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힘 - 읽지 않는 시대에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데이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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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만 알려주면 AI가 대신 글을 써 주고, 글이 부재한 쇼츠와 틱톡 같은 짧은 영상의 시각적 콘텐츠 소비가 막대한 현시대에 인간이 계속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 이유가 있다면 인간이 직접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의미는 또한 무엇일까.
이렇듯 우리는 글을 쓰지 않는(읽지는 더더욱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긴 글을 기피하며 3줄 요약을 요구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마다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다르겠으나, <글쓰기의 힘>에서 주장하는 우리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앞에서 조리 있게 말하는 힘을 얻기 위해, 지적인 자신감에서 비롯한 삶에 대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 글을 쓰는 인내력에서 비롯한 쉽게 단념하지 않는 끈기를 얻기 위해, 글쓰기를 위한 지적 강인함에서 비롯한 내면의 심리 안정을 위해서다.

정리하면 우리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한 개인의 삶과 더불어 모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글쓰기를 통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글쓰기는 우리에게 내면의 건강을 키워주는 힘을 가졌다. 다만 그러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자는 주제를 생각하고, 구조를 쌓고, 적확한 단어와 문장의 배치를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절대 짧은 시간 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육을 키우는 과정과 같다. 하지만 쓰고자 하는 마음은 절실해도, 그 과정에 대한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저자는 왜 글을 써야 하는지부터 시작해서, 글을 쓴다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결국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내용을 구성하여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 저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누적 판매 저서 천만 부의 이력이 있는 만큼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글 속에 담긴 그 흡인력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뼈와 고기가 분리된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책을 읽는 중에 가끔 저자가 앞서 언급했던 말이 반복되어 다시 나오거나, 굳이 필요 없는 내용인 것 같은데 왜 이런 내용이 있을까 싶은 부분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저자의 글은 정말 깔끔하다. 깔끔하다고 해서 필요한 내용이 제대로 서술되어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에는 제대로 된 전달력과 핵심이 담겨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저자가 제시하는 글을 잘 쓰는 방법에는 근거가 있어서 마음에 든다. 왜 이런 방법으로 글을 써야만 글 속에 설득력과 흡인력을 담을 수 있는지 알려주어 충분한 납득이 되었다.
논문 및 보고서와 같은 공적인 글부터 에세이 및 소설과 같은 사적인 글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쓰기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책 말미에는 글에 대한 문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저자가 직접 엄선한 도서 150권이 실려있어, 추후 글쓰기 실력 향상을 위한 참고서를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서평을 자주 쓰는 사람에게도 도움되는 책이다, 강력 추천!

*여담으로 표지 제목을 세로로 읽으면 ‘글의 힘’이 된다. 의도한 디자인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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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 잠이 당신의 마음에 대해 알려주는 것들
서수연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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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나날이 꽤 오래되어 온 것 같다. 그 원인을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처방받는 건 과도한 것 같고 심리적인 이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을 펼쳐보게 되었다.

피곤해도 잠들지 못하는 까닭과 더불어 개인적으로 불면에 관한 공부를 해 보고 싶어서 읽었는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면과 관련해 다양한 테스트도 해볼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스스로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알아볼 수 있었는데 본인은 확고한 저녁형 인간이었다.

그래서인지 낮에는 낮잠을 자고 싶을 정도로 졸음이 오고, 밤에는 이와 반대로 각성해서 활동적으로 된다. 책이나 글도 밤에 더 잘 읽히고, 밤에 더 잘 써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약속된 시간 주기는 아침형에 맞춰져 있기에, 매일 잠드는 게 상당히 괴로웠다.

가령, 학교에 다닐 때처럼 사회적으로 약속된 시간 주기를 따르다 보면 어느 정도 잠에 들 수는 있었던 것 같지만, 방학이라도 되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새벽 4시가 되어도 눈이 초롱초롱해서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뭐라도 활동을 시작하라고 시끌시끌했다.

그런 마음을 무시하고 억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도 몇 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계속되자 수면제 처방을 고민할 정도로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편하게 잠들 수 있을지 알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이 책을 알고 책에서 제시하는 수면 마음 훈련을 바탕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어 보기 시작했는데 꽤 효과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하면 광범위한 정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그에 따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데, 편안한 수면을 위해서는 이러한 생각에 빠지는 건 큰 독이 되기 때문이다.
억지로 잠들려고 애쓰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내 몸이 자연스럽게 수면을 원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중이다.

잠을 못 자면 치매에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잠들지 못하면 아예 안 자면 된다는 마인드에서 당장이라도 잘 자야지 하는 마인드가 되었다. 오래도록 책도 읽고, 글도 쓰며 건강하게 뇌를 쓰고 싶은 입장이라 그렇다.
게다가 살 빼고 싶어도 잠을 잘 자야 한다. 최근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데, 그래서인지 잠을 더욱 잘 자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저녁형으로서는 12시에 자는 것도 벌써 자야 하는 건가 싶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겠지? 별개로 나이가 들면 아침형이 된다는 게 신기했다.

이 책은 베개 근처에 두는 걸로도 수면 안정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잠이 안 오면 슬금슬금 쓰다듬어도 봤다가, 그래도 안 오면 몇 쪽 읽다가 스르르 잠들면 되니까 말이다.
혹시 잠에 들지 못해 강박적으로 잠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수면에 대해 한결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

어떤 책이 책장에 꼭 있어야 한다면, 이 책은 베개 근처에 꼭 있어야 하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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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감각 - 매력적인 사람의 감각적 언어 표현에 대하여
한경혜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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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표면적인 의미 아래 숨어있는 미묘한 느낌이 있다. 그것을 ‘뉘앙스’라고 한다. 이 책의 말을 빌려 더 깊이 이야기하면, 말에는 ‘표정’이 있다. 이 뉘앙스를 말의 표정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어 하나만 바뀌어도 상대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나 보다.

매력적이고 품격 있으며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대개 말을 잘한다. 사람마다 말을 잘하는 요소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본인의 생각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의 요소는 앞서 말한 뉘앙스, ‘말의 표정을 파악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비슷한 단어라도 상황에 적확하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힘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는 듯하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이러한 말의 특성을 점점 잃어가는 것 같다. 대면으로 전해지던 말은 비대면의 문자로 바뀌어, 상대에게 전달되는 깊이와 그 의미가 점점 축약되고 있다. 더불어 그러한 문자에 담기는 사람들의 정서도 점차 메말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메말라가는 문자에 더불어 자연스레 현실 세계에서 말 또한 연쇄적으로 메말라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말의 힘을 되살려줄 ‘표현의 감각’이 필요하다.

<표현의 감각>은 상황과 문맥에 어울리는 적절한 말과 단어 사용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특이하게도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정규직 시대, 정규직 전환을 위해 디자인 회사에 다니던 세연이라는 인물이 실직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구구절절 이론서보다는, 오히려 소설이어서 더 물 흐르듯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해진 것 같다. 소설은 표현이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니 말이다. 소설의 인물이 마주하는 사건이 현실 세계의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해서 그 상황에 더욱 공감가기도 한다.

문득 말에 대한 표현이 상대에게 조금 더 잘 전해지고, 더불어 상대가 이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감이 비롯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말은 의사소통이고, 의사소통은 공감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떨까? 이러한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사회는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말이 사용되기 바쁘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하기 위한 말은 잘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표현의 감각>은 그런 맥락에서 상대를 향한 경청과 배려를 위한,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를 매력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한 말을 쓰는 법을 알려준다. 말에 담긴 표정을 알 수 있는 법은 덤이다.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어봐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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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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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 아동 청소년을 향한 스마트폰 보급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작된 소셜 미디어, 온라인 비디오게임, 인터넷 기반 활동은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아동기 대재편’을 일으켰다.

대면적인 소통과 놀이를 통한 아동기를 보냈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Z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뇌가 자라는 시기에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를 보냈다. 집 근처의 놀이터에서 이루어지는 친구와의 대면적인 소통 방식보다, Z세대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화면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소통 방식이 더 익숙한 상황이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대표적이다. 소셜 미디어는 비체화 및 비동기화된 방식에 의존하며, 남에게 보이기 위해 꾸며낸 상황이 가득하다. 성인보다 절제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이 끝없는 정보와 겉치레의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화면 기반 디지털 미디어는 아이의 온전한 사회적 연결을 박탈함으로써, 사회 및 문화 학습에 민감한 시기에 형성되는 정체성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준다. 더불어 정서 및 신체, 수면 패턴에까지 그 영향은 광범위하다.

정리하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사춘기를 보낸 세대는 우울증, 자해, 자살 비율이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증가했다. <불안 세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아동 청소년 사이에 정신 질환이 유례없이 급증한 현상을, 앞서 설명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 대재편을 이유로 든다.

저자는 책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것이 어떻게 아동 청소년의 발달을 방해하고, 정신 질환을 초래하며 악화시키는지 파악한다. 더불어 이러한 대재편의 한가운데서 건강한 아동기를 위해 정부 및 관련 회사, 학교에서 부모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각 장의 끝에는 저자가 중요히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 요약이 정리되어 있어, 체계적인 내용 정리가 가능해 좋았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기반으로 아동기 대재편이 일어난 후, 아동 청소년이 인간으로서 핵심적으로 필요한 어떠한 소통 방식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특히 대면적이고 세심한 소통에 점점 미숙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군가와 마주보고 감사와 인사를 전할 수 있는 능력, 본인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반적인 어휘력 능력, 감정 표출 및 표현을 성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 많은 것이 부재에 놓인 것 같다.

급진적인 기술 발달로 인한 편의를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 우리는 어쩌면 한 사회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올바른 인간으로서 성장의 시기와 기회를 점점 잃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책을 읽고 느낀 중요한 점은 아동 청소년에게 현실 세계에서 과잉보호하는 것의 반이라도 온라인 세계에서의 보호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 세계에서는 아동 청소년에게 닥칠 온갖 위험을 피하고자, 단체 하는 스포츠 활동에서 다양한 제약을 둔 사례를 예시로 들며 설명한다.
이렇듯 현실 세계에서는 아동 청소년이 받을 수 있는 작은 물리적 충격 및 정서적 충돌을 피하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되레 온라인에서는 엄격하고 섬세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오히려 온라인의 느슨한 규제와 중독성이, 아동 청소년에게 심각한 정서적 충돌과 더불어 자해 및 자살로 이를 수 있는 물리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잠시 생각해 본다면 과연 무엇이 더 아동 청소년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미국과 유럽 국가 중심을 배경으로 쓰였지만, 책에서 다루는 현상은 국제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갖고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국가 막론하고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낀다. 이를 위해 특히 사회 간의 깊은 연대가 절실해 보인다.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 대재편 현상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단체적으로 해결을 시도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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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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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으로 우리에게 나이 든다는 사실은 두려움을 일으킨다. 그 까닭은 나이 드는 것이 죽음을 향하는 일련의 과정이며,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얻는 것보다 상실하게 되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이 들며 자연히 노쇠의 과정을 거치는 몸은 우리를 점점 의존적인 존재로 변모하게 만든다. 걷는 것, 책을 보는 것,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인지능력이 하락하면서 자신이 점점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우울함에 빠지기도 한다.

개개인의 생산성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나이 듦의 과정을 눈엣가시로 여기곤 한다. 특히 나이 드는 과정을 늦추기 위해, 갖은 미용 시술을 과도할 정도로 병행하는 기형적인 행태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로는 늙기 전에 일찍이 인위적으로 삶을 스스로 끝내겠다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면모는 나이 듦과 노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우리의 보편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단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유한한 삶을 부여받은 인간으로서는, 나이 드는 것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앞선 과정을 거부하며 인위적인 기술을 통해 영원한 삶과 젊음을 꿈꾸는 사람도 분명히 있겠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적으로 나이 들고 죽음에 이를 것이다.

이렇듯 운명적으로 유한한 삶이 가혹하고 비참하게 느껴질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자연스레 나이 드는 과정에 지나치게 두려움을 느끼는 탓’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더 안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서도 젊었을 때와 달리, 어쩌면 젊을 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나이가 들어서도 행복을 느끼며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에서 그 답을 전한다.
72세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 교수로서 자신의 경험과 학문적 연구, 동년배의 대화를 바탕으로 본 책을 펴냈다.
저자는 책에서 노년기에 필요한 유연한 태도와 사고방식을 소개하며, 훗날 마냥 끔찍한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을 것만 같은 ‘우리가 상상하는 보편적인 노년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나이 듦을 지나며 건강, 능력, 인연 등 우리가 상실하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상실을 거듭하면서도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마음가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상실로 변화하게 된 환경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기쁨을 만끽할 수 있으며, 자신이 누릴 수 있었던 지난 날의 다양한 요소에 대한 깊은 감사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깨달을 수 있었다.

정리하면 <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는 노년기에는 모든 감각이 쇠락하고 끝내 죽어갈 순간만 남겨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감성적이고 유연하며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여 남은 삶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지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함께 나이 들고 있는 모든 이의 책장에 넣어두고 싶어지는 책이다.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었다. 외적인 측면에 강하게 집착하는 한국인으로서는 나이 드는 과정에 강렬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국 사회는 개인주의가 나날이 강해지는 와중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이러한 성향은, 노년기에 들어섰을 때 필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어려움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미리 어떻게 노년기를 맞이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이 책은 노년기의 돌봄과 의존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한다. 삶에서 노년기를 마주하는 모든 사람은 돌봄과 어느 정도의 의존이 필요하다. 심지어 노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 등 삶의 모든 과정에서 그 기간은 상이할지언정 순간적으로 누군가의 돌봄과 의존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노년기에 받는 돌봄과 의존을 스스로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과정으로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비록 노년기에는 젊을 때와 다르게 많은 돌봄과 의존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부분이 모든 노인을 무력하고 가치 창출이 어려운 존재로 여기게 하는 시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부디 우리 사회가 넓은 시각에서 돌봄과 의존에 다정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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