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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곽정은 지음 / 달 / 2016년 11월
평점 :
내가 다섯 살 때 경험했던 편견 가득한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너무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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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음에 올 세대는 좀더 간편하게 평등이라는 가치를 손에 쥐기를 바란다. 그것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 하나하나를 쓰고 마무리하는 일이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용기 내어 쓸 수 있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치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편견없는 세상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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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자기 몸을 소중히 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몸을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것인데, 남자들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고 조언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소중히‘의 의미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는 말은 사실 함부로 남자를 만나 몸을 굴려서는 안 된다는, 그 표현 자체만으로 편견이 가득 배어 있는 도덕적 명령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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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자신의 딸에게 조언했을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사회에게,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나를 흘깃거렸던 시선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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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외로운 감정이 인간의 기본 상태라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많은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배가 고플 때 음식에 집착하거나 안절부절못하지 않고 그 공복감을 태연하게 참는 상태처럼, 마음이 외로울 때 아무라도 곁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시간을 홀로 감당하는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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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가치관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누가 뭐라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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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겪은 경험과 내면의 변화들이 가능했던 힘은 바로 자신이 관통한 시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지 못하면, 나이를 둘러싼 프레임에 교묘하게 발목을 잡힌 채 살게 된다. 그나마 남은 시간도 조바심에 쫓기듯 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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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한 양식인데, 전혀 행복하지 못하고 노력을 해봐도 도저히 개선이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어떤 개인이라도 자유롭게 그 관계를 놓아야 한다. 관계가 개인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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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잘못된 결정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사무치게 배웠다. 그리하여 사람은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존재이며 비단 자신의 실패뿐 아니라 타인의 실패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이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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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언어에 반영되지만, 언어는 다시 생각을 조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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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듯 보였을지 모르지만, 정작 여성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느낌좌 솔직히 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이런 섹스를 과연 ‘내가 한 섹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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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에, 좋아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서로에게 깊은 일치감을 느끼는 일에, 진실한 태도를 가질수 없는 것은 개인적 비극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개인적 비극이 모여 거대한 비극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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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혼자 떠나보면 알게 된다. 내가 본래 태어나 자란 곳이 어떤 규칙을 여성에게 적용시키고 ‘당연한 문화‘로 이해시켜왔는지를. 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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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행위의 가장 기본은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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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을 보았을 떄의 그 기쁨과 충만함, 나쁜 것을 경험 할 때의 그 힘든 마음을 모두 외면하지 않고 ‘아, 내가 지금 이렇구나‘라고 알아차려주는 행동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고도 중요한 습관 그 자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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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곽정은 작가의 전 작품들도 2번 이상씩은 읽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의 어머니, 누나,친구들도 여자임을 인식하고 생각했을때 사회에서 얼마나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감했다.
그녀의 말이 전부 다 옳은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지금이 남녀평등시대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