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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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출판사도서제공

“한 세계를 깨뜨린다는 게 뭘까?”
“…… 알을 부수고 나와야 진짜 세상을 만난다는 말 아닐까?”
“그럼 알은 결국 스스로를 가뒀던 곳이네.”(p.103)



여기, 마음 잘 맞는 친구이자 모범생, 사랑스러운 손자이자 아들이 있다. 모든 걸 가진 그는 언제나 여유롭고, 곁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남몰래 그의 유복함을 선망한다. 이 친밀한 사이의 존재가 (고의는 아니었을지언정) 악행을 저지르고 고해를 망설인다. 그럴 때, 곁에서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친밀한 가해자』는 열여섯 평범한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하굣길, 할머니의 안부 문자. 주인공 ‘준형’에게 부유한 할머니가 쏟아붓는 사랑과 금전적 보상은 행운이자 속박이다. 이렇듯 모든 일들이 지닌 양면성을 짚어가면서 그를 둘러싼 배경을 하나씩 펼쳐보인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 엄마는 모든 일에서 동생을 우선한다. 그런 까닭에 준형은 늘 이해받기 보다는 이해하는 입장에 서야했다. 관계의 균열은 걷잡을 수 없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공허하다.

불안감에 허덕이는 심리를 그려내면서 흔들리는 일상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사실 완전한 악의에서 비롯되지 않은 사건이지만 미래를 저당 잡히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그는 잘못으로부터 달아나고 싶고, 도리어 “너 증거 있어?“(p.153)라 힐난하다 무너져 내린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완전한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그래서 더욱 허구 아닌 현실감이 느껴진다. 죄책감으로 뒤흔들리는 일상을 보여주면서도 섣불리 교훈적 우화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상황들을 집요하게 뒤쫓으면서, 독자 역시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p.139)은지 계속해서 되묻게 만든다.

선과 악, 고백과 은닉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알을 깨뜨리고 나오는 건 스스로의 용기와 결단이다. 곁에 있는 사람도 방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파국으로 치달아 갈 때, “그냥 진실을 말하기만 하면”(p.187)된다는 정직한 목소리가 술렁대는 그를 다독인다.

인물들의 심리와 주변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해, 마지막까지 쉼 없이 내달리게 하는 책이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대답을 강요하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끔 현실감 있는 세계를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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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의 사랑들 - 흙과 틈 사이로 자라난 비밀과 상실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
쿄 매클리어 지음, 김서해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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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또 하나의 이야기를 줄게.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로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잊은 것들로 이루어지기도 했단다.(p.418)”

식물의 성장, 계절과 절기의 흐름 그리고 가족의 계보에 관한 이야기를 겹쳐서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내밀한 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은 시적인 문체와 어우러져서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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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아버지로 알아온 사람과 비혈연임을 알았을 때, 심지어 그가 자신의 딸이 아님을 알고도 일생 다정한 아빠였음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마음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덧붙여 어머니의 삶, 그녀가 선택한 만남, 상실들을 조명한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유전적 계보를 훑어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들어있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앞 마당의 식물들은 더 멀리 멀리 뻗어간다.

24개의 절기를 기준으로 나눈 소제목들은 가드닝 지식과 계절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사유 변화까지 보여준다.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글의 전반에 흐르는 애상적인 분위기가 가슴에 저민다. 작가는 “내 안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고, 또 동시에 텅 비어 있“다고 밝히는데, 이렇듯 나를 이루는 것들을 전부 나의 의도만으로 고를 수는 없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나의 뿌리를 ‘파헤치며’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꾼다. 쓰는 몫은 작가의 일, 정원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는데, 둘을 함께 해 나가면서 작가는 어머니와 완전하고 깊은 대화를 해내길 원했다. 책을 읽으면서 존재와 사랑에 관해서 사유하고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와 타자의 경계와 직면하고 확장할 수도 있다.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가득 담긴 책.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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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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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연민금지, 위로금지, 이해금지.ᐟ

송아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만화를 그리면서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고 밝힌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함부로 끼어들지 않고, 다만 함께 흘러가기로 한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10대 시절을 온전히 같이 누렸다. 그러면서 과거의 나를 힘들게 하던 순간도 흘려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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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족 : 90년대 초 강남에 거주하는 부모를 두고 화려한 소비생활을 누린 청년을 일컫는 말.*

90년대 금수저 청소년의 방황과 삶에 관한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마치 그 시절을 경험했던 것처럼 까닭 모를 향수까지 불러일으킨다. 미성년들이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들 조금씩은 닮은 까닭일 것이다.

주인공 오하나는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누리지만 정서적으로는 공허하다. 부모님과의 얄팍한 유대관계도 원인이다. 엄격한 아버지와는 소통은 커녕 연극하듯 가면을 쓰고 겨우 대할 뿐이고, 엄마는 나름으로 바빠 서로의 하루에 겹쳐들기 어렵다.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간절히 바라는 그는 소위 ‘노는 친구들’과 휩쓸린다.

우정과 풋사랑, 일탈 끝에 캐나다 유학을 가면서 오하나의 삶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러나 어렵게 쟁취해낸 선택이었던 유학 생활은 녹록지 않고, 어느덧 진짜 나와 보여주고 싶은 나 사이에서 지독하게 방황한다.

또래집단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미움, 배척은 미성숙하기에 더욱 맹렬하다. 무모한 선택들이 이어져 걷잡을 수 없이 위태로워지고, 감정의 민낯들은 버겁다.

영원한 우정, 변치 않을 관계와 같은 것들은 헛되고 부질없는 환상이다. 항상성만 내려둔다면 어떤 순간에 발현하는 진실한 마음과 연대는, 그 순간만큼은 무엇보다 질기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집착은 독이다.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에 닳고 깎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파고에 속절없이 쓸려가는 오하나의 시절. 미성년에서 성년, 어른이 되어가는 길목을 미화 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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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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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사람 중에 가장 축복받은
박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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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검은 페이지가 있는 걸까.(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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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벽장을 열고 나가라고, 여기로 나오면 된다고.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힘으로 그 방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풀이 방법을 공유하는 일을(p.213)” 해낼 것이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모순같은 제목이 이해된다. 암순응하듯, 작가가 배치해둔 서사 속에서 시야가 밝아지는 때가 있다. 작가는 익숙한 것들 속에 생경한 것들을 심어두고 그 연결고리들을 자꾸 곱씹게 한다.

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건져올린 감정과 마주하고 그것을 전부 해체해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마음 깊은 곳에 있을 어떤 ‘검은 페이지’와 대면하는 것,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저주를 따라가다보면 축복과 의미가 전복되는 순간이 있는데 소름이 돋는다.

책에서 소년은 말한다. “소름이 끼쳤으면! 제발 좀 소름이 끼쳤으면!(p.92)” 그리고 정말 소름이 끼치는 때가 있다. 이 소름의 정체는 꼭 책을 읽어서 느꼈으면 좋겠다.

어떠한 스포도 남기고 싶지 않은 책이다. 현재와 과거를 부단하게 오가면서 사람과 그가 일궈가는 인생의 다면성을 서사로 보여준다. 작가의 문장은 미묘하게 불편한 지점을 파고든다. 티 하나 없이 완전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그런 까닭으로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단죄할 권리는 없다(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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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삼각 둘이서 4
남순아.백승화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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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최선을 다해 내가 되겠다는 결심(p.265)”을 하는 사람과 “자신의 쓸모를 스스로 정의하겠다는 선언(p.167)”에 두근거리는 사람의 조합이 멋진 글.ᐟ



이인삼각 : [명사]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서로 맞닿은 쪽의 발목을 묶어 세 발처럼 하여 함께 뛰는 경기.

정말 재밌다. 티격태격하면서도 또 티키타카 잘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제목과 책의 내용이 꼭 맞아 들어간다. 영화를 업으로 삼은 두 사람이 동지애를 넘어서 연인이 되고, 그렇게 함께 살면서 겪어온 시간들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각자의 삶이면서, 또 같이 건너온 계절과 시간의 내력이 그 자체로 이인삼각 경기를 보는 것만 같다.

글 하나씩 번갈아 쓰는 <둘이서> 시리즈의 장점이 돋보인다. 살면서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성격과 생활습관이 판이하게 다른, 둘의 입장을 순서대로 읽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양쪽 다 글이 투명해서 읽는 내내 편안하고 재밌다. 힘 빼고 쓴 글이 가지는 진솔함이 선명하다. 유머러스하게 일상 속 생각, 감정들을 다 털어놓다가도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문장이 불쑥 튀어나온다. 잠시 마음이 붙들려 오래 눈길이 간다.

두 사람의 일상은 조화롭다. 농담으로 툭 던진 말이, 진담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서 영화의 묘미를 더하게 되는 일도 그렇고, 어느 때고 툭 치면서 속엣말을 실컷 풀어놔도 다 들어주는 일도 그렇고 인생을 같이 살아나가는 모습이 이상적이다.

이 책은 읽는다기보다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인간극장을 몰아보는 기분이다. 학창시절의 꿈과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네 싶고, 생업 속에서 현실과 이상이 불일치하는 순간에 겪는 불안을 숨김없이 보여줄 때도 역시 모두들 쉽지만은 않네 싶다.

글쓰기로부터 느끼는 고뇌, 책상 꾸미기, 홀수와 질문에 몰두하는 이야기까지. 소소하면서 또 특별하다. 함께, 우리와 같은 말들로 서로를 묶어두면서도 끝까지 각자의 색을 잃지 않아서 매력적이다.

#이인삼각 #둘이서 #둘이서4 #남순아 #백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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