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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성교육 하자 - 건강한 성 관점을 가진 아들로 키우는 55가지 성교육법 ㅣ 성교육 하자
이석원 지음 / 라온북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에서 앞으로 빠져서는 안 될 교육 중 하나인, 아니, 지금 현 사회를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교육이 성교육인지도 모르겠다. 딸을 키우는 부모들은 피해자가 될까봐,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가해자가 될까봐 두렵다. 세월이 흘러갈수록 성폭행, 강간, 성추행 등 성과 관련된 이슈가 많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에, 이 현실에 맞게끔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이 시급함을 모든 부모들이 인지하고 대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성교육 하면 내가 만나 보았던 그간의 선생님이나 강사는 여자 분이었는데, 저자인 이석원님은 남자 분이셔서 많이들 의아해하고 신기해하는 반응인 것 같다. 저자님 강의를 일전에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성에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부모들이 성에 대해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자가 진단을 해보도록 하고 성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흥미롭고 유머러스하게 풀어가셔서 강의를 듣는 내내 웃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아들아 성교육하자의 책을 읽으면서 강의 때 들었던 저자님의 이야기가 오버랩 되면서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쏙쏙 박혔다.
책은 '성 지식 체크리스트'로 시작한다. 저자님의 강의를 이미 들어봐서인지 15문항을 다 맞출 수 있었다. 성교육을 이미 들었지만, 대부분 그 때 강의 듣는 것으로 끝나거나 아니면 아이들에게 몇 번 적용해 보고 또 다시 잊고 원래대로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자꾸자꾸 반복해서 부모들도 이런 강의나 책을 통해서 상기시키며 다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
스칸디 대디는 아이들에게 성교육 책을 매일 한 장씩 읽어주는데, 북유럽 국가는 6-7세가 되면 성교육을 시작하고 15세가 되면 피임 교육을 의무적으로 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 15세가 되면 콘돔이 들어있는 '성교육용 선물꾸러미'를 자동으로 받는다고 하는데, (P.28-29) 우리 나라에서도 아이들의 성교육을 위해서 이런 캠페인을 열어서 부모들에게 지금 현재 성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게끔 하고 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가족 간에도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고 동의없이 껴안거나 뽀뽀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어릴 때 예쁘고 귀엽다고 물어보지 않고 뽀뽀하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도 그러했었고 10살 6살 아이와 함께 샤워도 하는 등 너무 경계와 허물없이 행동했던 것 같다.
한 번은 첫째 아들이 9살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는 형이랑 자신의 친구와 함께 교회 지하에 가서 공놀이 하고 와도 되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나는 교회 어른들께 허락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받았다하여 놀다 오도록 한 적이 있었다. 다 놀고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는 와중에 아들이 같이 놀았던 형이 학교에서 야구부를 하는데 야구부에 들어올 수 있는지 신체적인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며 바지를 내리라고 하였다는 것이었다. 형과 친구 모두 자신들도 바지를 내리며 보여주면서 괜찮다고, 자신들도 다 했었던 거라고 하면서 문도 걸었으니 괜찮다고 하며 보여주도록 요구했다고 하였다. 그 당시 정말 너무 놀라서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다. 그 때 내가 아이에게 했던 말 중 하나는 보여달라고 한다고 보여주면 어떻게 하냐고, 학교에서 자신의 몸은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석원 저자님의 책을 읽고 나니 정말 피해자를 조심시키는 교육이 아닌 가해 행동을 방지하는 교육을 해야 함을 깨달았다. 당황했지만 나름 아이에게 차분히 말 한다고 하긴 했는데, 그 이상 이야기를 나누면 화가 날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나와서 바로 교회를 찾아가 CCTV가 있는지 여쭤보았고 없다고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드렸다. 그리고 나서 이석원 저자님의 강의와 책을 소개시켜 드리면서 아이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고 왔었다. 며칠이 지나고 우리 아이에게 성추행을 하였던 아이 둘을 만나서 내 나름대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했었는지 물어보았고 그 아이로부터 죄송하다는 사과를 들었다. 그리고 야구부에서 만약 선생님들이 바지를 벗고 성기를 보여주라고 했었다면, 그건 선생님들이 잘못했던 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왔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한테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닌, 내 아들에게 직접 가서 가해한 행동에 대한 사과를 하도록 했어야 한 건데 나의 대처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도 그 형만 만나면 일 년 전 그 때의 사건이 떠올라 화가 치밀어 오른다.
책에는 아들이 궁금해하는 성 궁금증에 대해서 여러가지 사례가 나오는데 정말 여자인 엄마로서는 알지 못하는 상식들과 이야기가 많아 아들의 성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주변의 아이 엄마들 중 몇몇은 성교육을 받으면 더 호기심이 생겨서 아이가 해보고 싶어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기도 하던데, 정말 저자님 말씀처럼 학교에서 흡연 예방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아니다. 성교육은 자신과 타인의 몸에 대한 경계와 동시에 서로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강의에서 저자님이 늘 큰 소리로 외치시던 게 떠오른다.
"성의 3대 요소는 사랑, 생명, 기쁨!!!!"
막연하게 아들의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모들이 함께 읽어보고, 이런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