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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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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유고를 엮은 책이다. <사랑의 기술>, 정말 많이 듣고 추천받기도 한 책이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고 나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지에도 <사랑의 기술>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도전 의욕이 생겼다.



(내용에 대해 리뷰하기 앞서, 이 책 표지 너무 예쁘다.. 가름끈 색상도 표지에 있는 하늘색 크레파스 낙서와 같아서 더 예뻐...)


제목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보고 좀 진부한 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라는 것은 이전에 이미 삶을 사랑해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요즘 들어 삶=고통에 가깝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결국은 우리는 꼭 우리 삶을 사랑해야 해! 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이야기만 되풀이 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서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밑줄을 계속 해서 긋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존재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이다. 자기 나름의 존재(자기 나름의 생각과 느낌, 본래의 관심과 활동성)는 성공하고 호응을 얻는 데는 대부분 유익하지 않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것은 의식적 경험에서 쫓아버리고 습득한 것(훈련해 배웠거나 소비해 얻은 것)으로 자신을 느끼려 한다.(7쪽)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이 영상을 보고 인상 깊은 멘트를 적어두었는데, 


"내 스스로 별로라고 느끼는 점을 잘 생각해보면 정말 문제가 있어서 고쳐야 될 점이 있고 남들이 보기에 멋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제가 얘기하는 소중한 것들은 후자예요. 그것을 흔히들 찌질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멋지지 않은 모습. 그런 것들은 사실 뭔가가 과잉되어 있기에 남들의 눈에 거슬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적을 받는 건데 남들보다 과잉이 되어 있다는 건 반대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무엇이에요."


우리가 가진 것을, 오롯한 자신의 것을 쫓아버리고 대다수가 따라가는 규범적인-보편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어쩌면 위 내용이 시장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m3qNVvgIG0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활력과 체험을 제공하는 온갖 서비스로 인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활력과 내적 활동성을 잃어버렸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극이 있을 떄만, 활력과 생기를 억지로 불어넣을 떄만 살아 있다고 느낄 위험이 커져간다. 하지만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실감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적일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힘과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8쪽)


 -실제 삶에 대한 무관심 중 대부분은 삶에 대한 은폐된 적개심이며 삶과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무력해졌다는 확실한 증거다.(16쪽)


 -자극으로 일깨운 연출된 감정에만 공감하는 사람은 누군가가 보고 싶고 누군가와 같은 마음이 되며 누군가를 그리고 믿을 수 있으며 마음으로 기뻐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자신의 정서적 능력을 잃고 만다.(18쪽)


이따금 느끼는 무력감과 무관심이 어쩌면 삶의 기본적인 태도일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서문을 읽으면서 이러한 무관심이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를 빨리 찾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1장에서 이러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1장의 제목 역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이다. 서문에서 느낀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었기에, 1장이 나의 원픽!


-삶은 본질적으로 성장의 괒어이며 온전해지는 과정이므로 통제와 폭력의 수단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며, 삶에 대한 사랑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의 핵심이다.(36쪽)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만 삶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워하며 상대에게 매달릴지는 몰라도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37쪽)


-사물은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사랑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언가 구매해야만 기쁨이 완전해진다는 속삭임이 쉬지 않고 소비자의 귀를 파고든다. 몇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다 생각했던 사실은 이제는 모른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장치가 없어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고요할 수 있는 능력, '무언가에 뛰어들' 능력, 집중하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사실 말이다.(42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은 인생의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무관심이다.(45쪽)


사랑은 관찰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성장의 과정이고,  그것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문장을 옮겨적고, 요약해보니 책의 문장들을 읽었을 때의 반짝반짝함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이 1장을 읽고 나서, 삶의 무관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밑줄들을 앞으로도 열심히 들여다 보아야겠다는 생각!



다시 잠깐 서문으로 돌아가서,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래서 1939년에 쓴 <이기심과 자기애>는 사랑이 넘치는 자신과의 관계와 사랑이 없는(이기적이거나 나르시시즘적인) 자신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라는 서술이 등장한다.  이기적. 나르시시즘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 서술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1장과 더불어 3장 "이기심과 자기애"도 흥미롭게 읽었다.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도 니체는 같은 생각을 밝힌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찾으러 이웃에게 가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잃고 싶어 이웃에게 간다." 이런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을 잉여의 증거로 본다는 것이다. 사랑의 조건은 베풀 수 있는 개인의 힘이다. 사랑은 "사랑받는 대상을 만들어내고자 하기에" 긍정이자 생산성이다.(82쪽)


(+) 유형: 진정한 호의, 고귀함, 풍요에서 나온 영혼의 위대함 이것은 받으려고 주지 않는다. 선하여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 진정한 호의의 유형으로서 낭비, 그 전제는 넉넉한 인품(81-82쪽)



앞에서 언급했듯 에히리 프롬의 글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겁을 많이 먹은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지점이 정말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꺼내 읽어 볼 책이 될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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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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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욕심이 생겼어>의 저자 요시타케 신스케는 어린이책 삽화와 표지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평소 책을 고를 때 표지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인데,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어쩐지 능청스러운 느낌이 들어 고르게 되었다. 특히 소소하지만 눈에 띄는 부분은 띠지 날개 부분 앞뒤로 들어간 일러스트였다. 앞뒤에 각각 비어 있는 책상,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는 작가의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 여기에서부터 작가에 대한 호감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작가가 그린 스케치에 해설이 덧붙여진 형식으로 이뤄져 있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순서대로 읽다가 가끔은 차례로 돌아가 끌리는 제목을 골라서 보기도 하고! 독특한 부분은 각 장의 마지막에 스케치 모음이 있다는 것인데 아래 사진처럼 스케치만 단독으로 그려져 있거나, 작가의 간단한 메모 정도만 나와 있어서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며 읽는 재미가 있었다.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문화와 관련된 스케치들도 등장하는데 그런 것들에는 각주가 달려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들은 스케치 모음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다. 간단한 그림이지만 단번에 공감할 수 있는.

책을 읽고 나서 작가의 일기장을 읽어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끔은 실없는 상상에 빠지기도 하고, 삶의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여러 경험을 통해 직업과 관련된 노하우를 얻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이렇게 메모+스케치를 끄적여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한 친구와 대화하다보면 허무해서 재미있는 얘기도, '어머 얘가 생각보다 생각이 있는 애였구나' 싶은 진지한 얘기도 나누게 되는데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다음은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다.

갖고 싶은 것(38쪽)

천장에 커다란 빗이 붙어 있는 방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빗 아래를 쌩하고 뛰어서 부엌까지 가면 머리카락이 단정해지고 찰랑찰랑해지는 거예요. 고것 참 편리할 것 같지 않습니까?

-이왕이면 거품 기능도 있어서 샤워까지 가능해도 좋을 것 같다


알고 싶지 않은 것(129쪽)

저는 멘탈이 강하지 못한 사람이라 타인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에 담담할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겪은 고통을 모른 채 살아도 되나 싶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 다가갈 여력이 없어, 알고자 하는 각오를 다지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은근한 죄의식을 항상 느낍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는데도 그런 사실로부터 계속 도망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사람은 어떤 벌을 받을까?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거든요.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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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명상 - 알아차림과 치유의 글쓰기
김성수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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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날개의 저자 설명을 보고 놀랐다. "한국글쓰기명상협회" 회장이라니. 그런 협회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나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글쓰기와 명상은 모두 엉킨 생각을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큰 공동점이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다. 아래 띠지에 적힘 '타인과의 소통을 자신과의 소통으로 전환하는 심리공사'라는 문구를 보고 더욱 기대되었다. 타인과의 소통, 정말 어려운데 그걸 나와의 소통으로 바꿀 수 있다면? 한결 쉬워질 테니 말이다.

사실 조금 모호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는데, 차례가 조금 의아했다. 약간 강의 계획서 느낌이랄까? 어떤 방식으로 글쓰기 명상을 할 수 있는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누어 살펴볼 것임을 안내하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들어가며'에서 저자는 (볼드체로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글쓰기명상'은 세상에 알려진 각종 명상법에 대한 이의 제기다.' 추상적이고 어렵고, 재미 없는 명상에서의 탈피를 통해 극초보수행자를 위한 수행법을 '글쓰기'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3부 '글쓰기명상의 실제'의 여러 글쓰기명상 방법들은, 자신의 감정과 신체 상태에 집중하도록 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실제 '명상'을 근간으로 하되 삶과 더욱 밀접한, 다가가기 쉬운 형태로 재구성한 느낌이랄까.

인상 깊었던 글쓰기명상 방법을 소개하자면,

<내가 내린 좋은 결정 100가지>

해당 챕터에서 소개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내린 모든 결정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기

*자신에게 생긴 인상적인 사건 하나를 정한 다음, 결정 전후의 상황 간단히 적어보기

*살아오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되는 사건 적어보기

*자신이 내린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 비교해서 적어보기

챕터 제목만 보고는 '내가 지금 놓인 환경을 무조건적으로 탓하지 말고, 그 속에서 잘해온 결정들이 있음을 인식하자'라고 말하겠구나. 싶었는데, 그보다는 '결정' 자체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는 쪽에 가까웠다.

특히 이 챕터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어지는 다음 구절이 크게 와닿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과거에 내린 결정의 '좋고 나쁨'이 10년, 20년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정의 주인공은 결정 당시의 자신이 아니라, 그 결정을 돌아보는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이기 떄문이다. 지금의 부부관계가 행복하면 오래전 연애 시절의 결정은 좋은 결정이 되고, 어느 순간 지금의 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그 시절의 결정은 나쁜 결저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은 지나간 시절, 언젠가 내가 판단하고 결정했던 그 모든 것의 결과로서 실재한다.

'결정'은 결정 자체로 완결이다. 결정은 앞의 결정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을 진다면, 그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새로운 결정이 발생한 결과다. 당신의 매 순간은 깔때기 끝에 모인 한 방울의 결정체처럼 수많은 결정이 중첩하여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의 결정'을 알아차리는 의무만 수행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그냥 떠나보내라.

결정에 대한 판단은 꾸준히 바뀌어간다는 것,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내 앞에 놓여진 지금 이 순간의 결정이라는 것. 사실 결정이 어려운 이유는 지금 이 결정이 내 평생을 좌우하진 않을까, 이 결정 때문에 나중에 크게 좌절한다거나 후회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부담감이 너무 커진다면 거기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앞으로 나에게도 그런 고민이 찾아올 때면, '지금 이 순간의 결정에 집중하라'는 이 책의 말을 기억해야지.



'짜증난다'. '힘들다' 라는 표현, 감정으로 퉁쳐두고 넘어갈 때가 많다. 이 힘듦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에도 힘이 들어가니 그냥 나중에 한번에 들여다보자! 해놓고 다음에 생각해보면 '아, 그때 왜 그렇게 힘들었지?' 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그래서 그 감정을 제때 문자화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책이 그 구체적인 방안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같다. 마음 잡고 책상에 앉았는데 어디서부터 써내려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이 책을 펼쳐보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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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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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보고 두께에 굉장히 놀랐다... 웬만한 전공서적 두 권을 합쳐놓은 듯한 두께..!

사실 책이 너무 두껍고,, 크고,, 그러면 읽기가 겁이 날 때가 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서언(작가의 말이 아닌 서언인 것도 이 책과 참 잘 어울린다 싶었음)을 읽고 그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편하게 펼쳐 음미해 가끔씩 현재의 좌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래서 틈틈이 손 가는 대로 펼쳐서 읽었는데, 다른 책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재미였다.

그래서 모두에게 제각기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놓여져 있는, 겪어온 상황이 모두 다르니!

이 글에서는 나에게 가장 다가왔던 몇 성어를 소개하려 한다.


(1) 무료불평 無聊不平

:불평을 돌려 창조적 에너지로

여기서 무료는 우리가 '무료하다'라고 말할 때 그 무료이다. '료'는 '힘입다', '즐긴다'라는 의미로, 따라서 무료는 즐길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레 불평이 생기는 것이고.

무료불평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무료불평을 꾹 눌러 이것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쏟아부울 때 건강한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아마 사람의 마음을 가장 건강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주변의 상황을 원망하고,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있는 것 아닐까? 나도 이따금 그런 생각들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떠올리곤 한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희망의 정수박이로 옮기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힘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앞으로는 '희망의 정수박이'와 더불어 '무료불평'을 떠올리면 더 힘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 유천입농 由淺入濃

:깊이는 여러 차례의 붓질이 쌓여야 생긴다

화가는 먹물을 포갤 줄 알아야 한다. 먹물을 진하게도 묽게도 쓴다. 어떤 경우는 처음엔 묽게 쓰고 뒤로 가면서 진하게 한다. 어떤 때는 먼저 진하게 쓰고 나서 나중에 묽게 쓴다. 비단이나 종이 또는 부채에 그림을 그릴 때 먹색은 옅은 것에서 진한 것으로 들어강 한다. 두세 차례 붓을 써서 먹물을 쌓아 나무와 바위를 그려야 좋은 그림이 된다. 단번에 완성한 것은 마르고 팍팍하고 얕고 엷다. 송나라와 원나라 사람의 화법은 모두 먹물을 쌓아서 그렸다. 지금 송,원대의 그림을 보면 착색을 오히려 일고여덟번씩 해서 깊고 얕음이 화폭 위로 드러난다. 하물며 어찌 먹을 그저 떨구었겠는가? 지금 사람은 붓을 떨궈 그 자리에서 나무와 바위를 완성하려고 혹 마른 먹으로 그린 뒤 단지 한 차례 엷은 먹으로 칠하고 만다. 심한 경우 먹물을 포개야 할 곳에도 그저 마른 곳으로 문지르고 마니, 참 우습다. (674-675쪽)

여러 차례의 붓질로 농담이 쌓여야 깊이가 생기고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설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필휘지로 그린 그림에는 그늘이 없다. 사람의 교유도 다르지 않다'라는 부분이었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일필휘지'를 동경해온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떤 일을 할 때에도. 이 부분을 읽고 옅더라도 오래 반복해서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아니 어쩌면 일필휘지보다 더욱 좋을 수 있다는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다.

(3) 심한신왕 心閒神旺

:마음이 한가하면 정신이 활발하다

저자가 천자문에서 제일 좋아하는 네 구절은 이와 같다고 한다.

성품이 고요하면 정서가 편안하고

마음이 움직이면 정신은 피곤하다

참됨을 지켜야만 뜻이 온통 가득 차고

외물을 따라가자 뜻이 함께 옮겨간다

마음이 고요해야 평화가 깃들고, 바깥 사물에 정신이 팔리면 뜻을 가누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마음과 정신을 그동안 동일시해온 터라,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 생각을 곰곰이 하게 되었다.

저자는 해당 성어에 대한 설명을 이와 같이 마무리한다.

일 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 나는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몸만 한가롭고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인가?

요즘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었다. 내 마음이 불안하고 한가하지 못할 때, 그것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바람에 무언가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듯하다. 얼마전에도 그런 시기가 찾아온 터라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무슨 구절을 정리할까 고민이 많이 됐던 것 같다.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다음에 이 책을 꺼내들 때는 또 다른 구절이 와닿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책장 한 켠에 두고 한번씩 펼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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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이태석 - 톤즈에서 빛으로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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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이태석 신부의 공식 전기라고 한다.



저자의 글을 보면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이태석의 삶을 오롯이 담기 위하여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 온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책날개의 저자 설명에서부터 책에 대한 신뢰감이 높아졌다.사실 전기를 전문으로 쓰는 '전기 작가'의 존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누군가의 삶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업으로 삼는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신부 이태석>을 읽기 전 가진 기대감은, 충분히 그 이상으로 충족되었다.

 


책은 그의 대학 시절, 군의관 시절에서부터 그가 봉사 하는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그 다짐을 이루기 위해 가정을 이루지 않고 신부가 되는 것을 결정하는 것, 톤즈에서의 의료 봉사, 학교 설립까지 그의 삶을 망라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제임스 신부'의 도움으로 톤즈에 가게 된 내용이었다. '이태석 신부' 하면 바로 '수단'이 떠오르기에, 그가 톤즈에 가게 된 과정이 어려웠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가 톤즈에 가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지붕도 건물도 없는 학교에 가기 위하여 의자로 쓸 넓적한 돌을 들고 등교한다는 수단의 아이들. 내전이 끊이지 않는 수단에 가기를 희망하며 '아프리카 선교 체험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내전의 위험성으로 인하여 나이로비로 가게 된 이태석은 그 곳에서 인도 신부 제임스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태석의 삶에 대해 들은 제임스는 케냐의 주교에게 이태석이 의사라는 점과 그의 진심을 피력하여 그가 수단에 갈 수 있도록 돕고, 결국 이태석 신부는 수단으로 향하게 된다. 


수단에서 포로 생활을 한 경험이 있음에도 그곳으로 돌아간 제임스 신부도, 자신의 삶 속 진정성을 통해 상황을 바꾼 이태석 신부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태석 신부가 수단에 가는 데에 큰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주교를 설득한 제임스 신부의 행동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전혀 모르던 사람과의 짧은 대화만으로 그의 진심을 파악하고, 그 진심이 수단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 통찰력. 그 통찰력과 끝까지 주교를 설득해낸 결단력이 있었기에 수단에서의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 이 제임스 신부에 대한 인터뷰는 국내 최초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인상 깊은 문장을 뽑자면, 이태석 신부가 사제가 되기 위한 수련소 생활을 하던 중 공부한 돈 보스코의 정신이다.


"청소년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까지 사랑해야 한다."


이런 정신을 이태석 신부가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인 것이 그의 삶의 거취에서 오롯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그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노력을 다한 것 아닐까.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는 이태석 신부의 자필이 인쇄되어 있다.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것, 당연한 것이지만 가장 어렵다.


 평소에 '원망'하는 것이 어떤 상황을 대처하는 가장 쉽고 못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마 감사하는 것 아닐까. 누구보다 어려운, 고단한 삶을 산 이태석 신부가 우리에게 가장 처음 건네는 말이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 마음에 크게 와닿는다. 어떻게 이태석 신부가 가장 어려운 길을 기쁜 마음으로 선택했을지 궁금했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모든 것에 감사하는' 그의 태도였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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