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한다. 인터넷을 통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유해정보의 확산 등으로 인터넷 경제의 신뢰기반이 흔들리며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전한 인터넷 이용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대책도 내놓았다는 점이다. 대책이 추진되면, 포털사이트 등에 함부로 글이나 동영상을 올렸다가는 쉽게 추적돼 낭패를 볼 수 있게 된다. 문제의 정보를 유통시키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도 함께 처벌된다. 따라서 포털 등은 누리꾼들이 올리는 모든 창작물에 대한 사전검열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본다.
인터넷여론 ‘재갈물리기’ 논란
게시글 삭제 요청 거부 못해 악용 가능성 커
사이버모욕죄 신설…표현의 자유 침해 가속
정부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이나 동영상의 인터넷 유통을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 스스로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명예훼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요구하면 해당 글이나 동영상을 사이트 운영자가 무조건 임시삭제 조처해야 하고, 거부하는 운영자는 처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도 포털 등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조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삭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삭제 요구에 불응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일정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은 올 9월 정기국회에 개정돼,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포털업체들은 권리침해나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30일 동안 임시삭제 조처를 해야 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응했을 때의 처벌이 무서워 앞뒤 가리지 않고 무더기 삭제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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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승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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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동안의 임시삭제 조처는,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포털 같은 인터넷사업자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광범위한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셈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누구든지 온라인상의 게시물이 자기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요청하면 30일 동안 무조건 삭제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합법적인 글이라도 임시삭제를 두려워해 누가 올리려고 하겠느냐”며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런 환경을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소비자들의 고발성 글을 삭제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들이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기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분유나 컴퓨터 제품에 대한 소비자 고발 글과 부당해고를 비난하는 노동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 사이버 모욕죄, 댓글 욕설 등 ‘가중처벌’ 취지 |
|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 충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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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제규 기자 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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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한 인터넷’ 내세워 정부비판 사전검열 일상화 |
|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내용과 문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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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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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2일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은 인터넷의 역기능을 강조한다. 인터넷을 통한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유해정보의 확산 등으로 인터넷 경제의 신뢰기반이 흔들리며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전한 인터넷 이용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인터넷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대책도 내놓았다는 점이다. 대책이 추진되면, 포털사이트 등에 함부로 글이나 동영상을 올렸다가는 쉽게 추적돼 낭패를 볼 수 있게 된다. 문제의 정보를 유통시키거나 방치하는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도 함께 처벌된다. 따라서 포털 등은 누리꾼들이 올리는 모든 창작물에 대한 사전검열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본다.
인터넷여론 ‘재갈물리기’ 논란
게시글 삭제 요청 거부 못해 악용 가능성 커
사이버모욕죄 신설…표현의 자유 침해 가속
정부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글이나 동영상의 인터넷 유통을 포털 등 인터넷 사업자 스스로 차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이하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명예훼손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사람이 요구하면 해당 글이나 동영상을 사이트 운영자가 무조건 임시삭제 조처해야 하고, 거부하는 운영자는 처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에도 포털 등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을 조처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다. 다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삭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고, 삭제 요구에 불응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의 일정으로는 정보통신망법은 올 9월 정기국회에 개정돼,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된다. 이때부터 포털업체들은 권리침해나 명예훼손을 이유로 게시물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일단 30일 동안 임시삭제 조처를 해야 한다. 사이트 운영자는 불응했을 때의 처벌이 무서워 앞뒤 가리지 않고 무더기 삭제하는 사례가 빈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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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승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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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동안의 임시삭제 조처는, 게시물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포털 같은 인터넷사업자에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광범위한 사전 검열이 이뤄지는 셈이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누구든지 온라인상의 게시물이 자기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해 요청하면 30일 동안 무조건 삭제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합법적인 글이라도 임시삭제를 두려워해 누가 올리려고 하겠느냐”며 인터넷을 통한 의사표현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런 환경을 정치권이나 기업에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소비자들의 고발성 글을 삭제할 목적으로 명예훼손을 들이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기업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분유나 컴퓨터 제품에 대한 소비자 고발 글과 부당해고를 비난하는 노동자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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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 방침은 인터넷에 나타나는 욕설 등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죽일 놈아”라고 댓글을 단 경우 등이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이미 형법상의 모욕죄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도 굳이 이를 신설하려는 것은 형량을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법의 모욕죄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댓글 등 사이버상의 모욕을 예상하지 못했는데 현재 인터넷상의 한마디가 끼치는 파장이 막대하다”며 “현재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죄가 기존 형법의 명예훼손죄에 비해 인터넷의 전파 위험성을 고려해 가중처벌하게 돼 있는 것처럼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도 기존 모욕죄보다 처벌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형법상 명예훼손의 경우 법정형이 허위사실 여부에 따라 2~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법정형은 3~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량이 더 높다. 이에 따라 신설되는 사이버 모욕죄의 형량도 현행 형법상 모욕죄의 형량인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2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상교 변호사는 “인터넷에서 공연하게 사람을 모욕하면 기존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도 자꾸 특별법을 만들어 가중처벌하겠다는 것은 처벌 지상주의”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과)는 “일본이나 독일 등 외국도 형법에 모욕죄가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인종 혐오 발언에 국한하는 등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고제규 김지은 기자 unju@hani.co.kr
정부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대조하는 등 본인 확인을 거쳐야 글이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 적용 대상 사이트를 크게 늘릴 방침이다. 현재 실명제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 따라 인터넷 언론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자 수 20만, 포털과 유시시 사이트는 30만명 이상이면 적용되고 있다. 방통위는 오는 9월 시행령을 개정해, 업종 구분 없이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 이상인 사이트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명제 시행 사업자는 현행 37개에서 250여개로 대폭 늘어난다. 방통위는 악성 댓글 등 이른바 ‘불건전 정보’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도 확대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사회적 고민없이 확대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의 송경재 연구교수는 “촛불정국에서 보듯 누리꾼들은 자신의 실명을 내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본인 확인 등 실명제 논의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헌법)도 “본인 확인이 인터넷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거의 없음에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인터넷 공간을 불온시해, 인터넷 규제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실명제 의무화가 자기 정보 결정권이나 사생활 보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익명 커뮤니케이션을 표현의 자유 범주로 인정하고 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익명성에 따른 인터넷의 역기능을 생각하기 전에 정치적 의사표현 억제 등 실명화에 따른 역기능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프라이버시권 침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익명권 보장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있다”고 밝혔다. 실명제 확대는 인터넷을 통한 개인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또 실명제 적용 대상 사이트가 늘어나면, 본인 확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송경재 교수는 “법과 제도를 강화하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며 “실명제를 한다고해서 피해자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므로,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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