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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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 다른 삶들을 끌어와서 독자에게 물음을 던진다. 습관처럼 답을 찾다가, ‘묻는 것’에 집중하며 읽었다. 사실 반드시 답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빈칸을 완성하세요.)”(p.142)처럼 빈칸 자체가 대답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삶의 형태와 물음의 방식을, 개성을 살린 이야기들로 엮었다. 참신하고, 공통 주제로 사유하며 다방면으로 읽어볼 수 있어 표지만큼 새뜻하다.



<고도를 묻다>는 다소 난해해서 연달아 두번 읽었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오마주여서, 희곡형식이다. 고도의 정체를 쫓으려 애쓰니까 도리어 미궁 속에 빠져버렸다. ‘묻는 행위’에 방점을 찍어보니, 물음이 나에게 속할 때 우리는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는 걸 알겠다. 질문이 곧 존재하게 한다.

‘죽음’ 혹은 ‘꿈’에 얽매여서 몸피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물음’을 주고 받고, 존재한다. ”어째서 세상엔 살아 있는 것들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죠?“(p.51) 존재의 근원과 ’묻기‘를 나란히 끌어다 둔 게 인상깊다.

<드래곤 세탁소>에서는 죽은 친구에게 도달하지 못한 물음의 향방을 두고 괴로워하는 이를 등장시킨다. 그는 죽은 친구가 못다한 말을 찾고 싶어 묻고, 세탁소 주인은 ‘물음’에 관해 답해준다. “답으로 사는 게 아니야. 물음이 있어서 사는 거지.“(p.87)

<개와 꿀>에는 주인공의 설정으로 경계선 지능장애를 내세운다. 그는 결핍과 정상성의 경계에서 일견 위태롭게 보이지만 사실 그건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일 뿐이다. 스스로는 귀에 ‘개소리도 달게 만드는 꿀단지’를 이고 지고, 다만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마땅히 사랑하는 게 가능한가”(p.141) 묻는다.

<방과 후 교실>에서는 소설가 아빠가 딸과 공포동화쓰기 숙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서로 소설을 쓰는 것에 관해 묻고, 소설보다 공포로 다가오는 현실과 직면하고 답을 자각한다.

마지막 작품 <조건>은 산문시와 닮은 듯한 전개방식과 문체로 사로잡는다. 은근하게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에 붙들린 ‘물음들‘을 드러내보이면서, 그 의미를 자꾸 독자에게 묻는다. 게다가 짧은 호흡으로 끊기는 문장들 사이에는 접속사가 없어 여백이 많다. 채워넣어야 한다는 강박 없이 읽으려 애썼다. “살릴 수 없었나? 그는 살아 있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살았다. 묻는다.“(p.199) 결국 묻는 것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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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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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가을, 만물이 영그는 계절과 닮아 일곱 편의 단편이 모두 알차고 묵직하다.

각기 고유한 시선과 문체로 풀어낸 세계관 속에서, 개인의 삶과 연결된 시간, 사건, 관계에 관한 사유를 하게끔 이끈다. 분명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불투명한 여과지에 덧대어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가깝게는 작년 12월 계엄령부터 멀게는 80년 사북항쟁을 다루거나 방계혈족 간의 애증, 모녀의 갈등에서부터 먼 타국의 학살과 전쟁이 있고, 단순한 우정과 부적절한 사이의 경계, 삶에 깊숙하게 들어온 AI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모두 현실감이 생생하다.

작품마다 읽는 시간과 품을 들여야 했다. 재미와 도파민을 논외로 하고, 속마음 어딘가를 툭 건드리는 지점들이 있었다. 이 단편들을 읽기 전과 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과연 나는 오늘도 나를 포함한 그 누군가에게도 아무 “문제없는, 하루“를 살아냈는지와 같은 질문,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게 흘려보낸 시간들을 실감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한국 문학을 가장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답게 유려한 문장들도 많고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전부 탁월했다.

특히 아래 세 작품이 흥미로웠다.

——

— 최은미, 「김춘영」

구술자와 면담자로 마주한 자들을 이야기의 주축으로 삼는다. 배경은 산중에 위치한 구술자의 집, 폭설로 외부환경과 단절된다. 그러나 곧, 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등산객 부부와 대민지원 나온 군인 둘이 들이닥치면서, 구술자-면담자 간의 관계의 팽팽함이 느슨해지고, 정제된 상태였던 구술자 김춘영도 흔들린다. 개인의 고유한 역사와 시대의 보편적 역사를 병치하고, 윤리와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순간이 이어진다. 마침내 면담자가 구술자의 집을 ”내 현장“이라고 이름 붙이는 순간, 그의 생에 온전하게 가닿았음을 느꼈다. 어떤 이야기를 골라내어 기록으로 남길지 면담자 박정윤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 강화길, 「거푸집의 형태」

자매로 오인받을 만큼 닮은 막내이모와 조카 사이의 애증의 역사로 시작해서 가족 간의 착취와 희생, 그리하여 인간사 빠질 수 없는 배신과 혐오, 사랑, 죽음등이 여러 겹의 구조로 맞물려 있다. 이모가 자신을 순정하게 사랑하기를, 어떤 조건이나 전제없이 자신을 사랑해주기를 집척한다.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사랑을 과시하지만 이모의 아파트 앞에서 길고양이와 예기치 않게 마주치고 놀라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전환된다. 막내이모를 향한 스스로의 마음이 어떤 결핍을 채우려 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자기 혐오에 맞닥뜨리는 순간, 그 문장들에 날카롭게 찔렸다.

— 황정은, 「문제없는,하루」

모태가 같은 자매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감각하는 법은 각기 다르다. 별 문제없이 하루 일상을 살아내면 그만인 것을, 동생 인범은 매 순간 너무 예철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인과관계와 그 연결고리의 여파에 관해 사유하고 부조리 격파를 주창한다. 무심하면 불행에서 비켜날 수 있을까. 나와 타자 간 온전히 따로 삶을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터널에서 교통사고 장면은 이 모든 것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사고의 피해자, 구조자, 방관자가 연결되어 순간의 전후를 함께 겪는다. 이때 터널로 들어서는 차들을 향해서 사고를 알리기 위해 경적을 세게 울리는 것은 언니 인영이다. 문제를 감각하게 되는 순간, “그들 모두가 그 가능에서 다른 가능으로, 그 순간이 아니라 다른 순간으로 넘어왔다는 걸”(p.314)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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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그러진 만화 (부앙단 댓글 에디션) - 부앙단의 댓글과 함께 돌아온 망그러진 친구들! 망그러진 만화
유랑 지음 / 좋은생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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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곰이ʕ•̀ω•́ʔ✧가, 세파에 시달려 낡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책.ᐟ

랜덤 투명포카 2종과 2026캘린더 엽서가 초판 한정 포함이다. 포카도 엽서도 예쁘고 귀여운 망곰이 에피소드가 한가득이라 가볍게 선물하기도 좋을 듯 하다. 부앙단이라면 반드시, 아니라도 한번쯤 만나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번 단행본은 부앙단 댓글 에디션으로 혼자 읽으면서도 교환독서 하는 기분을 낼 수 있다. 에피소드 중간에 등장하는, 부앙단이 직접 작성한 댓글들과 함께 웃고 감동하고 위로받는다.

정신없이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놓치게 되는 것들을 돌아보게 하고,
엄마이기 이전에 꿈 많은 어린이였던 시절을 곱씹게 하고,
사회적 잣대로 들여다 보면 한껏 모자라지만 사랑으로 보면 넘치도록 멋진 재능,
드리는 것 없어도 그저 내리사랑만 가득한 할머니와의 일화,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고, 힙 따라하다 삐걱대는 날도 있다. 무엇보다 진실한 마음이 투명하게 빛나는 망곰이와 친구들 그리고 부앙단 댓글이 어우러져서 시끌벅적 행복한 책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겉모습보다는 내면을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밝힌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렵지만 또 마음 한번 바꿔먹으면 쉬울 수 있는 일이다. 망곰이처럼, 망곰 유니버스 속 캐릭터들처럼 감정 앞에 솔직하고, 투명하고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망그러져도 괜찮은 세상, 울적하고 화가 나면 부아아앙 하고 울부짖고 눈물, 콧물로 다 없애버려야지.ᐟ.ᐟ

망그러져도 괜찮아~ ʕ•̀ﻌ•́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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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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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세계의 동쪽 끝, 이스턴섬에는 혼자서 불을 지키는 노인이 산다. 그는 불치병을 살릴 수도 있는 자이기에 방문객 샤사가 도움을 간구하며 내뱉는 각오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노인이 “그게 사랑이냐?” 라고 물었고, 그와 샤사는 함께 빛 잃은 별을 찾아 나섰다. 모험의 끝에서 노인은 다시 “넌 사랑이 뭔지 알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그의 말 속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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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체와 글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세계관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언뜻 보면 간결한 서사 구조를 가진 sf 판타지 동화다. 하지만 철학적 사유에 닿게끔 우리를 끌어당긴다. 땅에 사는 모든 존재가 하늘의 자기 별을 지녔고, 이 별의 빛이 그 존재의 생노병사에 관여한다는 설정은 모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주인공 샤사 역시 이 설정에 따라 연인을 구하기 위해 모험과 ‘희생’을 불사하며 고군분투한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치겠다는 상투적인 고백은 샤사 앞에서 무색하다.

불지기 노인과 샤사가 별을 고치기 위해서는 고래의 ’희생‘도 요구된다. 고래가 죽는 광경은 잔혹함과 숭고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바다 속에서 한없이 자유롭던 고래의 육신은, 뭍에서 오히려 족쇄가 된다. 고래의 생명이 죽음으로 뒤바뀔 때, 그의 뼈와 기름은 별을 고치는 도구이자 태양을 밝히는 연료가 된다.

이렇듯 노인, 샤사, 고래는 제각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한 사람을, 계절을, 밤과 새벽을, 세상을 지켜낸다.

몽환적인 그림과 설정으로 서사를 채워가면서 희생과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동화다. 쉽게 읽히고 금세 빠져들기에 ‘이스턴섬’에 오래 머물게 된다. 달 기울고 해 뜰 녘이면 샤사의 이름과 그의 신념과 사랑에 관해 마음을 쏟을 것만 같다. 별 반짝이는 밤이면 이제 우리는 저마다 사랑하는 이의 이름과 연결된 별을 찾아 하늘 어귀를 더듬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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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만 알면 되는 경제학 만화 - 뉴스가 어렵고 숫자에 약해도
김상현 지음 / 빅피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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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투자, 주식, 미수거래, 비트코인 등등 대충 이름은 알고 지내지만 마음 열고 가까이 하지는 못 하는 것들에 한 발 다가서게 하는 책.

간단한 전개와 일상과 맞닿은 주제의 만화가 부담스럽지 않고 간간히 웃음도 나온다. 경제학의 허들을 낮춰 마음 편하게 완독하게 이끄는 책이다. 경제학이라는 다소 까다롭고, 방대해보이는 학문을 만화에 녹여내 접근성을 확실히 낮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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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읽고 경제학에 흥미를 가진 뒤, 다른 경제학 입문서들을 두루 읽어보길 권한다. 경제학만큼 다양한 해석과 관점이 껴들기 좋은 학문도 없거니와 책마다 저자가 중점을 두는 방향성이 다르기에 두어가지 책을 견주어 읽어가는 것의 장점을 밝혀두었다.

이 책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경제학은 세상을 읽는 강력한 도구다’(p.4)라는 것이다. 이 ‘읽어내는’ 행위에 비추어 보면 경제학이 우리 일상과 상당히 밀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투자나 비트코인 외에도 교육열 고조, 퇴사 열망하는 직장인, k-pop의 성공법칙과 같은 쟁점을 헤아릴 때도 경제학은 빠지지 않는다.

책은 크게 네개의 파트로 나누고, 14화로 이루어져 있다. 간단한 흐름의 만화를 각 파트 첫머리에 소개한다. 정말 경제학 지식이 하나도 없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하게끔 독자를 이끈다. 보충 및 심화 내용도 부담없는 길이의 줄글로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고 목차를 보고 좀 더 흥미 있는 부분을 골라 읽어도 좋다.

호흡을 짧게 끊어가며 읽기 좋아서, 병렬독서파나 대중교통 이용시간이나 틈틈이 쪼개지는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틈새독서파가 선택하기도 좋다.

다 읽고 나면 책 뒷표지 다섯가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 명쾌하고 유려하게는 아니어도.

1.월급과 경제학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2.부동산과 금리가 얽힌 상황을 파악하고, 3. 돈 버는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장기 투자와 분산투자라는 것이 머리에 떠오른다. 4. 비트코인이 화폐로 동등한 위치에 오를지, 화폐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5. AI시대에 이르러 기업과 개인의 입장에 대해서 각각의 변화양상과 데이터 소유권에 관한 쟁점들을 파악할 수 있다.

살짝 맛만 보고 느낌 괜찮으면 이것도 저것도 한번 먹어보라고 능수능란하게 권하는 시식코너 판매왕에게 붙들린 것 같다. 다른 경제학 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경제학 #경제학만화 #이정도만알면되는경제학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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