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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 카브레 - 자동인형을 깨워라!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뜰boo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위고 카브레>는 영화 <휴고>의 원작 소설입니다. 영화 <휴고>는 2012년 제 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을 휩쓸며 입소문을 타기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 영화, 가족 영화라는 인식때문에 '니가 그래봤자 애들 영화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원작 소설 <위고 카브레> 역시 2008년 미국 최고의 동화작가에게 수여되는 칼데콧 상까지 받음으로써 그 명성을 입증했지만 또 역시나 제 맘속에선 '그래봤자 애들 소설이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뭐 별거 있겠어, 그냥 애들껀데 좀 기발한가보지, 뭐.' 이런 생각으로 별 기대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우와!
그런데!
아주 독특한 구성을 가진 동화책이였습니다. 상당한 두께를 자랑하길래 글밥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는데 두꺼운데는 이유가 있더군요.
<위고 카브레>는 글과 그림이 함께 이루어져 있는 책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글을 대신해줍니다. 그리고 그림을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그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것같은 착각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바라보는 상황을 독자가 같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즉 그림은 글의 보조역할이 아니라 글과 똑같은 위치에서 당당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역시 아주 멋집니다. 연필로 그린듯한 이 삽화들은 하나같이 세밀하고 정교합니다. 그리고 눈그림같은 경우엔 정말 그 눈속에 인물들의 감정이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의 구성 역시 참 이 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이 페이지를 가득채우기도 했다가 텅텅비워두기도 하는데요, 꼭 이야기의 강약조절을 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그림과 같이 어울어져 있어서 그런지 이 글조차 그림과 어울어져 하나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이런 구성적인 면이 정말 멋진 책이였습니다.
내용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차역내 커다란 시계탑을 혼자 관리하며 숨어 살고 있는 열두 살 소년 위고 카브레,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위고에겐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고장 난 자동 인형만이 자신의 전부입니다. 위고는 자동인형이 움직이게 되면 아버지의 숨겨진 메시지가 나타날 거라 믿으며 자동인형을 고치려고 마음 먹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장난감 부품을 훔쳐야 했는데요, 그러다 장난감 가게 주인 할아버지에게 들키게 되고 아빠의 유품인 수첩을 빼앗기게 됩니다. 위고는 수첩을 되찾으려 하는데......
뭐 아이들 책이다 보니 당연히 해피엔딩에 교훈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 결말이 훈훈해서 또 마음에 듭니다.
더불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장난감 할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가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실존 인물의 이름 역시 '조르주 멜리에스'입니다.
프랑스의 영화감독으로 트릭영화를 만드신 분이라고 합니다. 이분은 정말 자동인형을 만들었으며, 박물관에 기증했는데 안타깝게 화재로 불타버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거기서 모티브를 얻고 이 책을 썼다고 하는군요. 책속 영화장면 역시 실제 영화의 한장면을 가져온 거라고 합니다. 오~ 알고보니까 더 소설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왠지 그냥 아이들 책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좀 안타까운것 같습니다.
이 책은 글, 그림 그리고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점, 이 삼박자가 참 절묘하게 잘 어우러지는 책입니다. 읽을 수록 몰입하게 만드는 책 <위고 카브레>,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기기에 손색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고장난 기계를 보면 내 마음이 불편한 것도 그 때문이야.
왜냐하면 기계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거니까."
......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만일 네가 자신의 목적을 잃어버린다면......
너도 고장 난 기계나 다름없어."
p.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