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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마음챙김을 심리학적 자기계발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논지를 펴기 위한 단순명료한 구조 설정으로서는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나, 마음챙김을 제대로 알고 하는 비판이어야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사실, 마음챙김은 심리학적 자기계발보다 훨씬 근원적인 차원의 자기 변화를 위한 수행이다. 문제는 마음챙김을 심리학적 자기계발에 끌어다쓰는, 영적 수련으로부터 탈맥락화시키려는 현대의 자본주의적 시도일 것이다.(마음챙김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독자라면 저자의 설명만 읽고 마음챙김을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어떤 것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또 저자는 마음챙김을 비롯한 개인적 깨달음보다 사회의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에 서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나의 개인적 생각은 사회적 변화보다 개인적 깨달음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접하고 보니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지금으로서는 개인적 깨달음과 사회 변화, 둘 다 중요하다는 절충적 입장에 설 수밖에 없어진다.
각각의 철학자에 대한 소개는 간결하며 설득력이 있다. 전체적으로 나는 저자가 철학적 원리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모든 가치의 도구화라는 사회적 흐름에 역행하려는 저자의 심지가 책의 맥락 전체를 걸쳐 흐른다. 도구화에 반대한다는 논지가 자주 반복되는 점은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뭐, 저자의 일관된 주장을 독자에게 전하려는 강한 의지의 발로라면 봐줄 만하다.
번역은 아주 훌륭하다. 경어체 번역은 독자에게 친근하고 쉽게 다가가는 장점이 있지만,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번역은 아닐 것이다. 원문의 의미를 확실하게 꿰차고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자연스럽게 풀어준 번역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저자의 메인작이라는 <스탠드펌>도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