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문고본)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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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과달루페 네텔 지음 최이슬기 옮김 바람북스


주인공 라우라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아무 부담 없이 연애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비혼 여성이다. 라우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 이네스(이네스는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페미니스트 이름)를 맞이하는 친구 알리나와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아들 니콜라스와 사사건건 부딪치는 옆집 여자 도리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라우라는 집 베란다에 둥지를 튼 비둘기 가족을 쫓아내려다 실패하고는, 오히려 비둘기 부모가 어떻게 새끼를 먹여 살리는지 궁금해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아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네스와 니콜라스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모두가 죽을 거라던 이네스는 엄마 젖을 찾아 살아보려 애쓴다. 옆집 아이 니콜라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라우라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이네스는 오늘 태어날 거야』 장애아와 그를 돌보고 지켜보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또 고통받는 여자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너무도 많은 아픔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하루 아픔을 견뎌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적으로 풀어낸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 아픔에만 빠져있지 말자. 주변을 돌아보면 내 아픔을 들어주고 손 내밀어 줄 이가 한 사람은 꼭 있다. 또 나도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다. 내 아픔에만 빠져있지 말자. 그 순간에도 기쁨이 있다. 또 나는 살만하다고 내 삶 속에만 머물지 말자. 한 발자국만 내디뎌 보자. 서로 한 번만 손 내밀어 보자.’     


힘겨운 내 삶에 손 내밀어 준 이들이 떠오른다. 나도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적이 있었던가?     



잠든 아기를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 존재의 취약함을 응시하는 것이다. 아기의 부드럽고 평화로운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평온함과 경외감이 교차한다. 내 눈앞의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의 느긋하고 말캉한 얼굴과 젖이 흘러내리고 있는 한쪽 입꼬리, 완벽한 눈꺼풀을. 그리고 매일 세상의 모든 요람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들 중 하나가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마치 우주에서 밤의 어둠을 밝히고 있는 수많은 별들 사이로 사그라드는 하나의 별처럼 소리 업이 숨을 거두고,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혼란도 야기하지 않는다. 아기의 어머니는 평생토록 슬퍼한 것이며, 가끔은 아버지도 그럴 것이다. 남들은 놀랍도록 쉽게 체념하며 그 죽음을 받아들인다. - P11

자기 자식이 얼마난 살 지를 아는 어머니는 없다. 자식은 그저 우리가 빌려온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 대여기간은 몇 시간부터 몇 십 년까지 다를 수 있다. 이네스의 경우는 극도로 짧을 것이다. - P90

배우자를 잃은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존재하고,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부르는 단어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부르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아사망률이 매우 높았던 이전 세기와 다르게, 우리 시대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 여긴다. 너무나 두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한 그런 일일 것이다. - P95

"현재를 사는 것이 최선입니다. 단 일주일이라 해도 앞서 계획하지 마세요. 따님은 지금 건강하지만, 뇌는 언제라도 멈출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머지 기관들도 그렇게 될 겁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가능한 만큼 즐기세요.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세요. " - P151

도리스 마음을 왜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니콜라스는 그녀의 아들이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학대했던 남편을 기억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 새끼는 죽었고, 어떤 의미로는 그녀가 운이 좋았지만, 그의 폭력은 아들을 통해 아직도 그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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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에 대한 탐구
노충덕 지음 / 모아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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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어도 읽습니다』

제목을 보고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했다. 책 소개 책인가 보다 했다.


부제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인생의 탐구다.


철학책인가? 사상서일까?


저자는 ‘간서치’ 이덕무를 부러워한다고 하지만 이미 그를 능가하게 책을 읽는 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의 전작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별일 없어도 책을 읽는” 그는 이미 ‘책벌레’다.     


챕터는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 


01 폐문 독서와 마주하기 
02 선인들의 삶에서 배우기
03 문제 의식에 대해 결별하기     


AI가 인터넷이 온갖 정보를 알려주는 21세기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선조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외면했던 일들을 바로 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챕터 별로 10개 안팎의 꼭지들이 담겨있다. 챕터별로 읽어도 좋고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전혀 별개의 꼭지가 아니라 큰 틀에서 보자면 연결되어 있다. 예전에 한창 인기를 끌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리즈’가 생각날 수도 있다.      


꼭지마다 다양한 책 이야기가 빼곡하게 담겨있다. 책을 펼쳐서 몇 장 읽다 보면 책 속에 등장하는 책과 저자들에 놀란다.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에세이, 소설,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철학까지 정말 방대한 이야기를 우리 삶에 어우러지게 풀어냈다.     


욕심내서 책을 요점 정리만으로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랑할 요량이 아니라면 찬찬히 읽는 것을 권한다. 꼭꼭 씹어서 읽고 또 생각해 내서 자신의 것을 만들고 읽고 싶은 책은 적어 두었다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내 것을 만들어야 작가가 말한 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리라. 아무리 많은 책을 읽은들 생각하지 않으면 남의 생각일 뿐 내 삶의 문제를 풀어주지는 못한다.

안다는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알면 보이고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 알려면 배워야 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배움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일어난다. 외부에서 주어지면 교육이고, 스스로 배워 쌓으면 교양이다. 배워 알게 되었다고 끝이 아니다. 생각해야 한다. 사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곰곰이 생각지 않으면 오류를 알 수 없다. - P19

미국과 중국이 공간을 두고 다투는 범위와 파장은 더 커질 것이다. 우리에게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라는 압박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지리와 역사를 너무 소홀하게 다룬다. 섬이 되어버린 한반도를 벗어나는 공간 인식이 절실하다. 길눈이 어두운 사람을 길잡이로 삼을 수 없다. 세계를 무대로 살아가야 할 지정학적 운명을 지닌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보인다. - P78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의 길은 다른 데 잊지 않고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 《맹자》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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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건네는 바통 - 제46회 샘터 동화상 수상작품집 ㅣ 샘터어린이문고 80
진선미.양수현.이혜미 지음, 어수현 그림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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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건네는 바통』 진선미 양수현 이혜미 그림 어수현

제 46회 샘터 동화상 수상 작품집 『너에게 건네는 바통』

 

몽실몽실한 마음이 피어오르는 두 아이 민주와 종우, 아픈 할머니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하는 은서, 그리고 맘과는 다르게 친구의 스마트폰을 훔치고 고민에 싸인 하진이가 건네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너에게 건네는 바통」 진선미

 

차민주와 전종우는 이어달리기 짝꿍이다. 지난해 종우가 바통을 받다가 넘어져서 다 이긴 경기에 지고 말았다. 올해도 종우는 자꾸만 바통을 떨어뜨린다. 민주는 답답해서 연습이라도 더 하자고 하지만 종우는 방법을 찾겠다고만 한다. 체육대회가 다가올수록 민주는 답답하고 걱정이 된다. 일 때문에 바쁜 부모님이 이번 체육대회에는 딸을 보러 온다는 말에 민주는 꼭 1등을 하고 싶다. 그런데 종우는 바통 연습도 안 하고 너무 태평해 보인다. 민주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체육대회 날 아침 종우는 드 디 어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어떤 방법일까?

민주와 종우는 실수 없이 바통을 잘 건넬 수 있을까?

 

 

「돌절구 합창단」 양수현


병원에 계신 할머니 집을 정리하면서 집 앞에 내놓은 돌절구. 은서는 그 돌절구가 안쓰럽다. 친구 지우가 가져온 손수레에 실어 자기 집으로 가져온다. 엄마에게 핀잔을 듣지만, 은서는 돌절구로 무얼 하면 좋을까 궁리한다.

 

새들이 마시도록 물을 채워 넣었지만 무언가 아쉽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던 보라색 부레옥잠꽃이 생각나 학교 선생님께 얻어다 물에 띄운다. 은서는 부레옥잠이 할머니나 되는 것처럼, 날마다 이야기하고 보살핀다. 어느날 부레옥잠 근처에서 꼬물꼬물 헤엄치는 올챙이가 보인다. 며칠이 지나자,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더니 개구리가 되었다. 마당에는 개구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은서는 할머니가 어서 빨리 퇴원해서 개구리 가족을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할머니께 보낸다.


 

「빚 갚는 도둑」 이혜미

 

하진이는 민혁이의 최신 스마트폰이 탐났다. 체육 시간에 다들 운동장으로 나가고 하진이도 나가려다 민혁이의 스마트폰을 보려고 가방을 열었다. 밖에서 소리가 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 안으로 스마트폰을 밀어 넣었다.

 

체육 시간 끝나고 교실은 스마트폰을 찾느라 난리가 났다. 체육 시간에 가장 늦게 나간 하진이는 의심을 받는다. 그 와중에 학교 인쇄실에서 선생님 노트북이 도둑맞는다. 하진이는 인쇄실을 지나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본 기억이 난다. 하진이는 도둑을 잡으면 스마트폰 사건은 잊힐 거로 생각하고 인쇄실 범인을 잡겠다고 인쇄실로 향한다.

 

하굣길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만난 하진이가 할아버지를 다그친다. 할아버지는 전쟁 때 학교에서 종이를 훔쳐다 흙벽에 바르며 겨울을 났던 얘기를 하며 지금은 폐지 주워 모은 돈으로 학교에 종이를 한 상자씩 가져다 둔다고 했다.

학교 도난 사건의 범인은 근처 중학교 학생들이었다.


하진이는 이제 어떻게 할까?

 


 

 

전종우는 우리와 다른 마음인 걸까? 이기고 싶지 않은 걸까?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고개도 들 수 없었다. 실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 P22

"이번엔 진짜 바통 안 놓칠게. 꼭 이길게."

전종우의 눈이 완전한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수줍게 웃었다. 깜깜한 밤도 아닌데, 한낮에 뜬 초승달이 환하게 빛났다. 눈이 부셨다. 이번에 먼저 고개를 돌린 건 나였다." - P34

돌절구는 쓰레기통처럼 더러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과자 비닐봉지나 먹다 남은 음료수병을 돌절구 속에다 마구 버렸기 때문이다. 피다 버린 담배꽁초도 있었다. 나는 지저분해진 돌절구 안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 P37

유난히 달빛이 밝은 밤, 창문 틈으로 들리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에 잠에서 깼다. 노랫말을 싣고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할머니의 포근한 냄새가 묻어 있었다. 기력을 쉽게 찾지 못하는 할머니가 너무 그리운 밤이었다. - P55

체육 수업 시간 내내 마음이 초조했다. 혹시라도 주머니에서 민혁이의 스마트폰이 고개를 내밀까 봐 가슴이 두근거렸다. - P64

할아버지가 왜 이제라도 빚을 갚으려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참아 왔던 긴 한숨을 ‘후‘ 하고 내뱉었다. 무거웠던 한숨이 창문 밖으로 가볍게 흩어졌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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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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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두에 나오는 시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

 

나무여, 이렇게 잘려 나간 모습이라니,

이렇게 기이하고 낯설게 서 있는 모습이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네 속에 반항과 의지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

나는 너와 같다. 고통스럽게 베어지는

삶을 끝내지 못했고

날마다 야만의 고통을 견뎌 내며

또다시 저 빛 속으로 얼굴을 내민다.

내 안의 연약하고 부드러웠던 것을

세상은 죽도록 조롱했지만,

내 본질은 파괴될 수 없는 것.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가지를 수백 번 찢어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틔워 내고,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헤세의 마음과 생각이 이 시 한 편에 오롯이 드러난다.

 

헤세는 삶을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진보는 이루어지지 않으며 불구덩이 같은 모순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허무주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헤세는 다시 말한다, 인간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리고 자신을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유일한 길이라고도 말한다. 헤세는 허무주의자가 아니다. 고결하게 저 위쪽 어딘가에서 세상을 관조하며 삶을 마감한 이도 아니다. 헤세는 전쟁을 반대했으며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했고 인간과 자연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살아갔다.

 

이 책은 서간집은 아니지만, 많은 편지글이 나온다. 자신을 존경하는 이에게, 사랑하는 아들에게, 또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편지로 자신의 진실한 마음과 생각을 담아 보낸다, 때론 담담하게 때론 사랑을 담아 또 때론 따끔한 회초리를 담아서.

 

 

글을 쓴 이는 헤세지만 이 책을 만든 이는 편집자 폴커 미헬스다. 그는 헤세의 유고집을 편찬하고 헤세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43년생인 미헬스는 헤세의 공향 칼프에 헤세 박물관을 건립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으며 은퇴 후에도 헤세의 작품을 연구하고 편집하는 데 몰두했다고 한다. 그동안 몰랐던 헤세의 말과 글들을 찾아서 잘 엮어낸 이에게 감사한다.

 

#미친세상과사랑에빠지기 #열다 #헤르만헤세 #열림원


우리는 일단 인간이 새와 개미보다 결코 더 중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가볍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삶의 잔혹함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원망스럽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그 절망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수긍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연의 그 소름 끼치는 무의미함을 온전히 인정할 때에야 그 거친 무의미함에 맞설 수 있고, 거기서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자 유일한 것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동물이 더 잘합니다.-1931년 한 편지에서 - P20


네, 인간성에 절망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하지만 절망 또한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기에 우리는 이성과 인내로 버텨야 하고, 안 되면 멋쩍은 유머를 동원해서라도 이겨 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1949년 8월의 한 편지에서 - P24


나무는 말한다. 나의 힘은 신뢰다. 나는 내 아버지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해마다 내게서 생겨나는 수천 명의 자식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내 씨의 비밀을 지키며 살고, 다른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나는 신이 내 안에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나의 소명이 거룩하다고 믿는다. 나는 이런 믿음으로 산다. - P31


안으로 가는 길

안으로 가는 길을 찾은 사람은,
불덩이 같은 자기 침잠 속에서
지혜의 핵심을 예감한 사람은,
신과 세계가 이미지와 비유로만
감각적으로 선택된 것임을 알아챈 사람은
모든 행동과 생각이
자기 영혼과의 대화가 된다.
세계와 신을 품은 영혼과.-1918년 2월 8일 - P97


돌아보면 우리는 정신적인 것과 영속적인 것, 정신의 작업, 성경과 철학, 이 모든 것 속에서 이루어진 ‘발전’이 수천 년 동안 무척 미미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고대 인도에서부터 토마스 폰 아퀴나스 또는 에크하르트에 이르기까지 외양만 계속 바뀌었을 뿐 그 안에 담긴 진리는 항상 동일했다는 말이지요. 물론 그 진리는 세상과 대중이 아닌 아는 자들만 깨닫는데, 그렇게 아는 사람은 항상 소수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들에게는 자신을 감싸고 숨겨 주는 대중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대중에게 그들이 필요한 것처럼. -1937년 10월의 한 편지에서
- P136


깨어남

고요의 시간이 느릿느릿 지나가고,
폭풍은 깊이 침묵하고,
고통은 완전히 가라앉고,
영혼은 잠들었다.

그러다 오늘 나는
깊은 어둠 속에서 깨어난다.
사위가 온통 깜깜한 밤이다.
마비된 것 같은 긴 휴식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난
내 심장은 불안한 조바심으로 빠르게 뛴다.
과거의 열정들이
오래전에 나은 상처에서 환하게
새로 분출되어 활활 타오른다.
영혼이여, 지금 깨어났는가?
수면과 휴식은 끝났는가?

보라, 영혼은 고통과 어울린다.
새로운 폭풍에 유쾌하게 맞서리고 결심하고
파르르 떨며 영혼의 복된 동지인
하늘의 모든 별들에
미소 짓는다._1903년-1910년 사이
- P191

불만이 많은 사람에게

나는 네가 세상을 향해 욕하는 것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어제와 똑같이 요지부동이고,
너의 증오는 세상을 머리카락 하나 바꾸지 못한다.
인간은 원래 부패한 족속이다.
그렇다면 너는, 과연 너는 선한가?
나라면 사랑으로 세상에 다가가 볼 것이다.
_1902년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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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만 (불안 에디션)
박한평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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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내 기분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 기분을 좌우하도록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고 일침을 놓으면서 시작한다.

 

 

01 ‘나의 불안을 다스리는 최고의 방법’

‘불안’이란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또는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며 뒤숭숭함’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알려준다. 평상시 생각했던 것과 같은가? 다른가? 저자는 불안에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받음’이라고 정의되어 있는 ‘강박’이라는 녀석이 따라다닌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너무 완벽하게 잘 해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해보라고 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은 대부분 동굴이 아니라 터널을 걷는 것과 같아서 걷다 보면 빛이 나온다고 말한다. 무언가 불안할 때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달리기나 뜨개질, 청소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기를 권한다. 불안이란 녀석은 하면 할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02 나보다 내 기분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걸 기억할 것

기분이라는 녀석은 티를 내기 마련이라고 한다. 삐죽 나오거나 움푹 들어가서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아니면 나를 자꾸만 비난하려고 할 때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기 전에 한 번씩 꼭 안아주라고 한다.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으면 한참 멍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말한다.

 

03 다른 사람이 내 기분을 좌우하도록 방치하지 말 것

서두에서와 마찬가지로 내 기분과 감정을 살피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라고 한다. ‘반드시 끊어내야 하는 관계’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관계’의 예시를 들어주면서 나를 지켜주는 방법을 알려준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실수하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짚어준다. 저자는 자신의 ‘대화의 원칙’을 알려준다. 원칙을 다 지키기는 어렵지만 저마다 한두 가지 필수 원칙을 만들어 지켜가다 보면 서로 간에 말로 상처를 주는 일은 많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04 행복한 기분을 만들기 위한 조각을 모을 것

누구나 우울하고 불행해질 수 있지만 내가 그 기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행, 맘에 드는 식사,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등 다양한 쉼의 방법을 제시한다. 저마다 재충전하고 자신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나씩 실천해 보라고 한다.

 

아주 힘들 때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덧붙여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은 너무도 많은 잘못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05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대화하는 연습

나의 기분을 마주하기 위한 40가지 질문

5장은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의 실천 편이다.

 

*오늘의 기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당신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던 말이 있나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있나요?

....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책을 읽는 ‘나’의 마음과 기분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 장은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찬찬히 앞에서 읽어도 좋지만 내 기분에 따라 어느 곳을 펼쳐도 아프거나 불편한 내 마음을 짚어주고 마음을 일으킬 방법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소제목의 끝나는 지점에는 포인트를 두어 내용을 다시 한번 요약해 준다. 시간이 없을 때는 포인트만 읽어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한 번 더 우리 마음을 잡아준다.

우리는 자주 우리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가 한 번씩 냉장고를 청소하듯이 우리 마음을 자주 들여다 어루만져 주어서 무언가 고여 응어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다. 우리가 궁금해하고 날마다 고민하는 일들에 대한 해결책이 많이 담겨있다. 저마다 마음이 흔들리고 출렁댈 때마다 고민을 들어주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동반자로 삼을 만하다.

#감정기복이심한편입니다만 #박한평 #Deep&Wide #불안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으며, 제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내 기분을 스스로 들여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 기분을 좌우하도록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 P6

불안을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불안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은 불안에 삼켜진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지배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믿는 게 중요하다.
- P29

일그러진 모양이어도 그게 지금 당신의 기분이라면, 전환하려고 애쓰기 전에 한 번은 꼭 안아주자. - P87

당신을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의 행동과 태도를 이해하려고 하거나, 배려하려고 노력하거나, 무작정 참으려고 애쓰지 말 것 - P179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_디즈니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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