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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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번째책

누구나, 당장 지금을 살아내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
미래는 보이지 않는 먼 곳에만 있는 것.
그러고는 늘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앞에 선다.
예상한 적 없던 일이라 해도 누군가를 원망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에게 미래는, 그런 것이니까.
-
서울의 밤은 오늘도 아름답고, 아름다워서 누군가를 쓸쓸하게 한다.
말없이 지나간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처럼,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슬픔에 발걸음을 멈춰 선다.
생을 건너가는 일이란 이렇게 길고 긴 다리 위를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홀로 걷는 일이 아닐까.
나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람들 모두 그렇게
각자의 ‘양화대교‘를 건너며 들지키 않게
웃고 울며 생을 완성해가고 있는 건 아닐까.
-
안정과 불안정 사이에서의 갈등.
두 개의 상태가 온전히 공존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이대로 행복해져버리고 나면 그 행복은 일상이 되고
더 이상 특별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
나는 그 두려움이 싫다.
-
오늘도 그는 강아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한다.
어쩌면 우습다고 하겠지만, 누군가의 세계를 뒤바꾸어버린
그 사람은 결코 그렇게 쉽지도 가볍지도 하찮지도 않다.
분명히, 그렇다.
-
네가 안고만 있어도 편안해지는,
표지를 손으로 쓸기만 해도 마음이 좋아지는,
나는, 그런 책이 되고 싶어.
착한 결이 되고 싶어. 너에게.
-
그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문장은 시작되었고,
더 좋은 음악들을 찾고 알고 배웠다.
그가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행가방을 싸거나, 꽃을 샀다.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사이, 나라는 사람은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은 마음으로 조금씩 완성되어 가는 사람.
나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많은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지독한 애정결핍의 산물치고는 꽤나 달콤하다는 생각이 든다.
-
나는 이제 안다.
그 수많은 오해와 눈물과 다툼과 불안이 내게 사랑을 알게 했다는 것.
죽일 듯 미워하고 그렇게 잃어버려야
그것이 내게 소중했던 것임을 깨닫는다는 것.
건강하지 못하고 절룩대는 사랑도 결국, 누군가에겐 사랑이라는 것.
-
거짓말이 주는 위로로 버틸 때가 있다.
거짓말을 먹고 거짓말을 보고 거짓말을 듣는다.
속여야 할 대상은 오직 하나다. 바로 ‘나‘.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는 슬픈 시작의 픽션.
-
잊는다는 말은, 아직 잊지 못한 마음이 시키는 말이다.

정말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잊어버린 사람은,
잊는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잊어야 할 그 ‘무언가‘가 이미 마음에서 잊혔기 때문에.
-
우리는 늘 알맞은 만큼의 불안과 우울이 필요했고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에 늘 목이 말랐고
매혹당할 수 있는 선율이 늘 고팠고,
그것이 꿈속에 있다면 당장 현실을 버리고
그 말도 안 되는 꿈속으로
당장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지.
-
사랑하는 이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기억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가 가장 사랑한 그대의 얼굴은 영원히 비밀로 해두겠다며 웃었지만,
사실 내게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은 늘, 지금이었다.
-
-
-
사실 이 책은 5월의 1번째 책으로 하고 싶었다.

다만, 이 책은 밤에 작가가 들었던 노래와 함께 그 책의 페이지를 읽고 싶었기에 무던히도 오래 걸렸다.

이 노래를 들을 때 이렇게 생각했고 글을 썼구나 생각하니 작가의 생각의 좀 더 다가간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나에게 밤과 노래, 그리고 책이 항상 함께하는 나날이었으면 싶다.

술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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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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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번째책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려 해도 심오한 사유는 커녕 허세와 치기로 이 멀리까지 와서 혼자 커다란 침대를 차지하고 누운 내 모습이 너무 청승맞게 느껴졌다.
-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나한테는 이것이 최선이야, 라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용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을 일으킨 다음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선만 긋는 것과는 다르다. 확고한 생각이나 단단한 가치관이 되어주는 것들은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체득된다.
-
내가 먼저 마음을 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발을 푹 담그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계속 내 주변에서 겉돌기만 한다.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전에 나는 이만큼 일을 하고 싶다, 할 의욕이 있다는 의지를 먼저 충분히 드러내고 할 수 있음을 증명하도록 유도하고 싶다. 나는 일을 사랑해, 라고 말하지 않으면 일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
서로를 사랑한다면 힘닿는 데까지 자유롭게 해줘야 할 것이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알 필요가 없으니 상대의 사생활을 지켜준다. 아무리 가까워도 인간으로서의 예의의 선을 넘지 않도록 한다. 사랑으로 협박하지 않고 ‘내가 설치한 덫에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까‘라며 시험에 들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마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다. 사랑은 이래야만 해, 라며 자꾸 사랑을 정의하고 범위를 좁히는 게 아니라, 이럴 수도 있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넓혀줘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의 상식과 기대치에 얽매이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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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본질은 애초에 완전한 것도 아니었으며 연애를하는 인간들 역시도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애는 부모가 나를 사랑한 이래로 나의 존재가 전적으로 타인으로부터 긍정을 받는 유일한 경험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나밖에 몰랐던 내가 타인을 향해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그래서 연애를 하면 고통스러워도, 손해 본다고 해도, 상처받는다고 해도, 온몸과 마음을 다해서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을 해두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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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잘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가지 것들에 열정적으로 잘 반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할 수 있는 점을 발견하는 에너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을 주면서 행복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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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를 가급적이면 ‘관리‘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인간관계를 제외하고는 부디 놔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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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야 할 이유는 없다. 당장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만 한번 관계를 자연스럽게 놓아버린 다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피차 홀가분해할지도 모른다. 둘 사이에 일부러 거론하지 않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을 놓아보자.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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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당신을 사랑한 것 말고는 아무 죄가 없다. 돈과 남자 사이엔 애초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이다. 돈이 문제라면 그 돈, 내가 벌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남자는 의존의 대상이 아니라 애초에 사랑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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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자신의 마음에 먼저 두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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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을때와 지금이 사뭇 다르다.

다시 읽어보니까 이 책이 이렇게 좋았나 싶었다. 아, 왜 베스트셀러구나 하는걸 알게되었다고 할까나.

책이란건 역시 읽는 그때의 상황, 기분에 따라 해석되기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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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들키고 싶은 혼잣말 - 관계에 상처받은 나를 위한 따듯하지 않은 위로
김선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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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번째책

남 탓하는 사람은 결국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또한 아픔을 겪고도 배움이 없으며 내면이 성장하지 못한다.
자신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모든 상황, 환경, 사람들을 가해자로 만든다.
결국 혼자가 된다.
-
당연히 모든 사고의 시발점과 그 내용들은 내 경험이 바탕이고 원인인 거잖아. 근데 사람들은 자꾸 그 이상을 바라니까 나란 사람이 잘못된 건가 싶어.
-
때로는 상대방의 상처를
내 위로의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느끼지만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
나만 열심인 관계가 있다.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에 안절부절못하여 무얼 어떻게 더 맞춰야 하는지 혼자 고민한다.
그러다 문득 초라한 내 모습을 느끼고는 다짐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나 더 잘하자고.
-
사실 아픔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아픔을 가장 크다고 느끼며
그것들을 모두 상대적으로 여긴다.
내가 이만큼 아프니 너는 그래도 덜 아픈 거라고,
그러니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알고 보면 모두 나약한 존재일 뿐인데.
-
끝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처로운 관계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지만
행복했던 기억, 익숙함, 끝난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에 둘러싸여
마무리를 짓지 못하곤 한다.
결국, 끝맺음을 했을지라도 새로운 시작에 대한 두려움, 낯섦,
타인에 대한 불신 등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의심하며 맴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연애의 끝에는 깨달음이 남는다.
이를 발판 삼아 내 땅을 다져나가면
더 소중한 인연이 닿을 것이다.
-
기대치와 서운한 감정은
비례한다.
-
화가 나면 진심은 가려진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더 아프게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마음은 저 멀리 밀려난다. 내가 내밭은 말은 결국 나를 상처 입히고 멍들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진심을 가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그게 매우 힘들다.
-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매번 나 좋을 대로 생각하고 말아버린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할 것을 복잡하게 받아들이고
신중해야 할 일을 가볍게 여긴다.
내 앞에 놓인 것들의 경중을 잘 따져야 하지만
단지 내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
사실은 별게 아니었단 걸, 끙끙대며 깉이 생각할 일이 아니었단 걸, 그때는 몰랐다.
내가 제일 초라해 보였고 가장 비참하고 힘든 존재인 양 세상의 모든 먹먹함을 끌어안은 채 지냈지만 알고 보니 그건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이었다. 어쩌면 견딜 수 없는 아픔은 애초에 내게 주어지지 않았던 거다.
-
-
-
처음에는 표지 색감이 내 취향이라서 사야지 했는데, 몇 페이지 읽다 보니 내용도 내 취향.

관계에 상처를 많이 받으신 분들이 한 번씩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 관계 개선보다는 위로가 되어줄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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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밤
더필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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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월7번째책
˝그때부터였나 봐. 자몽의 달콤함을 알게 된 순간이.˝
좋아한다는 건
쓴 맛마저 달콤하게 느껴지게 하는 기분
-
비가 오네.

너를 데리러 갈 구실이 생겼다며
매일 비가 왔으면 바라던 날들.
-
˝왜 만나자고 하셨어요?˝
˝예뻐서요.˝
˝농담하지 마시고요.˝
˝그냥 관심 있어 보자 했어요. 만나고 싶으니까.˝
˝어쩜 그렇게 낯빛 하나 안 변하고 말해요? 부끄럽지 않아요?˝
˝난 거짓말할 때 부끄러워요.˝
-
손편지를 썼을 때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주는 사람을 만나세요.

그냥 나를 나 자신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모르게
편지에 적어 내리게 하는 사람

어떤 조미료도 필요 없는 사람
선한 방향으로 끌어주는 사람
혹은 잠들어 있는 나를 일깨워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세요.
-
누군가의 여행 사진 속에서
그 시절 뜨거웠던 여름을 떠올린다.

기억의 인자란 잔인한 것
눈에 닿을 듯 기억되는 오감이
원망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알면서 가슴에 묻는 것들이 많아진다.
새벽을 새하얗게 지새우던 나만 아는 얘기가 있지.

그 바람이, 그 바람이 불어온다.
-
사람이 사람에게
감정이 생기면
마음이 땅에 붙어 있질 못해

아무리 묶어두려 해도
하늘로 붕 뜨려는 습성이 있어

많이 다쳐봤으면서
많이 아파봤으면서

다시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울며
다짐했으면서
-
여자가 찍는 마침표엔 의미가 있다.
평소에 귀찮아서 찍지 않는 마침표에
한 점 찍는 것엔 분명한 의미가 있다.
-
사람의 감정은 얄팍하고 교묘해서, 그 사람의 실제 민낯이 드러나더라도 그 시절 그에게 속은 나의 순진한 모습은 그냥 남겨두고 싶은, 그런 간사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쉽나. 감정과 현상은 함께 존재하는데 둘 중 하나만 분리해 추출하기가 어디 쉽나.
-
가끔
그게 사랑이었나 싶을 때가 있다.

오랜 기간이 지나도
사랑이었다고 확신이 드는 사람이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사람이 있다.

가끔
그게 사랑이었나 싶을 때가 있다.
-
겁을 먹지 말아야 한다.
감정에 겁을 먹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들었다고, 내가 이럴 나이냐고,
나이에 맞게 만나자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거짓인 연애가 되더라.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감정에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더라.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바라보는 감정에
겁먹지 않고 마주 서는 것이더라.

나이 들며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더라.
-
-
-
오랜만에 휴일에 비도 오니 나가지 않고 집에서 책 읽으며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집돌이가 밖에 나가지 않는 비 온다는 흔한 핑계로 말이죠.

오랜만에 제법 시간적 여유가 있네요.
그동안 바쁘다고, 아이폰 터치가 불편하다고 해서
미뤄두었던 댓글들의 답변을 해야겠어요.

비가 왔다고 제법 날씨가 차네요.
부디 감기 조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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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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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6번째책

멋있는 남자의 긴 손가락, 늠름한 팔뚝만 뭉클한 게 아닙니다.
뭉클함이란 뜻밖에 단순하답니다.
한 번 더 말하죠.
뭉클함이란 건 단순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미 뭉큼할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
‘열림‘ 단추를 누르는 내게 살짝 머리를 숙이고 가는 남성의 뒷모습에! 이런 사소한 일에 뭉클하는 여자들 꽤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것은 조금 전 역 엘리베이터에서의 한 컷 탓.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가는 중에 ‘열림‘ 단추를 누르고 있는 내게 마지막에 내린 청년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자연스러운 그 어조는 그런 말에 익숙해 진 탓 이리라. 아아, ‘열림‘ 단추, 누르길 잘했다!
그 청년이 산 복권이 언젠가 당첨되기를 빌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
전철 안에서 문고본 책 읽는 남자에게 눈이 간다고, 편집자들은 종종 말한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그녀들은 역시 책을 좋아하는 남자에게 끌리는 습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느 출판사 책일까?‘ 하는 궁금에서 오는 호기심일지도 모르겠지만.
-
책을 읽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아우라를 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데 멀다. 이야기 속을 어슬렁거린다.
-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서 책을 읽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 보았다.
바로 얼마 전의 일. 지하철에서 눈앞에 앉아 있던 삼십대 샐러리맨은 최고였다. 읽고 있던 문고본 책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던 그는 드디어 다 읽고 나서 책을 탁 덮었다.
앗, 이제 이쪽 세계로 돌아오는 건가.
생각했더니 간발의 차도 없이 가방에서 하권을 꺼냈다! 통근하면서 하권까지 준비하다니, 넘보기 어려운 남자에도 정도가 있지. 얼핏 보아서 평범해 보이는 그가, 동경하던 선배처럼 보였다.
-
계산대의 남자 점원은 담담하다고 할까,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별로 친하게 말을 나누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피우는 담배를 기억해주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상한 청년이다. 그걸 발견한 늦가을의 한낮, 나는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
절대 불쾌할 일 없는 최강의 말일지도 모르는 ˝조심해요.˝
단골 가게에 데리고 갔을 때, ˝계단 가파르니까 조심해요˝ 하고 돌아봐주면, 때에 따라서는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니, 별로 좋아해주길 바라지 않는 여성에게는 그런 말 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
책장을 넘기니 이따금 밑줄을 그어놓았다. 볼펜으로 그은 거친 선.
나도 곧잘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어서 기분은 안다. 그러나 그 책은 누구에게도 빌려주지 않는다. 어디서 마음이 끌렸는지 알려지는 게 쑥스럽다. 내 내면을 내보이는 것 같다.
-
-
-
요즘에 뭉클이란 단어를 써본적도 들어본적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을 그렇게 각박하게 살고 있지는 않은 듯 한데 말이지.

마스다미리의 책을 읽고 있자면, 정말 감수성많고 수줍음이 많은 평범한 여자의 일기장을 읽어보는 듯한 기분이다. 너무 평범한데 읽고 나면 여운이 짙다.

앞으로는 뭉클하다는 단어를 자주 써보도록 해야겠다.

쉬는날인데 비가 온다.
저녁에 시집을 읽을 수 있게 되어서
뭉클하다.

#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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