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간직할 수 있도록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4월8번째책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
좋은 것, 나쁜 것.
사실 모든 것의 주체와 기준은 ‘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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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요즘 글쓰기에 대해 고민이 참 많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과 쓸 수 없는 글만 생각하면 될 텐데 말이다. 용기 있게 많은 것들을 쓰고 싶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 상처를 받거나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내 이야기만 쓰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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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 값을 아까워하지 않고
값을 아는 사람은
그 가치를 아까워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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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라고 말한들 볼 수 없고, ‘보고 싶다‘ 라고 말한들 보고 싶은 마음이 진정되지도 않는데 자꾸만 ‘보고 싶다‘라는 말이 재채기처럼 나온다. 사랑은 감기와 같다고 하던데 누가 비유를 했는지 노벨 비유상을 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환절기에 더 심한 것 같기도 하다. 감기도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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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내가 누구에게 책을 추천해 줄 자격이 되진 않지만 이상하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책은 사람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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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할 순 없지만
많은 것을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아깝잖아
어떻게 버티고 살아오는 날 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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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당장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어떤 존재에게 마음을 주는 행위를 한다는 게 피곤하고 힘든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을 주는 것만이 사랑을 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사랑을 잘 받는 것, 그 또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향해 문을 잡아 주었을 때 그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 주어진 밥을 맛있게 먹는 것. 치우지 않은 낙엽길을 잘 밟는 것들과 같은 일들 말이다.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말한다면 사랑에 대해 조금만 더 관대해지라고 말하고 싶다. 하트라는 틀에 사랑을 눌러 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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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음을 준 존재는
나의 마음을 받은 특별한 존재가 된다.
그 특별함들은 모이고 모여
특별한 장소를 만들고 특별한 시간을 만들며
언젠가는 특별한 인생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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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본성은
우리가 잘 못된 일을 함에 있어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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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유혹에 가까이 있을까, 양심에 가까이 있을까
결국, 선과 악의 이야기일까
사랑에는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일까
우리는 사랑에 있어
무엇을 이해할 수 있고 무엇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일까
‘나‘는 악한 사람일까, 선한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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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할 때는
누구의 옳고 그름도 아닌
서로의 마음만을 알아주었으면
그래서 대화의 끝에는
우위를 선점한 누군가가 아닌
나란히 옆에선 우리가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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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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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간에 일어난 일을
혼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
판단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서로 간에 일어난 일은 서로의 일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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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의 마지막으로 고른 책.

이 책은 작가님이 매장에 방문 하셨을 때 사인을 해서 선물해 주셨다.

사실 독립출판물을 먼저 접했었고 작가님 인스타를 통해서 새 책이 나온걸 알아서 엄청 궁금했다.

좋더라.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표지만 이쁜게 아니라 내용도 이뻐서 더 좋더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글을 쓰시는 분, 책을 만드시는 분, 책을 홍보하시는 분, 책을 좋아해주시는 분을 다양하게 알아가고 있다.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있지만, 나는 이 SNS로 득이 더 많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좋은 글, 좋은 책, 좋은 인연 감사합니다.

이 책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님의 다음 책도 보고 싶으니까.

아, 그리고 저희 매장에서 작가님 친필 사인이 된 책이 진열 되어 있으니 작가님 팬은 와서 구매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것은 깨알 홍보.

아, 그리고 중간에 허구라는 챕터는
진짜 허구일까 궁금하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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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 - 혼자를 연습하는 너에게 건네는 위로
강송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4월10번째책

슬픔을 가득 품곤
행복을 축하한다.
행복을 가득 안곤
슬픔을 공감한다.

그래서 우리는,
희마하게 웃는 법을 깨닫는다.
-
덤덤한 것은
말 그대로 덤덤한 것이지
괜찮은 것이 아니다.
덤덤하다는 말은
익숙해져 무뎌졌다는 것이고
이건 때로,
괜찮지 않다는 말보다 더 아픈 말이다.
-
이해는 이해고, 서운함은 서운함이다.
이해는 이성의 영역이고,
서운함은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해는 하는데 서운하다‘는 말은,
모순이 아니다.
-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모든 외로운 것들은,
상대의 무심함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나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참혹한 결과이므로
나는 그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내 마음에 묻기로 했다.

지금 그래도, 괜찮니.
-
곁에 있을 땐 이해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아 외면했던 것들을,
상대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후회라고 부른다.
-
우리는 가끔,
솔직해야 하는 순간에
입을 다무는 결정을 내린다.
그것은 아마
각자의 최선일지도, 모른다.
-
개운했다가 슬펐다가 합니다.
그렇습디다, 끝이라는 게.

그러다가 곧, 편안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삶이라는 게.

괜찮아집니다.
또, 살아야지 않겠어요.
-
가끔,
상대를 이해하는 것을 포기함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
이겨내고 싶었던, 이뤄내고 싶었던,
어린 날 품었던 많은 자만심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썰물이 디어 빠져나간다.
말라버린 모랫바닥에 잃어버린 작은 진주를
주워 담고 싶었지만, 간신히 손에 담은 건
새어나가는 허무한 모래알뿐이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건,
이곳 어딘가에는 반드시, 진주가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
상처와 아픔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상처와 아픔을 겪어온 삶이라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살아왔다는 증거니까.
칭찬해주어야 마땅할, 고마운 인생이다.
-
될 것 같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힘으로 인생이 굴러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일 때,
가장 힘이 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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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입고된 신간.
표지 색감이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라 일단 들었고, 몇 페이지 훑어보고 바로 구매했다.

내가 읽은 이른 저녁시간 보다는
조금 더 늦은 저녁시간에 읽는게 좋다고 생각이 든다. 그만큼 감성적인 책이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댓글들 다 잘보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다 답변해드릴거에요.
매번 감사합니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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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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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미리만의 편한 일반적인 매력이
너무나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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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지음 / 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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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2번째책

그는 집을 잃고 가족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 개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책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줄 것이다.
-
덧없는 풍부함, 그것이 우리가 구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
낡은 군청색 양복을 입고 책을 읽는 노인은 어떤 싸움에서 돌아와 여기 앉아 있는 것일까. 왠지 그의 책 읽기는 매일 그 장소에서 이어져온 것 같다. 아일랜드의 외딴 바닷가에서도 그는 책을 통해 런던에도 가고 파리에도 가고 아마존에도 다녀왔을 것이다. 어떤 문장은 소리내 읽었을 것이다. 밀려오는 파도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듯이.
-
시계를 볼 때마다 그것을 사던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그 시계가 거쳐왔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려보곤 한다. 신기하게도 시계들은 똑같이 맞추어 놓아도 얼마 지나서 보면 꼭 몇 분씩 차이가 난다. 어떤 시계는 조금 늦다. 이렇게 집 안의 시계들이 조금씩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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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년을 마치고 배편으로 이삿짐을 부치면서 이 고장난 시계를 버리지 않은 것은 몇 달 남짓 정이 들어서였다. 식구들은 짐을 하나라도 줄여야 할 판에 고물을 왜 가지고 가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이 시계는 고장난 게 아니라 독특한 존재 방식을 지닌 사물‘이라고 우겨댔다. 현재의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은 잃어버렸어도 어떤 물건이 백 년을 넘겼다면 거기엔 영혼 같은 게 깃들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신비를 해독해나가야 할 의무가 시인인 나에게는 있다고. 언젠가 이 알 수 없는 시계에 대해 한 편의 시를 쓰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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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렇게 조금씩 틀리거나 어딘가 이상한 시계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시계는 정확하다‘는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시계로 대변되는 근대적 시간관에 대해 공연히 딴지를 걸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인간이 시간을 일정한 길이로 쪼개고 시, 분, 초의 단위를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발견 중 하나다. 게다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시곗바늘은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순간순간 일깨워준다. 표준적인 시계들 한 켠에는 그 규범을 이탈하기 좋아하는 시계들도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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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시간의 상징형식인 동시에 실제로 우리의 시간을 매순간 지배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계는 종일 우리를 따라다니며 일과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사는 게 아니라 시계가 이끄는 대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다가 하루가 지나가고 만다. 몇시에 약속, 몇시에 회의, 몇시에 강의. 그 숫자들 속에 갇혀 어느새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일생이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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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빼앗아가는 시간과, 뒤엉킨 인생의 매듭을 풀어주며 용서와 화해에 이르게 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원망하기도 하고, 고통을 씻겨주고 가라앉혀주는 시간에게 감사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시간의 너그러움에 좀더 기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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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헤어지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때쯤 되어서는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잠글 수 없다는 것을, 잠그려고 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까. 또는 열쇠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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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이 찍은 내 뒷모습 사진을 받아들 때가 있다. 내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먼 타인처럼 내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또 하나의 내 얼굴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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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뒷모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주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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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책으로 선택.
마지막이라고 조바심이 들어서 급하게 읽은 게 아니라,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시인들의 표현은 정말이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나희덕 시인의 시집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 오늘 출근해서 찬찬히 시집 서가를 살펴서 한 권 데리고 와야겠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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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지음 / 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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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을 잃고 가족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 개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책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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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풍부함, 그것이 우리가 구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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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군청색 양복을 입고 책을 읽는 노인은 어떤 싸움에서 돌아와 여기 앉아 있는 것일까. 왠지 그의 책 읽기는 매일 그 장소에서 이어져온 것 같다. 아일랜드의 외딴 바닷가에서도 그는 책을 통해 런던에도 가고 파리에도 가고 아마존에도 다녀왔을 것이다. 어떤 문장은 소리내 읽었을 것이다. 밀려오는 파도에게 들려주기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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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볼 때마다 그것을 사던 장소와 시간뿐 아니라 그 시계가 거쳐왔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려보곤 한다. 신기하게도 시계들은 똑같이 맞추어 놓아도 얼마 지나서 보면 꼭 몇 분씩 차이가 난다. 어떤 시계는 조금 늦다. 이렇게 집 안의 시계들이 조금씩 다른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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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년을 마치고 배편으로 이삿짐을 부치면서 이 고장난 시계를 버리지 않은 것은 몇 달 남짓 정이 들어서였다. 식구들은 짐을 하나라도 줄여야 할 판에 고물을 왜 가지고 가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나는 ‘이 시계는 고장난 게 아니라 독특한 존재 방식을 지닌 사물‘이라고 우겨댔다. 현재의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은 잃어버렸어도 어떤 물건이 백 년을 넘겼다면 거기엔 영혼 같은 게 깃들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신비를 해독해나가야 할 의무가 시인인 나에게는 있다고. 언젠가 이 알 수 없는 시계에 대해 한 편의 시를 쓰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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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렇게 조금씩 틀리거나 어딘가 이상한 시계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시계는 정확하다‘는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시계로 대변되는 근대적 시간관에 대해 공연히 딴지를 걸고 싶어서만은 아니다. 인간이 시간을 일정한 길이로 쪼개고 시, 분, 초의 단위를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발견 중 하나다. 게다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시곗바늘은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순간순간 일깨워준다. 표준적인 시계들 한 켠에는 그 규범을 이탈하기 좋아하는 시계들도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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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시간의 상징형식인 동시에 실제로 우리의 시간을 매순간 지배하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시계는 종일 우리를 따라다니며 일과를 지시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사는 게 아니라 시계가 이끄는 대로 분주하게 뛰어다니다가 하루가 지나가고 만다. 몇시에 약속, 몇시에 회의, 몇시에 강의. 그 숫자들 속에 갇혀 어느새 하루가 지나고, 그렇게 일생이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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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두 가지 얼굴을 지니고 있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이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빼앗아가는 시간과, 뒤엉킨 인생의 매듭을 풀어주며 용서와 화해에 이르게 하는 시간이 그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원망하기도 하고, 고통을 씻겨주고 가라앉혀주는 시간에게 감사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보다 시간의 너그러움에 좀더 기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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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헤어지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때쯤 되어서는 사람의 마음을 영원히 잠글 수 없다는 것을, 잠그려고 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까. 또는 열쇠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다시 사랑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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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이 찍은 내 뒷모습 사진을 받아들 때가 있다. 내 뒷모습이 이렇게 생겼구나 하면서 먼 타인처럼 내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또 하나의 내 얼굴이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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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뒷모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주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무엇보다도 뒷모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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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책으로 선택.
마지막이라고 조바심이 들어서 급하게 읽은 게 아니라,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자리에서 다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시인들의 표현은 정말이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나희덕 시인의 시집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 오늘 출근해서 찬찬히 시집 서가를 살펴서 한 권 데리고 와야겠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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