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명상 -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
헤네폴라 구나라타나 지음, 손혜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나왔던 <가장 손쉬운 깨달음의 길>의 개정판.

미국에서 많이 팔린 위빠사나 명상의 기본서. 저자는 80이 넘은 스리랑카 출신 노스님으로 미국에서 Bhavana Society(www.bhavanasociety.org)라는 불교 수행 단체를 이끌고 계신다. 2005년인가 1개월 동안 한국을 방문하신 적도 있다. 

당신 나는 안성에 있는 모 사찰에서 스님이 지도하시는 집중수행 코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처음 스님을 뵀을 때의 그 감동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어떤 감동인가는 아래에서 기술하겠다). 어쩌면 당시 스님에 대해 가졌던 무한한 존경의 마음이 나로 하여금 지금도 이 '이상한' 이름의 수행을 놓지 않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나의 경험상 수행은 힘들여 열심히 하는 것보다 관심과 주의를 주는 듯 마는 듯 하며 -물론 그 본의는 수행의 이득을 누리기 위한 것이다- '놓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마치 연애를 할 때처럼 나름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스님께 느낀 감동? 당시 집중수행을 위해 법당에 모인 50여명의 참가자들이 처음 스님을 뵌 것은  스님이 법문을 들려주시고 수행을 지도하시기 위해 천천히 법당으로 걸어 들어오실 때였다. 아주 유명한 스님이기에 따르는 시종만도 최소한 5-6명은 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전혀 뜻밖에도 스님은 홀홀단신 혼자 그 머나먼 길을 오셨다. 단지 통역을 위한 단 한 사람의 재미동포만 대동하셨다. 스님이 가지신 짐이라곤 어깨에 매는 바랑 하나.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스님의 움직임은 살아 있는 알아차림의 표본을 보는 듯했다. 문을 열고 천천히 걸어나오시는 모습은 기력 없는 노인의 모습은 결코 아니었다. 발걸음을 포함한 모든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고귀한 모습 그 자체였다. '알아차림'을 설법하는 많은 스님과 설법자들을 보았으나 나는 그것을 이 스님처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분을 별로 본 적이 없다. 말하자면 '알아차림의 대가' '알아차림의 능숙한 달인'이라고 할까. 스님은 또한 법문에도 능숙한 분이다. 미국 모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으실 정도로 논리적이고 지적인 분이시다.

여기서 알아차림이 도대체 뭐길래 그게 그렇게 감동적이냐가 설명되어야 내가 느꼈던 감동이 설득력 있게 전달될 것 같다. '알아차림'은 빨리어로 sati(사띠), 영어로 mindfulness(마음챙김)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미얀마나 스리랑카, 태국 등지에서 수행하는 위빠사나 수행법을 근간으로 하는 근본불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설명을 위해 편의상 개념화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수행자가 수행을 통해 직접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알아차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단히 실제적인 개념이다. 8가지 팔정도 중 하나인 정념(正念)이 바로 그것이다. '바른 기억'이라는 번역은 매우 불완전하고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번역이라 하겠다. 불교의 8만4천 법문을 하나로 축약한다면 단연코 바로 이 '알아차림, 사띠'다.

그렇다면 알아차림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그것은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데 우선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모든 감각, 경험, 생각, 의도 등을 그것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바로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철저히 제대로 알아차리게 되면 그것들이 갖는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설명은 아직 인지과학, 인식론, 심리학, 철학 등의 분과 학문에서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중요한 것은 직접 수행을 통해 그것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것들의 해로운 영향에서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되는가? 우선 내 몸과 마음에 낀 습관적인 때가 제거되니 청정해진다.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몸도 더 건강해진다. 음주나 흡연 등 중독성 습관에서 해방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자애심이 샘솟듯 솟아난다. 알아차림의 이득은 여기서 다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어쨌든 나는 수행을 통해 알아차림이라는 과정에 이토록 위대한 행복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것을 여러 사람의 행복을 위해 공유하고 싶다.

위빠사나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나와 관계 없는 먼 나라의 이상하고 신비스런 수행법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이름에 잘못 이끌려 실제를 놓치는 것이다. 그러니 위빠사나라고 하여 괜히 어렵고 모호한 것으로 보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냥 '근본불교의 명상 수행법' 혹은 '붓다가 깨달음을 이룬 바로 그 수행법'이라고 하자. 앞으로 더 많은 논의와 연구를 거듭하여 모든 인류가 더 잘 사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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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 2008-10-21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행에 도움이 되도록 쉽고 명료하게 쓰신 리뷰가 아주 훌륭합니다. 메타님의 글을 보니 담마를 제대로 아는 분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아!요즘 사띠하며 붓다의 친해지고 있습니다. 행복도 함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