.
내 이름은
노도새입니다.
마지막 장의 이 구절을 사랑이 입장에서도 말하고 싶다..
나는 장애인이 아닙니다.
나는 마음대로 꿈을 꾸고, 뛸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사랑이입니다.
노도새는 후루룩 읽을 수 있지만, 단숨에 읽기에는 스토리에 포함된 숨은 뜻이 너무 크다..
노도새가 화자인 이 책은, 수묵화 같은 느낌의 담백한 수채화 풍 그림이 스토리를 더욱 풍성하게 하여 노도새가 살아 움직이는 착각을 하게 된다..
노도새를 통해 아들과 마음 따뜻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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