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얼마나 많은 검은 페이지가 있는 걸까.(p.201)”-자신만의 벽장을 열고 나가라고, 여기로 나오면 된다고.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힘으로 그 방을 탈출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풀이 방법을 공유하는 일을(p.213)” 해낼 것이다.후반부에 들어서면 모순같은 제목이 이해된다. 암순응하듯, 작가가 배치해둔 서사 속에서 시야가 밝아지는 때가 있다. 작가는 익숙한 것들 속에 생경한 것들을 심어두고 그 연결고리들을 자꾸 곱씹게 한다.어둡고 음습한 곳에서 건져올린 감정과 마주하고 그것을 전부 해체해나가는 과정이 담겼다. 마음 깊은 곳에 있을 어떤 ‘검은 페이지’와 대면하는 것,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 저주를 따라가다보면 축복과 의미가 전복되는 순간이 있는데 소름이 돋는다.책에서 소년은 말한다. “소름이 끼쳤으면! 제발 좀 소름이 끼쳤으면!(p.92)” 그리고 정말 소름이 끼치는 때가 있다. 이 소름의 정체는 꼭 책을 읽어서 느꼈으면 좋겠다.어떠한 스포도 남기고 싶지 않은 책이다. 현재와 과거를 부단하게 오가면서 사람과 그가 일궈가는 인생의 다면성을 서사로 보여준다. 작가의 문장은 미묘하게 불편한 지점을 파고든다. 티 하나 없이 완전한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그런 까닭으로 “누구에게도 타인을 함부로 단죄할 권리는 없다(p.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