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절강성 소흥
소흥은 인문학적 유산이 풍부한
곳으로 작은 도시지만 많은 역사적 유적을 보유한 곳이라고 한다. 상해 근처에 있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나 역시 중국
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소흥은 무척이나 생소하게 다가왔다. 소흥 그곳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부차와 구천이 복수를 위해 와신상담했다는 고사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이야기다. 소흥, 이곳이 바로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그래서 도시 곳곳에 부차와 구천, 구천을 도와
복수를 성공시킨 범려와 문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흥 옆 제기 시에는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멸망시키는데 일조한 중국 4대 미녀 서시의
유적지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다시 소흥으로 돌아오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아Q정전을 쓴 중국 근대문학의 거장 노신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노신고리에는 노신이 쓴 소설 속 인물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고향이기도 해, 소흥엔 저자의 말처럼 인문 기행을 하기엔 정말 안성맞춤인
도시이다.
2. 황주 - 소흥주
: 저자는
책머리에 중국술을 이야기하기 위해 황주의 본고장 소흥을 소개한다고 했다. 여행 내내 소흥주를 즐겼다는 저자답다. 저자는 황주 중에서도 소흥에서
생산되는 소흥주는 프랑스산 최고급 와인에 지지 않을 좋은 술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여행을 하면서 백주랑 맥주만 마셨던 나로서는 소흥주의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상해로 출장을 간 남편에게 간 김에 꼭 소흥주를 마셔보고 올 때 한 병 사 오라고 부탁까지 했다.
남편은 상해의 한 식당에서 중국 10대 황주 중의 하나인 "女兒紅"을 맛보았다며 인증샷까지
보내주었다. 맛은 달콤한 와인 같았다고 한다. 남편은 나를 위해 상해 면세점에서 소흥주를 찾았지만 상해 면세점에서는 소흥주를 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남편만 소흥주를 맛보았다. 뭐, 남편이라도 황주의 맛을 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3. 서성 왕희지
서예를 취미로 시작한 지 2년이
지나간다. 서예를 시작하면서 해서, 전서, 예서, 초서, 행서를 구분할 수 있게 된 뒤로, 건물에 쓰인 편액, 대련에 눈이 가고, 유명
서예가들의 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특히 한문 서예는 아직도 중국 서예 대가들의 법첩을 보며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왕희지가 쓴
난정서도 접할 수 있었다. 난정계회에서 술을 마시고 썼다는 난정집서는 지금도 행서의 모범으로 일컫는다. 서실에서는 술을 한 잔 마시면 왕희지처럼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런 유명인을 이곳에 가면 만날 수 있다니, 서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소흥이라는 도시가
더욱더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4.
한시
서예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멋진 글로 멋진 이야기를 끄적이고픈 욕망이랄까.
이야기 곳곳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한시에 나도 모르게 붓을 들고 싶은 충동이 든다. 특히 하지장의 시 영류(咏柳)는 참으로 내 감수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시였다.
碧玉妝成一樹高 萬條垂下綠絲條
不知細葉誰栽出 二月春風似剪刀
벽옥으로 장식한 높은 나무 한 그루
일만 가지 푸른 실이 아래로
드리웠네
가느다란 잎새를 누가 재단해내었는가?
이월 달 봄바람이 자르는 가위
같네.
5. 마침
아쉽게도 의흥은 소흥을 가는 김에 곁다리로 거치는 곳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그곳의 이야기엔 크게 감흥이 일지 않았지만 딱 하나, 서비홍의 말 그림은 내 마음을 훔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