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숲속의 현자가 전하는 마지막 인생 수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토마스 산체스 그림, 박미경 옮김 / 다산초당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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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경제대학 졸업 후 잘나가던 직장 등 세속의 지위를 내팽개치고, 태국 아잔 차 스님의 숲속 사원과 영국 등 유럽에서 17년간 승려 생활을 하다가 환속한 뒤 루게릭 병에 걸려 2022년 1월 생을 마감한 어느 구도자의 영적 여정. 


승려 생활에서 얻은 깨달음뿐 아니라 생활하며 힘들었던 점, 환속의 과정, 내면의 갈등을 솔직히 털어놓는 장면들에서 인간적 진솔함이 느껴졌다. 우울의 나락에 빠졌다가 회복하는 등 자기 고백적 글의 전체 흐름이나 일관된 메시지가 다소 두서없이 느껴졌으나, 진리와 가치 있는 삶을 향한 저자의 열정만은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런 게 없었더라면 애당초 출가하려고 마음먹지도 않았을 터. 


독자들은 저자의 이러한 비상한 인생 행로에 일단은 관심이 끌려 책을 집어들게 된다(스웨덴 방송국에서 그를 인터뷰한 이유도 그것일 테다).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숲속으로 출가했다고? 17년이나 승려로 생활했다면 우리에게 뭔가 특별한 깨달음을 선사하겠지? 저자가 독자에게 어떤 특별한 위로와 지혜의 메시지를 전할지, 독자들은 일단 주목한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그다지 특별한 메시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다 "좋은 말"인데, 그게 마음에 콕 와닿지는 않는다. 내 마음이 닫혀 있는 탓일까. 예컨대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 세상 전체가 반드시 좀 더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의 모습으로서 존재합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우리가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삶 자체에 다가갈 유일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다정하게, 다정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 맞는 말, 좋은 말이지.. 부정할 수 없이 "옳은" 메시지다. 어떤 독자는 이 책의 글이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한다. 그러나 나는 저자의 본의나 진심과는 별개로, 이런 글은 글 자체로서는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물론, 삶이 글보다 중요한 건 맞다. 삶에 값하지 못하는 위선적이고 허무맹랑한 글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많은 명상 서적이 이런 함정에 빠진다. 저자의 의도는 그게 아니겠지만 "맞는 말, 좋은 말 대잔치" 책에 나는 독자로서 좀 지쳤다. 그나마 책의 핵심 메시지라면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17년간 숲속에서 수행해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다 믿지는 않게 되었다는 것"(p.8)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면 여름날 아침 풀밭에 맺힌 이슬처럼 근심이 사라지게 되는 마법의 주문: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p.130)


그래,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매우 특별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책의 중심 메시지로 삼았다면, 각각의 메시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어땠을까. 더 이상의 전개 없이 흐름이 뚝 끊어진 채 다음의 '좋은 말'로 넘어가는 글의 전개가 다소 아쉬웠다. 


저자의 깨달음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의 깨달음을 내가 얼마나 이해하고 체득했는지도 자신 없고 부끄럽다. 하지만 "전 세계를 울린 이 시대의 마지막 지혜" "스웨덴 30만부 판매" 등의 대단한 수식어에 비해, 그만큼 새롭고 특별한 울림이 담긴 책으로 보이진 않았다. 글쎄, 그런 메시지를 이런 책에서 구하는 것 역시 나의 욕심일까 . 그 욕심마저 알아차리고 내려놓아야 하는 걸까.. 


다음은 책에서 발견한 오타: 


p.64 밑에서 셋째 줄: 오계(伍戒, 한자 오류) -> 오계(五戒)

p.65 밑에서 아홉째 줄: "아버지가 그어놓은 과도한 근본주의와 아닌 것의 경계선이나 다름없었습니다."(문장 의미 불분명)

p.144 위에서 셋째 줄: "어떤 노력도 통하지 않습니다" -> "통하지 않았습니다."

p.221 밑에서 열째 줄: "다른 사람들도 온전한 사랑을" -> "다른 사람들에게도 온전한 사랑을"

p.261 위에서 아홉째 줄: 대오(大惡) -> 대오(大悟)(한자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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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지식 -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지의 체력 단련법
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유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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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18년 출간 이후 2년 만에 17쇄를 찍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반응인 듯.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나 개인적으로는 꽤 좋았는데,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나 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학문과 배움을 주제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느 일본 노교수의 충언과 무용담이다.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걸어온 어느 노학 학자의 당당한 기개가 느껴졌다. 또 오늘날 젊은이들을 향한 노교수의 무한한 애정과 충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학문하는 장면을 둘러싼 일본의 근대 풍경을 일화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다(일본 최초의 노벨상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라든지, 교토대학의 학문적 풍토 등등..) 


저자의 기본 생각은, 대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풀어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학의 존재 의의다. 왜냐하면 대학 이후에 부딪혀 살아가게 될 실제 사회는 어딜 가나 정답 없는 상황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를 위한 연습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또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준비된 인재, 기업이 원하는 인적 자원을 배출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질을 보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한다. 일본 사회가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노교수가 한국의 상황을 봤다면 아마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한국은 대학이 이미 취업 준비기관이 된 지 오래이며, 한발 나아가 기업이 아예 대학을 만들고 운영하지 않는가.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 노교수의 충언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세상의 자본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모든 것이 자본과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가속화된 현실은 그칠 줄 모른 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 노교수가 궁극적으로 희구하는 것은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개척해 나갈 줄 아는 본래적 의미의 인간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이런 바람에 동의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아니, 사람들은 이런 생각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생활수준을 누릴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자, 이 노교수의 평생에 걸친 충언을 앞에 두고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와 부모들은, 그리고 우리 대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를 위한 작은 생각의 소재로 삼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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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볼 수 없는 책 - 귀중본이란 무엇인가
장유승 지음 / 파이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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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볼 수 없는 책을 보는 호사를, 특권을 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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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 - 마땅히 불편한 말들
미켈라 무르지아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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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읽어야 할 책 같은데.. 구매자 성 분포가 남성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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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자들 - 폭력은 빈곤을 먹고 자란다
게리 하우겐 외 지음, 최요한 옮김 / 옐로브릭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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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예뻐서 사봤다. 내용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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