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사랑들 - 흙과 틈 사이로 자라난 비밀과 상실 그리고 식물에 관한 이야기
쿄 매클리어 지음, 김서해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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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또 하나의 이야기를 줄게. 우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로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잊은 것들로 이루어지기도 했단다.(p.418)”

식물의 성장, 계절과 절기의 흐름 그리고 가족의 계보에 관한 이야기를 겹쳐서 에세이로 엮은 책이다. 내밀한 사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글은 시적인 문체와 어우러져서 특유의 분위기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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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을 아버지로 알아온 사람과 비혈연임을 알았을 때, 심지어 그가 자신의 딸이 아님을 알고도 일생 다정한 아빠였음을 깨달았을 때 느껴지는 마음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덧붙여 어머니의 삶, 그녀가 선택한 만남, 상실들을 조명한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유전적 계보를 훑어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들어있다. 자신의 이야기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되면서 앞 마당의 식물들은 더 멀리 멀리 뻗어간다.

24개의 절기를 기준으로 나눈 소제목들은 가드닝 지식과 계절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사유 변화까지 보여준다. 담담하게 쓰고 있지만 글의 전반에 흐르는 애상적인 분위기가 가슴에 저민다. 작가는 “내 안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고, 또 동시에 텅 비어 있“다고 밝히는데, 이렇듯 나를 이루는 것들을 전부 나의 의도만으로 고를 수는 없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나의 뿌리를 ‘파헤치며’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꾼다. 쓰는 몫은 작가의 일, 정원 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는데, 둘을 함께 해 나가면서 작가는 어머니와 완전하고 깊은 대화를 해내길 원했다. 책을 읽으면서 존재와 사랑에 관해서 사유하고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기회가 되었다. 나와 타자의 경계와 직면하고 확장할 수도 있다. 문학적인 아름다움도 가득 담긴 책.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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