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거인 -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 바깥바람 10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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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거인》이라는 책 제목보다 ‘어린이 책을 고르는 어른들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더 이 책의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린이. 청소년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작가는 서문에서 말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될지 잘 알지 못한 상태로 막막하게 살아가는 성장기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이 어린이·청소년 문학이다.”

그러나 어른이 된 내가 계속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는 이유도 같다. 내 안의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괜찮다, 괜찮다’ 말해주는 것이 나에게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무도 나의 감정과 기분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내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책을 꺼내어 든다. 지금 내 감정을 표현해 줄 적확한 문장을 찾아, 지금 너의 기분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는 작가의 글을 찾아 문학의 바다를 유영한다.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을 고르기 위해 이 책은 분명히 좋은 책이다. 비록 책 속에 이야기된 동화들이 많이 절판되고 구하기 어렵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나는 어린이 책뿐만 아니라 어린이가 성장하며 배우고 익혀나가야 할 배려, 불평등, 페미니즘 등 마주하게 될 현실 앞에서 자기 생각과 목소리를 내는 중요성을 책에서 읽었다. 아이와 좋은 어린이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나의 경험과 생각의 울타리로 아이를 가두지 말자고 아이의 생각, 감정을 잘 받아줘야겠다. 그것이 불가능한 부모의 모습일지라도.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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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반올림 53
이자벨 콜롱바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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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언론사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한 작가가 소설이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의 주인공 바르바라는 청소년 환경운동가이다. 환경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용감하게 시위에 참석하는 모습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연상시킨다. 불평과 걱정보다 용기와 행동을 선택하고 기후변화를 위한 등교 거부를 비판하는 어른들에게 시원하게 외친다. “노동자들은 그럼 뭐, 휴가라도 내서 파업해야 하나요?”

소설의 중후반부터는 할머니와 여성에 관한 이야기가 절절하게 쏟아진다. 결혼식 전날 약혼자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할머니가 부모에게 털어놓는 진실은 외면당한다. “남자들은 다 그렇단다. 적응하면 될 일이야.” 그렇게 남편 손에 이끌려 새장 속에 갇힌 할머니는 ‘동굴에 틀어박힌 은둔자’로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약자를 향한 폭력은 슬프기보다 찌릿하게 아팠다. 이미 나도 그런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다. 바르바르가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어른이었다면, 남성이었다면 사회와 어른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작고 사랑스러운 어린이, 공부만 성실하게 하는 청소년,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으로만 존재가 인정받을 수 있는가. 언제까지 두려움과 공포로부터 침묵해야 하는 걸까......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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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와 그림자 알맹이 그림책 55
이은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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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언제나 길을 떠난다. 떠나는 주인공은 언제나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그저 걷고 또 걷다 보면 두고 온 것은 모두 잊게 되고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낯선 누군가를 만나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나게도 되고 무엇보다 잃어버린 자기 자신의 모습을 천천히 고요하게 만나게 된다.

이은영 작가의 그림책 《미루와 그림자》 역시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와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미루의 이야기다. 그림자의 주인을 찾으려 함께 걷는 길, 미루는 낯선 세상에 외롭기도 슬프기도 하지만 그 길에는 그림자 친구가 함께 있다.

그림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읽었던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떠올렸다. 마법의 주머니를 얻기 위해 자신의 그림자를 팔았던 사나이는 남부럽지 않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그가 가지지 못한 단 하나 그림자 때문에 사랑도 얻지 못하고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그림자는 우리 마음속의 슬픈 그늘일지도, 잃어버린 영혼일지도 모르겠다.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가 세상을 헤매며 걸어가는 동안 그림자를 잃어버린 주인은 자신의 그림자를 왜 찾지 않았을까? 나의 그림자는 온전히 내 곁에 머물고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그림책이다.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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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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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서현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호라이>, <호라이호라이>이 출간되었다. <눈물바다>, <간질간질>, <커졌다!> 등 서현 작가만의 기발한 상상력의 그림책을 아이가 좋아했는데 이번에는 주인공 달걀 프라이 호라이가 호라이호라이 주문을 외우며 나타났다. 일본에 요시타케 신스케가 있다면 한국에는 서현 작가가 있다고 감히 외쳐본다. ​

“나는 호라이. 밥 위에만 있고 싶지 않아.” 나는 이 문장이 “나는 발걸음, 집에서 밥하고 빨래만 하며 살고 싶지 않아.”로 읽히는가. 누구보다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호라이에서 보였다.​

아이는 호라이를 보며 신이 나서 자신만의 호라이를 그렸고 나는 혼자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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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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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신작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를 읽었다. 홋카이도 동부의 작은 마을 에다루에 사는 소에지마 가족의 이야기다. 백 년에 걸친 한 가족의 역사가 느릿하게 펼쳐진다. 특별한 서사는 없지만 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인물을 다채롭게 빚어낸다. 우리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이 소설도 평범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하게 살아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뛰어나거나 색다르지 않아도 숨 쉬고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살아가는 동안 삶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특별한 일이다. 한 가족의 일대기를 읽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이 책 속에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평범한 삶도 생각해 본다. 어제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오늘, 아마도 내일도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내 감정과 삶을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의 언어로 나의 삶을 기록하며 오늘도 충실히 나의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살아가는 데는 괴로운 일도 있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들끓는 기쁨도 있다. 그런 것을 도저히 말로 전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p.182)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김영사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도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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