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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사랑의 기술>로 유명한 에리히 프롬의 유고를 엮은 책이다. <사랑의 기술>, 정말 많이 듣고 추천받기도 한 책이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읽고 나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지에도 <사랑의 기술>을 읽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도전 의욕이 생겼다.
(내용에 대해 리뷰하기 앞서, 이 책 표지 너무 예쁘다.. 가름끈 색상도 표지에 있는 하늘색 크레파스 낙서와 같아서 더 예뻐...)
제목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를 보고 좀 진부한 내용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라는 것은 이전에 이미 삶을 사랑해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요즘 들어 삶=고통에 가깝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결국은 우리는 꼭 우리 삶을 사랑해야 해! 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이야기만 되풀이 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하지만 서문을 읽기 시작하면서 밑줄을 계속 해서 긋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살아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삶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존재가 아니라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이다. 자기 나름의 존재(자기 나름의 생각과 느낌, 본래의 관심과 활동성)는 성공하고 호응을 얻는 데는 대부분 유익하지 않다. 따라서 자기 나름의 것은 의식적 경험에서 쫓아버리고 습득한 것(훈련해 배웠거나 소비해 얻은 것)으로 자신을 느끼려 한다.(7쪽)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떠올랐다. 이 영상을 보고 인상 깊은 멘트를 적어두었는데,
"내 스스로 별로라고 느끼는 점을 잘 생각해보면 정말 문제가 있어서 고쳐야 될 점이 있고 남들이 보기에 멋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거예요. 제가 얘기하는 소중한 것들은 후자예요. 그것을 흔히들 찌질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멋지지 않은 모습. 그런 것들은 사실 뭔가가 과잉되어 있기에 남들의 눈에 거슬리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지적을 받는 건데 남들보다 과잉이 되어 있다는 건 반대로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있는 무엇이에요."
우리가 가진 것을, 오롯한 자신의 것을 쫓아버리고 대다수가 따라가는 규범적인-보편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어쩌면 위 내용이 시장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m3qNVvgIG0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활력과 체험을 제공하는 온갖 서비스로 인해 우리는 자신이 얼마나 활력과 내적 활동성을 잃어버렸는지 깨닫지 못한다. 자극이 있을 떄만, 활력과 생기를 억지로 불어넣을 떄만 살아 있다고 느낄 위험이 커져간다. 하지만 진정으로 살아 있다고 실감하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적일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힘과 멀어지지 말아야 한다.(8쪽)
-실제 삶에 대한 무관심 중 대부분은 삶에 대한 은폐된 적개심이며 삶과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무력해졌다는 확실한 증거다.(16쪽)
-자극으로 일깨운 연출된 감정에만 공감하는 사람은 누군가가 보고 싶고 누군가와 같은 마음이 되며 누군가를 그리고 믿을 수 있으며 마음으로 기뻐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자신의 정서적 능력을 잃고 만다.(18쪽)
이따금 느끼는 무력감과 무관심이 어쩌면 삶의 기본적인 태도일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서문을 읽으면서 이러한 무관심이 내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 무언가를 빨리 찾고 싶어졌다.
이어지는 1장에서 이러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1장의 제목 역시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이다. 서문에서 느낀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었기에, 1장이 나의 원픽!
-삶은 본질적으로 성장의 괒어이며 온전해지는 과정이므로 통제와 폭력의 수단으로는 사랑할 수 없으며, 삶에 대한 사랑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사랑의 핵심이다.(36쪽)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만 삶은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은 그리워하며 상대에게 매달릴지는 몰라도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37쪽)
-사물은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사랑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언가 구매해야만 기쁨이 완전해진다는 속삭임이 쉬지 않고 소비자의 귀를 파고든다. 몇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다 생각했던 사실은 이제는 모른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은 장치가 없어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고요할 수 있는 능력, '무언가에 뛰어들' 능력, 집중하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사실 말이다.(42쪽)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은 인생의 최악이 아니다. 최악은 무관심이다.(45쪽)
사랑은 관찰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성장의 과정이고, 그것을 가능케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문장을 옮겨적고, 요약해보니 책의 문장들을 읽었을 때의 반짝반짝함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하지만 이 1장을 읽고 나서, 삶의 무관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밑줄들을 앞으로도 열심히 들여다 보아야겠다는 생각!
다시 잠깐 서문으로 돌아가서,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래서 1939년에 쓴 <이기심과 자기애>는 사랑이 넘치는 자신과의 관계와 사랑이 없는(이기적이거나 나르시시즘적인) 자신과의 관계를 설명한다. 라는 서술이 등장한다. 이기적. 나르시시즘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했기에 이 서술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1장과 더불어 3장 "이기심과 자기애"도 흥미롭게 읽었다. 진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도 니체는 같은 생각을 밝힌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찾으러 이웃에게 가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잃고 싶어 이웃에게 간다." 이런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을 잉여의 증거로 본다는 것이다. 사랑의 조건은 베풀 수 있는 개인의 힘이다. 사랑은 "사랑받는 대상을 만들어내고자 하기에" 긍정이자 생산성이다.(82쪽)
(+) 유형: 진정한 호의, 고귀함, 풍요에서 나온 영혼의 위대함 이것은 받으려고 주지 않는다. 선하여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 진정한 호의의 유형으로서 낭비, 그 전제는 넉넉한 인품(81-82쪽)
앞에서 언급했듯 에히리 프롬의 글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고 겁을 많이 먹은 채로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 지점이 정말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꺼내 읽어 볼 책이 될 것 같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