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공주와 비밀의 천 년 간장 - 순창 전통장 이야기 한국의 재발견 8
이경순 지음, 김언희 그림 / 개암나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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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빠르고, 급하게 변하는 현대사회에는 '빨리, 빨리~'라는 유행어가 당연한 대신..

'천천히, 느리게'라는 단어가 '무능함, 도태됨'을 의미한지는 오래인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급변하는 현대에 복고풍, 전통, 역사 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이와 함께 '빨리~빨리~'와 어울리지 않는 '힐링~'이라는 단어가 대세인 요즘이다..

 

왜 일까?

경제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발달로 앞만 보고 달릴 것 같던 현대인들이 응팔을 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너무 빨리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와 발 맞춰 쉬지 않고 따라 가려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차서 벼랑끝에 몰린 현대인들 스스로 살기위해 '힐링'을 외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인문학, 인성, 고전, 전통 이런 것들을 더 찾고 있는건 아닌지..

 

우리의 전통은 낡은 것이라고 치부하던 과거와 달리, 전통을 새롭게 바라보고 대대손손 이어가야 할 중요한 유산으로 대접 받고 있는 요즘..

개암나무 에서 '한국의 재발견' 시리즈를 출판하였다..

한지, 작방렴, 토종벌, 완도 김, 소금, 정선 오일장, 양평 양조장에 이어 8번째 이야기인 '간장' 까지..

 

이번에 만난 전통은 8번째 이야기 <메주 공주와 비밀의 천년 간장>이다..

전통 장 명인과 그 가족 이야기이다..

장으로 유명한 전북 순창에서 대대로 장맛을 지켜온 홍아 할머니는 이름 난 전통 장 명인이다..

장에 대한 고집과 원칙이 뚜렷한 홍아 할머니는 조상 대대로 이어온 '천년 씨간장'이 가장 큰 보물이다..

보물이라면 당연히 숨겨두고, 비밀로 해야 하는 법..

할머니는 뒷마당 창고 대나무 숲에 숨겨 두고 가족 조차 접근 못하도록 창고문 열쇠를 혼자만 갖고 있다..

 

하지만, 가보를 혼자만 비밀로 하고 있는 할머니와 반대인 아들은 가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일들을 벌이는데, 그 중 딸인 홍아네 반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진행하면서 천년 씨간장 독이 깨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듯 이로 인해 할머니와 가족은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물이 고이면 썩 듯, 전통 또한 비밀로만 간직하면 맥이 끊어지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전통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한 할머니는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며느리에게 창고문 열쇠를 내 주게 된다..

홍아와 아빠, 엄마 또한 오랜 시간 전통을 지켜 온 할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천년 간장을 이어온 긴 세월을, 홍아가 대나무 숲에서 체험하는 판타지 같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꿈인 듯 아닌듯, 홍아는 항아리에 속에 들어가 천년 간장이 대를 이어온 과정을 모두 지켜보며 우숩게만 보였던 '간장'이 얼마나 많은 노고와 정성으로 지금까지 이어졌는지를 깨닫고 숙연해진다..

나 또한 빠르게 전개되는 이 판타지 이야기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저자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와 판타지를 섞어서 우리의 '장'을 재미있고, 훌륭하게 잘엮었다..

우리의 '장'을 슈퍼에만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훌륭한 '장 맛'을 내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와 정성을 느낄 것이다..

또한, 매일 먹는 '장'을 통해 우리 전통의 훌륭함에 자부심을 느낄 것 이다..

 

어렸을 때 우리 집 장독대에도 간장, 고추장, 된장 독이 있었는데...

장독대의 기억은 옛 추억으로 남고, 지금은 슈퍼에서 편하게 사먹는 인스턴트 같은 식품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욕심낸다고 되는 게 아냐. 우리 몫은 좋은 재료로 정성껏 담는 것까지다. 나머지는 하늘에 달렸어. 따뜻한 햇볕이랑 맑은 바람,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빚는 것이지.."

 

자연을 아끼고 소중히 했던 우리 조상의 마음을 통해, 자연 앞에 오만해진 현대인들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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