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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간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 마음을 담아 전하는 선배 엄마의 그림 하나
정하윤 지음 / 이봄 / 2018년 2월
평점 :
임신 기간이었을 때만 해도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건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신생아는 두 시간에 한 번씩 먹어야 한다는 것, 밤낮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엄마는 하루종일 잠을 제대로 푹 자지 못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 ‘지식’이 ‘삶’이 되었을 때의 힘겨움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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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를, 내가 아기를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 애쓰는 것은 자식을 향한 사랑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더 먹어서 더 건강해지길 마음. 밥은 이렇게 사랑의 대명사 노릇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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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아기 사진을 올리며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 역시 나와 비슷한 엄마들과의 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집의 적막을 깨는 초인종 소리, 택배 아저씨마저 반갑다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엄마들은 외롭다. 그래서 아기를 들쳐 안고 힘들어도 굳이 외출을 하는 거다. 저렇게 어린 아기를 데리고 왜 나오느냐는 타인들의 눈총을 견디고, 식당과 카페를 왜 시끄럽게 만드느냐는 타박을 받아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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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없는 일과가 계속되면 어느 순간 권태가 찾아온다. 육아에도 권태를 느낀다고 하면 엄마 자격이 없는 것같이 들리겠지만, 누구든 아무런 변화 없이 같은 일을 계속하면 지루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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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나는 그녀의 심정에 너무나 공감했다. 나 또한 아이를 낳고 나서 ‘나만의 시간’이 절실해졌다. 아이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가 있다. 밤에 자리에 누워 돌아보면 나를 위해 보낸 시간을 꼽아보기 어려워 마음이 공허해진다. 집에 아이를 봐 줄 사람이 누구라도 있는 날에는 화장실에 자주 가곤 했다. 조금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리고 상상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조용히 밥을 먹고 혼자 종일 뒹굴거리며 책도 보는,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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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시간을 가지면,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고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아기에게 한번 더 웃어주고 아기의 짜증을 한 번 더 받아줄 여유 말이다. 그리고 덤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남편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지마저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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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굵직한 변화를 맞을 때마다 다른 스타일의 자화상을 선보인 스키예르벡의 모습은 왠지 나에게 용기를 준다. 나 역시 일생일대의 전환기를 맞아 나의 그 무엇이 사라지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들지만, 사실은 나도 그녀처럼 새로운 스타일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중이 아닐까, 예전의 색, 이전의 나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것은 지금이 과도기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실은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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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육아는 엄마들의 발걸음을 느리고 무겁게 만든다. 남들만큼 또 이전만큼 빨리, 많이 성취하기란 결고 쉽지 않다. 아니, 적어도 당분간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을 겨우 깨닫기 시작한, 자꾸만 마음이 달그락거리는 초보 엄마인 내게 쉬빙의 작품은 마음의 여유를 더 가져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 없다고. 그저 나의 길을 나의 속도로 가면,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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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함께할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은 지친 마음을 다시 가다금데 한다. 엄마 손을 잡고 싶어하는 오늘, 딸의 손을 꼭 잡는다. 엄마 옆에 있는 지금, 사랑을 충분히 표현해주는 것만이 훗날 내가 아이의 손을 놓아야 하는 그날의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디 그날, 아쉽다는 탄식 대신 뷔야르의 어머니 같은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이에 대한 온전한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차 웃으며, 행복한 이별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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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육아를 하면서 표현은 못해도 힘들어하는 어머님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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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림을 전혀 알지 못하는 나로써도 그림을 통해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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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보통 생활이 바뀌는 건 여자다. 남자도 물론 아이를 키우는데 도움은 주지만 자신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런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조금 더 내 어머니, 누나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박수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