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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시모키타자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니 [하드보일드 하드 럭]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책을 안읽었더군요. 처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을 읽었을때가 생각납니다. 처음 '바나나'라는 이름이 너무 독특해서 무심결에 책을 들었었지요. 사실 어렸던 탓인지 쉽게 공감할 수는 없었던 그녀의 책들. 그래서 한동안 그녀를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그녀의 신간 소식을 접해 추억을 되새기며 읽어보았습니다.
- 아빠가 죽었다. 엄마와 나만 남기고, 엄마와 나는 모르는 여자와 함께.
요시에는 아빠의 죽음 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를 합니다. 시모키타자와 거리에 있는 '레 리앙'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아빠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낌니다. 아빠가 살아있었을때 살았던 메구로는 아픈 추억이라면 시모키타자와는 그녀와 그녀 엄마에게 있어서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끔 해주는 곳입니다. 메구로에서는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슬픔속에 잠겨 있었다면 시모키타자와로 이사오면서 점점 아빠의 죽음을 받아드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요시에는 일상을 다시 즐길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의 방법으로 아빠의 죽음을 정리해 나갑니다. 엄마는 요시에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남편의 죽음을 정리해 나갑니다.
엄마와 딸이 아빠의 죽음을 정리해 가는 모습이 참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여자와 함께 자살한 남편을 정리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려는 딸과 자신에게는 나쁜 남편이였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딸에게는 자상했던 아빠였기에 딸이 아빠를 위해 공양드리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엄마의 모습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전해져왔습니다.
[안녕 시모키타자와]는 정말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읽었습니다. 어린날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의 감성이 하나하나 천천히 제 맘속에 녹아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읽으면서 이해 못할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일본과 우리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나는 요즘에야, 특히 아빠가 죽고 아빠네 밴드가 해체된 후에야,
개인의 힘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고, 그 사람이 없어지면 끝나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오래가기는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지금 음미하고 경험하고 싶다고 절감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
그냥 들어서는 '지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전혀 와 닿지 않는데,
거리에서 누가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는 어제까지의 나날을 소중히 하고 싶어진다.
인간은 그 정도 규모로밖에 실감할 수 없도록 생긴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구가 없어진다고 하면,
글쎄 그때가 되어 봐야 알지 하는 정도인데,
시모키타자와가 없어진다고 하면 더럭 겁이 난다.
사람이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