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하는 등 본인 확인을 거쳐야 글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 적용 대상 사이트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현재 실명제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라 인터넷 언론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자 수 20만, 포털과 유시시 사이트는 30만명 이상이면 적용되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9월 시행령을 개정해, 업종 구분 없이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 이상인 사이트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명제 시행 사업자는 현행 37개에서 250여개로 대폭 늘어난다. 방통위는 악성 댓글 등 이른바 ‘불건전 정보’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도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사회적 고민없이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의 송경재 연구교수는 “촛불정국에서 보듯 누리꾼들은 자신의 실명을 내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본인 확인 등 실명제 논의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도 “본인 확인이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거의 없음에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을 불온시해, 인터넷 규제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실명제 의무화가 자기 정보 결정권이나 사생활 보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익명 커뮤니케이션을 표현의 자유 범주로 인정하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익명성에 따른 인터넷의 역기능을 생각하기 전에 정치적 의사표현 억제 등 실명화에 따른 역기능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프라이버시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익명권 보장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실명제 확대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또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가 늘어나면, 본인 확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송경재 교수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며 “실명제를 한다고해서 피해자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므로,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