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지식 - 새로운 공부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을 위한 지의 체력 단련법
나가타 가즈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유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에서 2018년 출간 이후 2년 만에 17쇄를 찍었다는데 우리나라에선 그에 훨씬 못 미치는 반응인 듯.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나 개인적으로는 꽤 좋았는데,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나 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학문과 배움을 주제로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느 일본 노교수의 충언과 무용담이다.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꿋꿋이 자기 길을 걸어온 어느 노학 학자의 당당한 기개가 느껴졌다. 또 오늘날 젊은이들을 향한 노교수의 무한한 애정과 충심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학문하는 장면을 둘러싼 일본의 근대 풍경을 일화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재미있다(일본 최초의 노벨상수상자인 유카와 히데키라든지, 교토대학의 학문적 풍토 등등..) 


저자의 기본 생각은, 대학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가르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풀어보려고 시도해 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대학의 존재 의의다. 왜냐하면 대학 이후에 부딪혀 살아가게 될 실제 사회는 어딜 가나 정답 없는 상황 투성이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이를 위한 연습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또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곳이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준비된 인재, 기업이 원하는 인적 자원을 배출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질을 보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적 발상이라고 한다. 일본 사회가 이럴진대, 우리나라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이 노교수가 한국의 상황을 봤다면 아마 기절초풍했을 것이다. 한국은 대학이 이미 취업 준비기관이 된 지 오래이며, 한발 나아가 기업이 아예 대학을 만들고 운영하지 않는가. 


오늘날 젊은이들이 이 노교수의 충언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의문이다. 세상의 자본주의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모든 것이 자본과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가속화된 현실은 그칠 줄 모른 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 노교수가 궁극적으로 희구하는 것은 자기 삶을 자기 힘으로 개척해 나갈 줄 아는 본래적 의미의 인간을 키우고 싶다는 열망일 것이다. 이런 바람에 동의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아니, 사람들은 이런 생각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먹고 사는 문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고,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생활수준을 누릴 것인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자, 이 노교수의 평생에 걸친 충언을 앞에 두고 우리는, 우리의 젊은이와 부모들은, 그리고 우리 대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이를 위한 작은 생각의 소재로 삼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