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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 김동광 옮김 │ 2014.04 │ 현암사



자연학, 삶에 녹아들다


'자연학'이라는 말은 낯선 단어다. 사전을 찾아보기 전까진 피상적으로 자연에 대한 학문이라는 생각을 해왔지만 실제로 자연학은 철학 용어였다. '그리스 철학에서, 운동 및 정지의 원리를 그 자체 내에 포함한 자연적 존재를 대상으로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되는 이 학문을 바탕으로 저자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월간지를 통해 27년간 매달 광범위한 에세이를 남겼다. 이로써 '과학적 글쓰기'의 대명사가 된 스티븐 제이 굴드는 독자에게 과학이라는 높은 벽을 허무는 경험을 선사한다.


총 10부로 구성된 35편의 에세이들은 모두 진화, 공룡, 적응, 동물, 전기 등 과학의 주요 테마를 다루면서도 예술, 창조, 역사 등 인문적 요소를 결합한 구조를 가진다. 저자는 이러한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서문을 통해 언급한다. 그에 따르면 인문주의적 자연학의 계보는 두 가지 흐름을 가진다. 먼저 생물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것이 프란체스코 계보라면 자연의 지적 수수께끼와 인과적 이해에 집중하는 쪽은 갈릴레이적 글쓰기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 두 가지 전통을 모두 안은채 현재를 설명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담긴 35가지 이야기들은 모두 '과학'을 소재로 한 에세이다. 평소 과학이라는 분야가 낯설었던 탓인지 700장을 육박하는 에세이를 읽어내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티븐 제이 굴드의 과학적 글쓰기는 과학이 가진 높은 장벽을 무너뜨린다.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역사와 과학적 테마를 함께 엮어 읽는이로 하여금 그 거리감을 좁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남북전쟁, 창세기, 앙투안 라부아지에 등 방대한 분야 속 이야기들이 그의 자연론과 만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렇기에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저자는 무분별한 공룡 캐릭터의 홍수 속에서 브론토사우루스를 되짚어보는가하면 여성의 오르가즘을 차별하는 프로이트의 관점을 남성의 젖꼭지와 음핵이라는 구조와 진화론에 입각해 살펴본다. 이렇게 생활 속에 담긴 사소하고 예민한 문제들을 과학이라는 틀에서 분석하는 그의 작업은 분명 새롭고 의미있는 시도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규칙을 이루고 세상을 만들어온 자연과 과학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매일 자기전 한편씩 에세이를 읽어보는건 어떨까? 온 관심이 인문학에 쏠려있는 나와 같은 독자라면 이 책은 그 반대편에 놓인 과학이라는 세상을 비춰줄 것이다. 


by 슈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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