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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행복하다 - 10년의 시골 라이프
조중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내가 생각했던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전원생활에서 느끼는 행복이었다. 허나 나의 예상과는 조금 빗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유유자적한 전원생활을 기대했던 나지만, 그런 풍경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제목을 유추,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저자는 해가 뜨면 도시로 나가 (방송사)일을 하고 시골로 퇴근하는,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을 반반씩 나눠 살아가고 있다. 온전히 시골생활에 배어들어 사는 게 아니라 반쯤 걸쳐 있는 거다.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요즘 자연을 찾아 삶의 공간을 옮기는 사람들 소식을 간간히 접했던 터라, 저자가 10년동안 보내 온 전원생활이 어떠했을지 퍽이나 궁금했었다. 책을 덮은 지금 그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고, 약간의 쓸쓸함만이 묻어난다.
' 시간이 갈수록 농부들은 돈의 노예가 됐다. 안심하고 곡식을 기를 수 있는 건강한 땅을 보호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렸다. 요령과 한탕과 편리함만을 취했다. '
저자는 시종일관 시골마을의 관찰자 입장이다. 전원생활의 여유로움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곳의 쓸쓸함과 외로움도 함께 우려내고 있다. 따스함과 어두움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그저 '행복하다'고만 느낀 게 아니었나 보다. 꽃과 나무와 동물, 인간들 사이를 오고가며 눈으로 본 사실적인 대상과 마음으로 느낌 감상적인 대상이 얽혀있다. 애처로운 동물들의 모습을 포함해, 방황하는 듯한 젊은이들, 묵묵히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 외로운 노인들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담아 내지만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면이 많았다.
이 책의 초첨을 어디에 맞춰야 할까. 한적한 시골생활의 행복이 아닌, 그곳에서의 깨달음이 더 짙게 깔려있다. ' 나는 매일 녹고 있는대로 매일 크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키울 줄만 알고 살찌울 줄만 알았지 털어내고 빼낼 줄 모르는 것은 아닌가. 눈에 보이는 것에만현혹되어 사는 것은 아닌가. 있다가 없어질 현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봄에 내린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며 녹는 모습을 지켜보며 쏟아낸 깨달음이었다. 유리창문에 부딪혀 반대편으로 날아가지 못하던 벌을 보며 모든것을 내려놓았을 때 벌은 바람을 타고 원하던 저편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는 감상을 전해주기도 했다. 굳이 전원생활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풍경들이 아닌 소소한 자연현상들이 많았다고 할까.
시골의 이방인인 그가 행복하다고 한 이유는 뭘까? 굳이 책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에 대해 나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제목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그저 겉돌기만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내용의 구성을 좀 더 일관성있게 구성하여 묶었 냈다면 좀 달랐을까... 개별적인 이야기들을 제목과 연결짓기가 너무나 어렵다. 구분되지 않고 마구잡이로 뒤섞인 37편의 이야기들처럼 내 마음도 복잡해진다.. 나만 이런 느낌을 받은 걸까? 그래서 다른이들의 감상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졌지만 유독 나만 이런 고민에 빠진 듯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라면 차라리 이런 제목을 붙이겠다. '시골마을의 이방인'이라고. 무미건조하지만 책 속 내용을 더 사실적으로 드러내기엔 딱이다. 아, 이것은 편집의 문제인가 감상의 문제인가 헛갈리기 시작한다.
겨울잠을 자면 내년 봄 다시 깨어날 청개구리들보다 얼어죽은 녀석들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위안도 해본다. 내년 봄은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 p.137) 청개구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하는 저자에게 사는게 행복하다는 건 어디서 느끼 게 된 것일까. 아무래도 이책의 컨셉을 어디로 맞춰야 할지 난감하긴 하지만, 시골의 이편을 볼 수있어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닌 듯하다. 제목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해결 될 문제리라. 그래서 결론은, 시골이 좋다는 거나 나쁘다 거나 하는 감상은 없다. 그저 저자가 보고 느낀 그대로의 생활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을 뿐. 나의 첫 기대치와 거리감이 있어 전원생활에 대한 동경이나 회의 같은 것은 느낄수가 없었다. 다만 저자는 숨김없고 솔직했다는 거다. 바보라든가 더럽다든가 하는 시골사람들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노골적으로 그대로 적어낸 문체가 거슬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