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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그 나이 먹은 당신에게 바치는 일상 공감서
한설희 지음, 오지혜 그림 / 허밍버드 / 2016년 12월
평점 :
나는 아직도 여전히 어떠한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런 내 모습에 작은 희망을 품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아무것도 모른채 이 삶을 살아 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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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씨처럼 나에게 다가왔던 수많은 인연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혼자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소중히 보듬어 안았다가 상대의 달라진 행동에, 혹은 나 자신의 식어 버린 마음에, 버리기도 했고 내쳐지기도 했었다. 그들은 지금쯤 누구와 어떤 의미가 되어 지내고 있을까. 한때는 원망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부디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지내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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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겪고 너무 힘들 때, 아예 없었던 일로 되돌리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런데 그렇게 쉽게 리셋되는 게임 같은 인생이라면 가슴에 담을 추억 하나 없겠지. 돌이킬 수 없고, 힘들지만 상처 있는 삶이 그래서 소중한 이유다. 아픈만큼 성숙해질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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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이런 나를 자기 관리도 못하는 실패한 노처녀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게 잘난 것 없는 인생이었어도 <막돼먹은 영애 씨>의 작가가 되어, 배우의 입을 통해 인생을 노래할 수 있었던 나의 삼십 대를 부끄러워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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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가? 누군가 아무리 입 아프게 떠들어 대고 충고한들, 결국 걱정 많고 온전치 못한 삶을 다독이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건 본인 스스로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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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어른스러워질 거라는 바람고 달리 어른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그래도 방향을 잃지 않고 꿋꿋이 걸어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지 않게 어른이 되는 그 길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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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을 떠난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떠났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떠나가는 이가 있으면 새롭게 찾아오는 인연도 있기에 계속 슬픔에 머무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게 우리의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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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추억이라도 되새김질할 만한 기억들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그로 인해 생겼던 무수히 많은 상처들이 모인 집합체가 아닐까. 패기와 열정은 잦아들고 조심스러움과 두려움이 커져 버린 나이지만, 그렇다고 상처받을 일을 미리 두려워한다면 내 인생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그 인생은 행복할까? 그것 역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판 위에 새겨진 가느다란 홈의 궤적을 따라 음악이 흐르는 LP판처럼, 경험에서 비롯되는 상처의 궤적을 두려워한다면 내 삶 속의 재잘거리는 추억 소리도 들을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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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남자여서 인가 했는데 어차피 인생이란 다 비슷한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조금씩 공감이 가고 집중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다 똑같으면 재미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