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문호의 자전소설 <한눈팔기>


1. 한눈팔기
 <한눈팔기>는 1915년 나쓰메 소세키가 사망하기 1년 반 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자전소설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나쓰메 소세키는 유학까지 다녀와 대학 강사로 일하고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은 일, 유년기에 남에게 수양아들로 보내졌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왔던 일, 가족 관계 등등 자신의 실제 경험을 주인공 겐조의 모습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2. 겐조 
 겐조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사람이다. 유학까지 다녀와서 배운 것 많은 이 남자는 우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살고 싶지만 막상 현실은 그를 우아하게 살 수 없게 만든다.
 돈. 돈. 돈.
  자신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아내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힘들게 사는 형, 누나, 장인 때문에도 돈이 필요하다. 심지어 과거에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양아버지와 양어머니까지 달려들어 그에게 돈을 요구한다. 

 아내가 친정으로 떠났을 때 겐조는 잠시 편안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 없었다. 세속에서 말하는 "도리"라는 걸 겐조는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열심히 돈을 벌지만, 겐조는 그 돈을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서 쓸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달려드니 겐조는 없는 돈을 빌리기까지 해야 한다. 장인의 보증을 서주지 않고, 양아버지였던 시마다의 요구도 거절하지만, 확실히 끊어내지는 못하고 약간의 돈이라도 건네줘야 했다. 겐조의 주변 사람들은 겐조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돈은 겐조의 발목을 잡는다.  겐조는 현재에 목 졸려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겐조는 읊조린다.
 

나는 결국 어떻게 될까?

 

3. 과거, 현재, 미래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

  끝난 줄 알았던 시마다와의 인연 역시 오랜 시간에 지난 뒤에 스멀스멀 올라와 다시 겐조의 발목을 잡은 것처럼 과거의 일은 절대 매듭지어지지 않는다. 과거는 늘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과거가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내가 되고, 미래의 내가 된다. 과거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의 나로 인해 현재의 내가 씁쓸한 일을 다시 겪어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겐조가 어쩌지 못 했던 것처럼. 타인이 보기엔 그냥 무시하면 될 것 같지만(그래서 아내는 겐조가 답답했겠지만) 당사자가 연민, 증오, 동정, 애증 등등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는 과거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겐조는 자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4. "나쓰메 소세키"와 "겐조"
 겐조의 모습이 나쓰메 소세키 자신의 모습이라면, 나쓰메 소세키는 참 불행한 사람이었을 것 같다. 비록 그가 쓴 글이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하더라도, 죽기까지의 그의 삶은 참 안쓰럽다. 누구 하나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고, 그에게 이해받기만을 원하고, 그에게 동정받기만을 원하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지 못 했던 것 역시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면 더더욱 불쌍하다. 유년기의 삶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었던 나쓰메 소세키에게 글이란 무엇이었을까?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출구? 

 나쓰메 소세키는 왜 글을 썼을까?

 잘 모르겠다. 그는 이미 죽었고, 그에 대한 많은 해석이 붙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를 잘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