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장강명 지음 / 글항아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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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야 너두 벽돌책 할 수 있어.ᐟ



벽돌책 : 700쪽 이상인 책. “하나의 사유가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영토가 필요”(p.97)한 책.

저자는 벽돌책 100권을 선정하고, 총 일곱 개의 장으로 나누어 실었다. 10년 간 그가 먼저 읽고 간결한 서평을 작성한 모음집이자 벽돌책 초심자에게는 귀중한 지도, 길잡이가 되겠다.

벽돌책 읽기는 그냥 독서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취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결의에 차서 달려들자는 뜻은 아니다. 산책하듯이 가볍게, 이 책을 들춰보면 마음 가는 벽돌책 한 권은 분명 만날 것이고,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감각”을 실감하기만 하면 된다.

숏폼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지적 지구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책도 요약본을 찾고, 모든 결론에만 관심이 몰리는 시대에 벽돌책 격파 역시 요약으로 끝내고 싶은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한 독서로 벽돌책을 꼽으면서 “독자의 사고 체계에 가해지는 일종의 충격”이고 분명 변화가 있을 거라고 재차 말한다. 여행으로 비교하자면 ”낯선 도시에서 혼자 머물며 고향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낯선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우는 한 달 살기 체험“인 것이다.

특히 벽돌계의 좋은 간식같은 존재, “모듈형 벽돌책”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매우 설렜다. 하나의 주제에 맞춰 여러가지 사례가 풍성하게 담긴 잡학사전식으로 짜여진 것으로 초심자가 도전해보기 좋다. 읽기 근육이 전무해도 개별 챕터가 짧게 완결된 글, 흥미 있는 주제여서 쉽게 도전할 수 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한가지 주제에 관해서 생각의 층위를 쌓아가게 된다. 예를 들자면 사이먼 반즈의 『100가지 동물로 읽는 세계사』와 같은 것.

보석 같은 벽돌책 추천 목록이 생긴다. 벽돌책 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촘촘하게 엮었다. 나만의 벽돌책 취향을 찾는 데에 아주 약간의 지름길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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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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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빠르게 진행되는 서사 전개가 흥미로워서 앉은 자리에서 금방 결말로 내달리게 된다. 죽음의 진실과 망자의 진의를 양갈래로 뒤쫓아가는 주인공의 궤적이 긴장감 있게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가 남겨둔 마지막 흔적을 따라가본다. 잘 알고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실은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다는 게 눈 끝에 걸릴 때마다 자꾸만 되묻게 된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산 자는 그저 어긋난 지점과 조각을 맞추어 볼 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해외 입양인. 크리스티안과 레아는 경계에 서 있다는 점이 닮았고, 동류의 아픔을 겪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마음 열기 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편 크리스티안과 레아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나서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시작점은 같지만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기 때문이다. ‘뿌리’를 향한 열망으로 갈급하는 크리스티안과 이미 내몰렸기에 한국과는 선을 긋고 살았던 레아. 그리고 이제 삶과 죽음으로, 딛고 선 바닥도 갈라졌다.

레아는 한국에서 직장을 잡은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의문을 가진다. 그에 관해 남겨진 사실들이 무엇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가운데, 직접 그의 회사에 입사해서 흔적을 뒤쫓기로 결정한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레아를 둘러싼 주변인물들 하나 하나가 의심스럽고, 예기치 않은 죽음과 협박의 수위는 높아진다. 그 사이에 손 내미는 사람도 있고, 호의와 연대로 손 잡는 사람도 있고, 위선의 가면을 쓰고 벗는 사람도 있다.

온갖 군상 속에서 사랑, 외로움, 소외감, 권력욕이 죽음에 닿아 있을 때에 이르서도 정체성의 의미를 묻기를 멈추지 못한다.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p.41)다고 숱하게 말하던 크리스티안의 심상을 완전하게 이해하기에, 한국에서 나고 자라고 모국어로 이야기하고 사고하는 나는 너무 멀리 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규명하고 싶은 열망은 보편적이기에 또 공감이 간다.

단순히 죽음의 실상과 범인 찾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더 안겨주는 미스터리 스릴러 물.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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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 사랑과 돌봄에 관한 퀴어한 참조
캔디(윤다림) 지음 / 들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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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감히 이 마음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저자는 사랑하는 이의 투병, 돌봄, 장례, 애도 그리고 다시 삶을 이어나가는 순간들을 기록하면서 이것이 하나의 레퍼런스로 남겨지길 바란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음은 생각보다도 훨씬 잔인했다. 투병과 간병의 각 단계마다 동성 연인의 보호자로서 목소리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좌절에 무너지지 않고, 길을 찾고 기록을 남긴 이 여정에 존경을 표한다.

생로병사는 모두에게 공평한 것, 퀴어 커플에게도 당연한 일이다. “많은 퀴어가 언제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데, 언론은 늘 그 보통 중에서도 극단적인 슬픔이나 남다른 기쁨에만 주목”(p.222)한다는 말이 인상깊었다.

저자는 고비마다 그늘로 떠밀리거나 벽장에 숨는 대신 드러내고, 공고히 인정받기 위해 무수히 노력하고 용기를 낸다. 또한 연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애도하고, 삶을 꾸려간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저자 캔디와 그의 연인 력사의 사정, 사랑, 생사에 가슴 먹먹해진다. 또, 캔디와 새로운 장을 여는 배우자 오쓰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는다.

마음의 방향을 명료하게 아는 이들은 목적지를 잃고 부유하지 않는다. 가야할 길, 해야할 일을 해내고, 연대할 수 있는 일에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살아가는 갈피마다 퀴어들에게 공유할 정보와 예시를 글로 남기고 기록하는 심정이 얼마나 절실한가 생각하게 된다.

퀴어든 아니든 삶과 죽음을 겪을 모두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이 진솔한 기록은 동류의 고민을 가진 이들에게는 공감을, 이해가 필요하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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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밤하늘 - 별자리에 이야기를 새긴 인류 최초의 천문학
유성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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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주제여서 펀딩했어요 이집트 문명과 천문학의 상관관계에 관해서 잘 설명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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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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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성적 학대 피해자의 회고록, 이라는 단순한 말로 이 책을 규정하지 못하겠다. 더 깊은 지점까지 끌어들이고 평면적으로 바라보던 세계를 확장시킨다.

새로운 형식의 증언문학이다.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다른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을 매개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생존자 혹은 피해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되기를, 침묵 속에 있던 호랑이를 우리 밖으로 끌어내는 목소리가 되기를.

문학에 관한 자신의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문학은 구원의 도구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다면적으로 분석해내는 수단이 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에 비추어 강간범 의붓아버지의 사고방식을 해부하고 추적해본다. 침묵을 깨고 그의 행위에 관해 세상에 드러내는 일은 자신을 에두르고 있던 세계를 부수는 일이다. 작가는 다시 또 잃어야 하는 것들도 담담히 말한다. 단란한 가족이나 살았던 고향, 어린 시절 추억과 관련한 것들.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호랑이’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에서 가져왔다. 시 속에서 창조신은 호랑이를 만들고 어린양도 빚어냈다. 작가는 강간범을 호랑이라 칭하며 “나를 강간한 자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을까? 어떤 점에서 우리는 서로 비슷할까? 내가 그를 이해할 가능성이 정말 있을까?”(p.245)라고 끊임없이 사유한다. 독자 역시 작가가 계속해서 물어오는 것에 관한 답을 찾고 통찰하게 만든다.

단순히 선악,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고 회복탄력성, 극복, 새로운 삶에 대한 찬미로 가득한 책이 아니다. 파편이 된 기억들을 증거와 하나씩 맞추어보며 적나라게 드러낸다. 어둠, 악의 흔적이 얼마나 끈덕지게 삶을 위협하는지, 읽히기를 원하지 않지만 기어이 글로 남기는 것에 관해 숙고하는 과정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문학에서 흔히 성폭력 피해자들을 그리는 평면적이고 일차원적인 시선을 비판하기도 한다.

또 “생존자의 신화”가 종용하는 해피엔드에 관해서 동의하지 않는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폭압적으로 삶을 휘젓는 사건이 있었고, 시간은 계속해서 순환한다. 이미 ‘사건’이 일어났고, “지상에서 그런 일을 겪는 아이가 있는 한,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게도.“(p.115-116)
“그 일은 언제나 현재형이다. 그 소녀는 나고, 그 일은 지금의 일이다.“(p.77)

읽다보면 부조리한 것들을 더 부추기는 사회, 무감각함에 분노하게 된다. 형을 살았으니, 죄값을 치뤘으니 아무렇지도 않게 또 새롭게 삶을 살고 가정을 일구고 가족사진을 찍는 의붓아버지의 근황까지 읽고 나면, 작가는 담담하더라도 읽는 자는 분기로 타오른다.

그러나 작가는 누구나 어떤 경계에 설 수 있음을 말한다. ”마음에 품은 욕심을 실행에 옮기는 것의 의미“(p.345)를 언급하면서 정상세계를 벗어나 ”딴 곳“에 이르게 하는 모종의 음험한 속내가 존재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것을 저지하는 호의가 존재하는 것도 믿는다고 덧붙인다. 말미에 당부의 메시지는 명료하다. 그 경계에서 결코 “떨어지지 말라, 떨어지지 말라, 떨어지지 말라.”(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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