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가 있는 밤을 좋아한다.
시끌시끌하고 행복하다.
˝만나고 싶다.˝
욕조에 걸터앉아, 내 목덜미를 주무르면서
마빈이 말했다. 새벽 2시의 목욕탕은
밤과 뜨거운 물 냄새.
˝누구를?˝
포도주가 몇 잔이나 온몸을 내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는 양손을 흔들흔들
흔들어 본다.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는것이 이상하다.
˝스물여섯 살의 아오이를.˝
마빈은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말한다.
˝사랑했어, 아주.˝
.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란 말이
가슴을 흔들었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그렇게 사이가 좋았는데, 라고 몇 번이나
제멋대로 반복되는 성가신말에,
맥없이 동요하고 말았다.
.
쥰세이는 동사의 보고였다. 만진다.
사랑한다. 가르친다. 외출한다. 본다.
사랑한다. 느낀다. 슬퍼한다. 사랑한다.
화를 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욱 사랑한다. 운다. 상처 입는다.
상처 입힌다.
.
˝홀딱 빠졌더랬어.˝
(I was so in love with him)
.
유랑할 틈새. 나는 그 말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
용서받고 있음에 대한 짜증,
상처를 주고 있음에 대한 짜증.
나는 마빈에 일상적으로 상처를 주고 있다.
.
그 순간, 나는 완벽하게 이해했다.
나는 이 사람을 잃을 것이다.
지금 그야말로 잃으려 하고 있다.
.
상처를 입으면 공격적이 되는 것은
남자들의 본성일까.
.
˝사람의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
.
선물받은 책의 후기를 이제서야 작성하네요.
그냥 새책을 선물받은게 아니라
서로가 가진 책중에 의미있는 책을
골라서 교환하여 보기로 한 책이기에
좀 더 신중하게 여러번 읽느라
오래걸렸네요.
초반에는 여주인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뒤로갈수록 이해도 됐으며 누군가 가슴속에
크게 박힌사람은 그 기억을 가슴속 어딘가
잘 숨겨놓고 표현하지 않지만 계기만
주어지면 언제든 생각이 나는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네요. .
사서함110호의우편물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연애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뭔가 찡해져 오는것 같네요.
선물해주신 그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
멜론으로 노래를 듣는데 케이윌의
사랑할때마다 라는 노래가사와
오버랩되서 중간에 더 애잔했던..
.
끝에 얘기는 아직 읽어보지 않으셨을
분들을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아직도 여전히 어떠한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런 내 모습에 작은 희망을 품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모른채 이 삶을 살아 내고 있으니까.
-
미오 씨처럼 나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혼자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히 보듬어 안았다가 상대의 달라진 행동에, 혹은 나 자신의 식어 버린 마음에, 버리기도 했고 내쳐지기도 했었다. 그들은 지금쯤 누구와 어떤 의미가 되어 지내고 있을까. 한때는 원망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부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
이별을 겪고 너무 힘들 때, 아예 없었던 일로 되돌리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런데 그렇게 쉽게 리셋되는 게임 같은 인생이라면 가슴에 담을 추억 하나 없겠지. 돌이킬 수 없고, 힘들지만 상처 있는 삶이 그래서 소중한 이유다. 아픈만큼 성숙해질 수 있으니까.
-
남들은 이런 나를 자기 관리도 못하는 실패한 노처녀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게 잘난 것 없는 인생이었어도 <막돼먹은 영애 씨>의 작가가 되어, 배우의 입을 통해 인생을 노래할 수 있었던 나의 삼십 대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 누군가 아무리 입 아프게 떠들어 대고 충고한들, 결국 걱정 많고 온전치 못한 삶을 다독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건 본인 스스로일 텐데 말이다.
-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어른스러워질 거라는 바람고 달리 어른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그래도 방향을 잃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지 않게 어른이 되는 그 길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을까.
-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떠났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떠나가는 이가 있으면 새롭게 찾아오는 인연도 있기에 계속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 아닐까?
-
내 삶의 추억이라도 되새김질할 만한 기억들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생겼던 무수히 많은 상처들이 모인 집합체가 아닐까. 패기와 열정은 잦아들고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이 커져 버린 나이지만, 그렇다고 상처받을 일을 미리 두려워한다면 내 인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그 인생은 행복할까? 그것 역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판 위에 새겨진 가느다란 홈의 궤적을 따라 음악이 흐르는 LP판처럼, 경험에서 비롯되는 상처의 궤적을 두려워한다면 내 삶 속의 재잘거리는 추억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
-
-
처음에는 이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남자여서 인가 했는데 어차피 인생이란 다 비슷한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조금씩 공감이 가고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다 똑같으면 재미 없을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견도 두려움도 없이 -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곽정은 지음 / 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다섯 살 때 경험했던 편견 가득한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너무 많이 닮아 있다.
-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음에 올 세대는 좀더 간편하게 평등이라는 가치를 손에 쥐기를 바란다. 그것이 모두를 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 하나하나를 쓰고 마무리하는 일이 결코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기에 용기 내어 쓸 수 있었음을 고백해야 할 것 같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가치만큼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편견없는 세상에서, 두려움 없이 살아가기 원하기 때문이다.
-
‘몸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자기 몸을 소중히 해야 해‘라는 이야기를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 몸을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것인데, 남자들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고 조언하는 건 들어본 적이 없다. ‘소중히‘의 의미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에게 ‘몸을 소중히 하라‘는 말은 사실 함부로 남자를 만나 몸을 굴려서는 안 된다는, 그 표현 자체만으로 편견이 가득 배어 있는 도덕적 명령에 가깝다.
-
‘몸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자신의 딸에게 조언했을 엄마들에게 묻고 싶다. 그리고 사회에게, 그리고 산부인과에서 나를 흘깃거렸던 시선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소중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
그러니 외로운 감정이 인간의 기본 상태라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많은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배가 고플 때 음식에 집착하거나 안절부절못하지 않고 그 공복감을 태연하게 참는 상태처럼, 마음이 외로울 때 아무라도 곁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 시간을 홀로 감당하는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
-
하지만 이런 가치관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누가 뭐라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가짐이다.
-
지금까지 내가 겪은 경험과 내면의 변화들이 가능했던 힘은 바로 자신이 관통한 시간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긍정하는 태도를 가지지 못하면, 나이를 둘러싼 프레임에 교묘하게 발목을 잡힌 채 살게 된다. 그나마 남은 시간도 조바심에 쫓기듯 살게 될 뿐이다.
-
결혼은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한 양식인데, 전혀 행복하지 못하고 노력을 해봐도 도저히 개선이 힘들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 어떤 개인이라도 자유롭게 그 관계를 놓아야 한다. 관계가 개인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나는 나의 잘못된 결정을 통해 행복의 조건을 사무치게 배웠다. 그리하여 사람은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존재이며 비단 자신의 실패뿐 아니라 타인의 실패로부터도 배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도 이제 안다.
-
생각은 언어에 반영되지만, 언어는 다시 생각을 조직한다.
-
사회는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듯 보였을지 모르지만, 정작 여성들은 자신의 기분이나 느낌좌 솔직히 말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이런 섹스를 과연 ‘내가 한 섹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에, 좋아하는 사람과 한 몸이 되어 서로에게 깊은 일치감을 느끼는 일에, 진실한 태도를 가질수 없는 것은 개인적 비극이다. 그리고 여성들의 개인적 비극이 모여 거대한 비극이 탄생한다.
-
여자 혼자 떠나보면 알게 된다. 내가 본래 태어나 자란 곳이 어떤 규칙을 여성에게 적용시키고 ‘당연한 문화‘로 이해시켜왔는지를. 내가 앞으로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
나를 사랑하는 행위의 가장 기본은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
좋은 것을 보았을 떄의 그 기쁨과 충만함, 나쁜 것을 경험 할 때의 그 힘든 마음을 모두 외면하지 않고 ‘아, 내가 지금 이렇구나‘라고 알아차려주는 행동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장 쉽고도 중요한 습관 그 자체가 된다.
-
-
-
나는 남자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곽정은 작가의 전 작품들도 2번 이상씩은 읽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의 이야기를 전부 이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의 어머니, 누나,친구들도 여자임을 인식하고 생각했을때 사회에서 얼마나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공감했다.

그녀의 말이 전부 다 옳은것은 아니겠지만, 과연 지금이 남녀평등시대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인가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되찾은 : 시간 - 프루스트의 서재, 그 일년의 기록을 통해 되찾은 시간
박성민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이 가게를 지나갔으면 좋겠다. 아니,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저녁엔 바둑책을 찾는 할아버지도 다녀가셨다. 책을 팔지 못해서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책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
그만큼의 실패를 경험으로 축적할 수 있느냐, 착오의 과정을 번복하지 않도록 경험을 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결과가 뻔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
‘은교‘라는 영화를 보면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은 그것의 고유한 자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는 장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이것들도 제 고유한 자리를 찾게 된 것이겠지.
-
책이 좋다, 그 뿐. 이상적인 삶은 누구에게나 있고 그런 삶을 실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
책은 오래됐지만 읽기에 따라서 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한다고 생각하기에 따로 두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처음 책 한 권이 팔렸다. 버려지지 않고 다시 누군가에게 읽힌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
나는 헌책과 새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잊혀지거나 잊혀질 생각과 기록의 가치를 다루는 것이다. 이 점이 중고책과 독립 출판물이 공존하는 ‘프루스트의서재‘의 존재 이유다.
-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잘 보냈는데 쓰고 싶어 안달이 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정말 슬프다.
-
누구도 차별 없이 건강한 밥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경쟁 사회에 내몰린 기회 균등의 상실감을 직시한다면 이보다 큰 가르침은 없다고 생각한다.
-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거다.
-
덕소 아저씨는 나에게 산을 타고 싶다면 젊을 때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가라고 했다. 언제라도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은 나이가 들어서도 가능한 것이고, 젊음은 없는 길도 만들 것임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든 의무감으로 하면 타성에 젖게 마련이다.
-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같은 걱정이 반복되는 경우가 그렇다. 절실함이 부족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시간은 지금도 간다.
-
혼자 읽는 것과 함께 읽는 것의 차이를 말하라면 잘 모르겠다. 함께 읽었다면 잠들기 전에 소설을 한 번 더 읽으면서 그의 목소리를 떠올려 볼 것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읽고 있다.
-
차라리 논란의 중심에 서서 풍파를 겪어보는 것이 태도를 굳건히 하거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
그는 내가 책방을 열었을 당시의 첫 방문자이며, 고객이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느 시집과 바꿔간 만원 한 장은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책은 사람을 이어준다.
-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것은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짐작해본다.
-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라는 이 문장이 한참을 혀에 돌다가 가슴으로 삼켜져 박혔다. 세상의 모든 떠도는 언어들에게서 눈을 감고 싶다. 침묵하고 싶다.
-
따뜻한 차 한 잔에 묵은 이야기를 풀어낼 때 나의 안부를 너에게 묻고, 너의 안녕을 나에게 답해주어서 좋다. 내가 바라는 것, 이 순간에 다 있다.
-
-
-
이 책은 연달아서 두 번을 읽었다.
서점에 주인이자 이 책의 작가님은 대형서점 출신이시면서 지금은 독립서점에 주인이다.

내가 하고자 했던 길을 먼저 걷고 계신 분이다. 그래서 인지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많은 생각과 공감을 일으켰던 것 같다.

집에서 15분 거리안에 있는 서점이니 자주 방문하여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독립서점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가지며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 표지 뒷면에 써져있다.

책은 사람을 이어준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을 닮은 너에게
오밤 이정현 지음 / 지식인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이해해 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다.
그저, 알고도 옆자리를 지켜줄 사람이면 된다.
상처를 이해 받으려다 상처를 받다 보면,
가지고 있던 기대마저 무뎌지게 된다.
-
너의 친절이 수단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 목적이 나라는 생각을 하면,
-
기대가 없었던 관계에
기댈 곳이 있을 리가 없다.
-
굳이 더 펼치려고 하지 않았다.
나만 덮으면 아직은 ‘우리‘ 여서.
-
어디서부터 실망을 해야 어디까지 후련해질까.
-
공중에 그네를 걸었다.
한쪽은 너를 보고 싶은 마음에 걸고
한쪽은 너를 미워하는 마음에 걸면
그 균형이 꼭 맞았다.

밀어줄 사람은 한쪽 줄을 걸고서
지친다고 가버린 지가 한참인데
남은 사람은 밀어줄 사람도 없이
그 한참을 흔들리고 앉았다.
-
내가 제일 억울한 건,
그렇게 힘들었으면서도
사랑을 해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덜컥 네 생각이 먼저 난다는 거지
-
사탕 발린 말에 넘어갔던 이유는
그저 네 말이 예뻐서가 아니었어.
그동안 내가 너무 떫었거든.
그래서 속는 셈 치고 삼켜 본거지.
나도, 예쁜 사랑 한 번 해보고 싶어서.
-
매번 얼마만큼의 기대를 덜어내도
기대는 매번 실망을 데려왔다.

덜어내고, 덜어낸 기대였지만
실망을 함께 덜어지지 않았다.

덜어낼 대로 덜어낸
관계는 건조해져만 갔다.
-
다음 장은 어떤 내용일까. 한 장씩 읽어 가던 책이 있었어.
중간쯤이었던가, 어째선지 두 페이지가 맞붙어 있다.
억지로 떼어 보려니 찢어지려 해서 그만 넘기고 말았어.
찢어질까 애써 보지도 못하고 넘겨 버린 페이지,
내가 한 글자 겪어 보지 못한 네가 그런 거겠지.
-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뜨고,

너는 지고 뜨질 않는데
이 새벽에 끝이 있을 리가.
-
싸우자는 게 아니었어.
내가 마음 놓고 어려질 수 있는 곳이
네 앞 밖에 없어서, 그래서 그랬어.
-
첫 줄에 내 이름을 적었다.
다음 줄에 네 이름을 적었다.

웃음이 났다.

내 소개를 하라는데,
네 생각만 가득하니.
-
멀쩡해 보여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속이 다 문드러져 겉이 얇아질대로 얇아진 사람
옅은 온기에도 힘껏 울며 녹아버릴 사람.
-
문득 드는 감정을 단지 흘러가게만 두지 마라.
우리는 가끔, 흘러간 생각과 감정들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서 돌아와
어쩔 수 없는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다.
-
-
-
좋아서 아껴 읽는다고 했는데, 벌써 마지막 장이라니 공감 가는 부분도 많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많은 책이었다.

역시 이런 분류의 에세이는 새벽에 읽어야 참 좋은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