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소설 속에서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독자에게 부드럽고 상쾌한 느낌을 주는 라벤더 같은 느낌의 이야기였다. 잔잔히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제각각의 색으로 알록달록 피어나는 인물들을 보는 재미도 톡톡했다. 작중의 주인공 나정의 어릴 적 모습에서는, 본인의 옛 모습을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정처없이 떠돌던 민들레씨 같은 지난 날이 떠올라 씁쓸했다. 하지만 후반에 극단에서 알게 된 인연들과 함께 공원에 놀러도 가고,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마음이 부풀었다. 나정은 민들레씨 같은 나날에서 벗어난 것이다. 나정이 알게 된 새 친구들은 그가 만든 꽃요리를 비웃던 어릴 적 친구들과 달리, 자진해서 꽃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해주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상처를 받는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다시 사람으로 치유 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나정이 만든 꽃요리를 맛있게 먹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