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외롭지 않은 혼자였거나 함께여도 외로웠던 순간들의 기록
장마음 지음, 원예진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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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이라는 나이에 이렇게 자신의 색이 담긴 감성 어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부러웠다.

홀로 사색하던 순간과, 누군가와 함께였던 순간에 개인이 느꼈던 생각과 감정의 조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저자의 기억을 녹여낸 조각들 중에서, 본인도 이전에 느꼈던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발견해서 공감이 됐다.

특히 첫 파트의 첫 글로 등장하는 ‘캐치볼’이라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원래 괜찮냐는 질문에는 물음이 없고
그래서 괜찮다는 대답에는 진심이 없다.
우리는 공 없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대충 던지는 척을 하고 또 받는 시늉을 하면서.”

- P.14

형식적으로 오고 가는 말에 대한 ‘공허함’을 캐치볼에 비유한 것이 참 좋았다.

나는… 비록 작고 가벼운 캐치볼이라도 진심으로 힘을 실어 던져주고, 이를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공이라도 강하게 던지면 묵직한 힘이 실리기 마련이니까.

함께 어우러진 사진도 글의 감성과 굉장히 조화롭다. 뿌옇고, 공허하고, 시각적으로 낮은 채도와 명도의 사진은 ‘센티멘털’한 느낌을 준다.

*

지난 날, 작은 감정의 조각이라도 이를 곱씹는 것이 불필요하고 사치라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만큼 여유 없이 살았던 것이리라.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렇게 빠르게 흘려 보냈던 감정의 조각들을, 본 책을 통해 다시금 건져낸 것 같아 좋았다. 이렇듯 나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 조금이라도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모든 기억이 사랑스럽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못나고 비뚤어진 부분도 오롯이 내게서 나온 것이기에. 그러니 더욱 사랑해야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문장 PICK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그날에 사는 사람들이 있어. 누구는 과하게 의연하려 하고 누구는 또 살짝만 건드려도 날이 서는 날. 버티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넘어가지 않는 날짜 속에 살아. - P.24~25

사실은 장마와 관계없이 난 그냥 우울한 사람이었잖아. 오랫동안 지속된 감정은 다만 날씨 탓을 하기엔 고질적인 문제였으므로, 비가 오지 않은 날에도 내게는 비가 왔다. - P.38

* 추천하고 싶은 독자

1. 센티멘털한 감성이 담뿍 담긴 글을 좋아하는 사람
2. 지친 일상에 작은 위로의 글을 받고 싶은 사람
3. 마음에 빼꼼히 숨 쉴 공간이 필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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