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역사에 남은 여성 연쇄살인범의 케이스를 모아놓은 책이다. 사람들을 죽인 여자들은 아예 불러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잊히고 어떤 기록도 남지 않기도 하고, 왜곡되며 과장되고 악마화되기도 한다. 한 마을 전체가 서로서로 남편을 죽이는 법을 알려주며 수십명을 죽이다가 재판에 나가서는 서로를 배신하고 탓하기도 하고, 온 가족이 서부 개척 시대의 맹점을 이용해 여행객을 살해하다가 도망쳐 행방이 묘연해지기도 한다. 연쇄살인범들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강렬한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데 여성 살인범의 경우에는 여성혐오와 결합해 마녀화와 분노를 함께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판타지적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유명 호텔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읽는 데 서투르다. 이 메이드가 우연히 살인사건의 첫번째 목격자가 되어 발생하는 소동에서 진범을 밝혀내는 코지 미스테리 느낌의 이야기다. 조금 전형적이다 싶은 이야기 구조이기도 하고 사건 자체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그냥 무던한 킬링 타임용으로 느껴졌다. 캐릭터가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자칫하면 좀 답답한 바보로 느껴지기도 하고, 어차피 1인칭 서술의 한계가 결국 독자에게조차 필요한 단서를 숨겨버리면 읽는 데 지장이 가기 때문에 설정대로라면 이 캐릭터는 아예 눈치도 못 채거나 신경쓰지 말아야 하는 부분들까지 전부 묘사하는 게 어쩔 수 없이 좀 우습기도 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여러 장르와 주제를 넘나들며 다작을 해온 작가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성정체성과 개개인의 삶에 대해, 그것도 흥미 본위가 아닌 각잡고 쓴 책을 냈다는 게 놀라웠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 성역할, 간성을 포함한 성별의 스펙트럼, 젠더 정체성, 성적 지향까지 현재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지하거나 왜곡하고 논란을 만들거나 더 나아간 범위의 논의를 위해 발화하는 주제들을 한 책에 미스테리 요소까지 깔끔하게 조합해 제목이 암시하는 주제까지 엮어나간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 나라의 대표 작가라고 하면 반드시 손에 꼽힐 내노라 하는 대중적인 작가가 이런 이슈에 대해 뚝심 있게 파고든, 거기에 최소한의 재미까지 보장하는 작품을 내는 일이 언제쯤 일어날까 싶기도 하다.
치매에 걸린 시아버지를 모시게 된 며느리의 시점으로 치매걸린 노인의 행동과 말, 거기 휘둘리는 가족들과 사건들, 심리 등을 세밀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다. 다큐멘터리나 에세이를 보는 것 같이 일상 속의 현실적 사건들이 시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질 뿐인데도 묘사가 디테일하고 흐름이 자연스러워 흡인력이 좋다. 몇십년 된 소설인데도 일본 배경이라 그런지 지금의 한국과 그렇게까지 위화감이 나지 않는 듯해서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피가 섞이지도 않은 며느리가 치매 노인의 수발과 정서까지도 전담하는 꼴이 되는 모습에 그시절 가부장주의는 다 비슷하기도 하구나 싶기도 하다.
사주, 관상, 손금 등 유명한 점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실제로 점을 보고 나름의 기준으로 신뢰도를 평가한 후기인데 콜드리딩과 핫리딩을 통해 끼워맞추기로 어느 정도 추론할 수 있는 현재나 과거의 이야기보다 미래를 실제로 맞추는지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건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참신했지만 어쨌든 작가 한 명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개인적인 신상에 대한 내용에다 어느 정도를 맞혔다고 할지에 대한 기준도 여전히 애매하기 때문에 좀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시간을 두고 실제로 실험처럼 체크해봤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건 어차피 이런 걸 믿지 않기 때문에 각 신점의 메커니즘이나 정확도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손님들을 카리스마로 휘어잡고 반말을 하는 곳, 오히려 더 사근사근하게 거의 서비스직처럼 상냥하게 상담해주며 대접해주는 곳 등 영업 스타일이 다른 게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