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경영의 난제를 해결할 역동적인 실전 경영 지침서
<하드씽>
어릴 적, 어떤 연유로 내 책장 한자리를 채우게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기업가의 야망과 철학이 뚝뚝 떨어져 흐르는 책 한 권을 발견한 기억이 난다. 정주영 회장의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회고록이 그것이다. 너무 일찍 발화된 독서열로 깊이 있는 가르침을 온전히 가슴에 새기지는 못했을지언정 각종 고전들을 십 대 초중반에 모두 섭렵하다시피했기에 그 또한 가볍게 펼쳐들긴 했으나 끝내 다 읽어내진 못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한 문구 하나 온전히 기억하지 못 하는 가운데 유독 책 제목만은 찡하게 울리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한껏 버무려져 가슴 한편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 마주한 적도 감당해낸 적도 없었을 '시련'이란 단어의 쓰라림을, '실패는 없다'란 문구의 비장함을 나는 그렇게 가슴으로 곱놓으며 머지않아 맞닥뜨릴 세상의 한파에 가슴 졸이며 대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물며 수많은 식구들의 운명을 오롯이 짊어진 CEO는 얼마나 외롭고도 고달픈 위치인가. 특히나 '회사를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관성' (p.187) 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신생기업의 살림을 꾸리는 일은 예측불가한 롤러코스터의 레일 위에 춤추는 곡선 보다 더 위험천만 한 나날의 연속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보다 열정이 차지하는 자리가 더 크다면, 혹은 이미 악전고투의 바다에 몸을 내던진 운명이라면 기꺼이 펼쳐들 만한 자전적 경영서, 바로 <하드씽>이다.
6600만 달러로 시작한 회사를 8년 만에 24배 규모로 키워내 성공의 상징이 된 벤 호로위츠. 그가 20여 년 간 넷스케이프, 라우드 클라우드, 옵스웨어를 거치며 위기와 시련 가운데 체득한 사업과 사람에 대한 교훈과 통찰은 비단 경영자 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경험 전무의 세상을 내다보는 데에도 충분히 유용할 기록들이 아닌가 싶다. 아래의 첨언들처럼 말이다.
『 인간은, 특히 뭔가를 이루길 원하는 인간은 오직 좋은 징조에만 귀를 기울인다고 앤디는 설명했다. (중략) 중요한 점은 이 CEO가 긍정적인 지표에 대해서는 서둘러 조치를 취했지만, 부정적인 지표에 대해서는 변명거리만 찾아다녔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CEO들이 이와 비슷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p.144)
『 당신의 불행을 면밀히 검토하는 데 쓸 에너지가 있다면, 그 에너지를 곤경에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데 쏟아부어라. 설사 외견상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이런저런 일을 했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따위의 비생산적인 후회에는 단 1초도 허비하지 말라. 모든 시간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궁리하는 데 투자하라. 결국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은 그저 회사를 운영해 나가면 된다.』(p.150)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악전고투의 일화에 빠지다 보면 중반부에 한참 치닫는 저자의 고난기에 나마저 숨이 차오를 지경이다. 그만큼 경영서가 낯선 독자들에게도 가독성 높은 책이라 권할 만하다. 이제는 벤처 투자자로서 실리콘 밸리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는 여전히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실수담을 여과 없이 늘어놓으며 값진 교훈을 설파하고 있다.
사진: 벤 호로위츠 (Ben Horowitz)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