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프루프 - 당신의 미래를 보장해줄 9가지 법칙
케빈 루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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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으로 운영하는 음식점의 키오스크, 장애물을 피해 음식과 설거짓거리를 나르는 서빙 로봇, 초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코딩을 배운다는 사실 등이 더는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심지어 본인은 지하철에서 무인 카페에서 로봇이 승객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이렇듯 AI라는 분야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뼈마디처럼 스며들어 있다.

AI가 인간의 편리를 위해 탄생했다고는 하나, 기술의 발전에 되려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이른바 ‘AI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미래에 AI가 자아를 갖게 되어 인류를 지배한다든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류 개개인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가 대표적이다.

책의 제목 퓨처 프루프(Future Proof), 해석하면 ‘미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급변하는 AI 시대에서 인간으로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그 방법은 여느 책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AI의 능력을 따라잡고자 하는 방향을 쫓기보다는, 미래 불확실한 직업으로 먹고살더라도 그 안에서 AI가 따라잡을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함을 이 책은 주장한다.

본인은 AI, 코딩, 4차 산업이라는 주제를 마주할 때면 그저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 전혀 예측불가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왔다.

초등학생도 한다는 코딩도 버거워 앞으로 취업은 꿈도 못 꾸겠구나 하는 낙담스러운 생각 뿐이었는데, 저자는 반대로 ‘AI의 능력을 따라잡고 대척하려고 하지 말고, 인간으로서 AI가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을 생각하라’는 주장을 펼쳐 새로웠다.

‘로봇의 등장에도 끄덕없는 일자리란 없으며 직종이 운명을 좌우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피하는 것에 관한 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 P.64

또한, 저자는 AI의 기술력에 휩쓸려 인간 고유의 특성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독자에게 깨우침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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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기억을 너에게 보낼게 - 생의 마지막 순간, 영혼에 새겨진 가장 찬란한 사랑 이야기 서사원 일본 소설 1
하세가와 카오리 지음, 김진환 옮김 / 서사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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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이국적인 용모를 가진 이름 없는 사신. 그에게는 여느 사신과는 다른 독특한 취미가 있다. 바로 인간의 혼의 조각에 담긴 여러가지 ‘색’을 물감으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사신은 인간의 혼을 관리하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아틀리에 안에서 수집한 조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상을 보낸다. 그의 사역마인 검은 고양이 ‘찰스’로부터 비아냥을 듣는 일은 덤이었다.

본 작품은 여느 날과 같이 업무를 수행하던 사신이, 자신의 과거의 내막을 깨우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가 왜 사신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고양이 찰스와의 인연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지 등 중반부와 후반부에 걸쳐 진실이 밝혀진다.

그 내막에서 생각도 못했던 인물이 등장하는 바람에 상당히 놀랐다. 간단히 얘기하면 사신은 과거에 큰 죄를 짓고 ‘회개를 거치는 존재’이고, 사역마는 그러한 사신의 ‘회개를 돕는 존재’로서 사실 한 번의 회개를 거친 존재이다.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옴니버스로 전개하는 사신의 일상과 사건, 그리고 그의 과거에 관한 이야기까지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사신이 인간의 혼의 조각에 담긴 색에 경외심을 품는다던지, 그에게 이따금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던지 진실에 대한 복선을 찾아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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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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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이라는 나이에 이렇게 자신의 색이 담긴 감성 어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부러웠다.

홀로 사색하던 순간과, 누군가와 함께였던 순간에 개인이 느꼈던 생각과 감정의 조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을 녹여낸 조각들 중에서, 본인도 이전에 느꼈던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발견해서 공감이 됐다.

특히 첫 파트의 첫 글로 등장하는 ‘캐치볼’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원래 괜찮냐는 질문에는 물음이 없고
그래서 괜찮다는 대답에는 진심이 없다.
우리는 공 없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대충 던지는 척을 하고 또 받는 시늉을 하면서.”

- P.14

형식적으로 오고 가는 말에 대한 ‘공허함’을 캐치볼에 비유한 것이 참 좋았다.

나는… 비록 작고 가벼운 캐치볼이라도 진심으로 힘을 실어 던져주고, 이를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이라도 강하게 던지면 묵직한 힘이 실리기 마련이니까.

함께 어우러진 사진도 글의 감성과 굉장히 조화롭다. 뿌옇고, 공허하고, 시각적으로 낮은 채도와 명도의 사진은 ‘센티멘털’한 느낌을 준다.

*

지난 날, 작은 감정의 조각이라도 이를 곱씹는 것이 불필요하고 사치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만큼 여유 없이 살았던 것이리라.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렇게 빠르게 흘려 보냈던 감정의 조각들을, 본 책을 통해 다시금 건져낸 것 같아 좋았다. 이렇듯 나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 조금이라도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모든 기억이 사랑스럽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못나고 비뚤어진 부분도 오롯이 내게서 나온 것이기에. 그러니 더욱 사랑해야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문장 PICK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그날에 사는 사람들이 있어. 누구는 과하게 의연하려 하고 누구는 또 살짝만 건드려도 날이 서는 날. 버티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넘어가지 않는 날짜 속에 살아. - P.24~25

사실은 장마와 관계없이 난 그냥 우울한 사람이었잖아. 오랫동안 지속된 감정은 다만 날씨 탓을 하기엔 고질적인 문제였으므로,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내게는 비가 왔다. - P.38

* 추천하고 싶은 독자

1. 센티멘털한 감성이 담뿍 담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
2.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의 글을 받고 싶은 사람
3. 마음에 빼꼼히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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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대화
서경희 지음 / 문학정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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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소설 속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독자에게 부드럽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라벤더 같은 느낌의 이야기였다.

잔잔히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제각각의 색으로 알록달록 피어나는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톡톡했다.

작중의 주인공 나정의 어릴 적 모습에서는, 본인의 옛 모습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처없이 떠돌던 민들레씨 같은 지난 날이 떠올라 씁쓸했다.

하지만 후반에 극단에서 알게 된 인연들과 함께 공원에 놀러도 가고,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마음이 부풀었다. 나정은 민들레씨 같은 나날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정이 알게 된 새 친구들은 그가 만든 꽃요리를 비웃던 어릴 적 친구들과 달리, 자진해서 꽃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상처를 받는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다시 사람으로 치유 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나정이 만든 꽃요리를 맛있게 먹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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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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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작가의 [모자이크], 임선우 작가의 [빛이 나지 않아요]를 인상 깊게 읽었기에 이 두 이야기를 중심으로 느낀 점을 기록하고자 한다.

[모자이크]

이 이야기의 화자는 어느 날 TV에서 접시 위에 놓인 예쁘장한 초밥들이 레일 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나도 저렇게 화려하고 누군가에게 선택 받는 초밥 같은 인생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마땅한 콘텐츠가 없어 고민하던 찰나, 자신을 드러내는 콘텐츠를 SNS에 올리기로 한다. 화상자국만 아니면 손 모델도 할 수 있을 만큼 손이 예뻤던 화자는 고민 끝에 보정으로 깨끗하게 된 손과 발을 영상으로 올렸고, 반응이 좋아지자 점점 거짓말이 늘어난다.

보정한 손으로 시작한 거짓말은 화자의 라이프 스타일, 목소리, 직업, 얼굴까지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게 ‘꾸며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모순적으로, 마음 한 구석에서는 꾸며내지 않은 자신의 모습도 누군가가 사랑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화자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관심을 갈구하기 위해 사람이 어디까지 ‘변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고, 그 관심이 좌절되었을 때 표출되는 ‘반발심’이 사람을 얼마나 모순적이고 추악하게 만드는 지도 함께 알 수 있었다.

[빛이 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디스토피아를 현실적으로 잘 풀어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사람이든 동물이든 ‘해파리’에 닿으면 모두 해파리로 변해버리는 세상이 도래한다.

그런 세상에서 누군가는 해파리를 무기와 자살 도구로 사용하고, 해파리 신흥 종교가 탄생하고, 해파리를 제거하고 해파리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을 해파리로 만들어주는 직업이 새롭게 등장하기도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어떻게든 적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실의 팬데믹이었던 코로나 사태를 떠올릴 수 있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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