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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ㅣ 보물창고 세계명작전집 13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0월
평점 :
역시 고전의 힘은 대단했다. 애니메이션으로만 보던 <곰돌이 푸>를 책으로 처음 읽은 감동은 대단하다.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이 마음에 여유를 주어서 오랫만에 릴렉스한 휴식을 하는 독서가 되었다.
어려서 만화로 보았던 곰돌이 푸를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후 책으로 만나면 어떤 기분이들까? 라는 호기심에 들떠 <곰돌이 푸>를 펼쳤다. 첫 장은 곰돌이 푸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에 대한 이야기와 곰돌이 푸 이야기에 배경이 되는 실사 사진이 있다. 본문을 읽기 전에 만난 작가의 이야기와 실사 사진은 매우 흥미로웠고, 이야기의 배경이 이해가 되어 스토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본문을 읽기 전에, 권말 부록을 먼저 보았다.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작품이야기',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또다른 이야기들'은 곰돌이 푸가 탄생한 배경,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이야기, 푸가 빨간 티를 입게된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또한 '캐릭터 사전'은 곰돌이 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특징을 더욱 잘 알 수 있어서 스토리 이해에 도움이 된다.
저런, 바보 곰 같으니라고!
푸!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곰돌이 푸는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은 곰이다. 행동이 느리고 기억력도 나빠서 늘 엉뚱한 행동을 한다. 크리스토퍼 로빈은 이런 엉뚱한 푸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저런 바보 곰 같으니라고!"
하지만 '바보 곰'은 전혀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지 않는다. 낙천적이고 느긋한 성격을 가진 푸는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단순해서 전혀 밉지 않고 귀여운 애칭처럼 늘 붙어 다닌다.
나무 위에 달린 꿀벌을 먹기 위해 파랑색 풍선을 타고 올라 갔다가 내려 오는 방법을 생각 안하거나, 토끼 집에서 꿀을 잔뜩 먹고 작은 문으로 나가려다 몸이 끼어서 일주일간 단식 후 겨우 빠져나오는 모습, 수상한 발자국을 수상하다며 계속 따라가다 보니 자신과 친구의 발자국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별 일 없었다는 듯 천연덕스런 표정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하는 곰돌이 푸의 모습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푸와 친구들의 개성도 잘 드러난다.
곰돌이 푸: 나같이 머리가 안 좋은 곰은 그런 말을 들으면 머리가 아프거든. 연유 딱 한 입만 먹을 수 있다면. 아니면 꿀을 조금만...
크리스토퍼 로빈: 아, 푸! 이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피글렛: 나같이 몸집이 작은 동물이어 봐, 용감해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이요르: 잘 지내는 게 뭔지 한참 잊고 지낸 것 같아
토끼: 이게 다 네가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거야!
올빼미: 이런, 푸야. 너 '급습'이 뭔지 모르는 거야?
캥거루와 루: 아가야, 루! 너 괜찮니?, 네! 나 수영하는 거 봐요!
책을 읽다 보면 푸와 친구들의 천방지축, 좌충우돌 하는 장면이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인다. 영상으로 보지 않아도 푸가 꿀을 먹기 위해 나무를 타는 장면, 토끼 집 문에 낀 뚱뚱이 푸, 올빼미가 살고있는 멋진 밤나무 집 등이 나의 상상을 더해서 멋진 영상이 탄생한다.
푸가 이요르의 꼬리를 찾아 길을 나서는 풍경 묘사는 한 편의 봄 풍경화를 상상하게 만든다.
"바야흐로 숲 곳곳에 봄기운이 가득한 날이었어. 파란 하늘에는 작고 앙증맞은 깃털 구름이 즐겁게 노닐고 있었고, 구름들은 이따금씩 뜨거운 태양의 열을 식히려는 듯 다가와 그 앞을 살짝 가렸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뒤에 오는 구름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앞으로 나아갔어. 그런 와중에도 해님은 중간중간 그 찬란한 빛을 발하며 숲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지. 그 봄빛을 받고 밖으로 나온 너도밤나무의 연둣빛 새 옷이 너무도 화사하고 눈부셔서, 그 옆에 있는 전나무가 일 년 내내 입고 있던 녹색 옷은 더없이 초라하고 볼품없게 보일 정도였어."
이렇게 풍경과 사건 등을 멋지게 묘사해서 나도 글자와 함께 풍경화를 그려나갔고,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만나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이것이 고전의 힘인 듯 하다. 위트와 감동 그리고 교훈도 가득했던 <곰돌이 푸>는 영상으로 보는 재미와는 완전히 다른 재미를 주었다. 작가의 글과 나의 상상이 더해서 푸와 함께 하는 생동감이 있었다. 책 장에 고이 두고 마음의 여유와 위트가 생갈 날 때 한 번씩 꺼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