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게임

월광 게임 - Y의 비극 '88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12월

아야츠지 유키토,노리즈키 린타로와 더불어 일본 신본격의 삼두마차라 불린다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이제야 처음 접하게 되었다.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는데,여러모로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과 비슷. 

먼저 추리소설 연구회 회원들인 대학생이 주인공인 점.밀폐된 공간(화산 분화로 인해 길이 막힌 산과 외딴섬)에서의 연속살인.대학생들 사이의 애정전선. 이런 것들이 두 작품을 비슷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였다.

다른 점은,십각관에 비해 애정이란 요소가 강조된 점이다.열일곱 명이라는 남녀 대학생 사이의 연애감정과,주인공의 스무 살 풋풋한 감성을 잘 다루고 있다.사건이 해결되고 나서 주인공은 상당히 성장하는 느낌이라서 추리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주인공 아리스가와 아리스(작가와 동명.여자앤 줄 알았더니 남자애)는 추리소설 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휴화산에 캠핑을 갔다가 다른 대학에서 캠핑온 또래들을 만나게 된다.캠프파이어를 하고 같이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도 잠깐,한 여학생이 사라진 후 화산이 분화한다. 

화산의 분화로 길이 막혀 고립된 학생들 중 몇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추리소설 연구회답게 막막한 속에서도 서로는 살인범에 대한 추리를 계속하고, 그런 가설들이 몇 번 반복된 후 그들은 길을 뚫고 하산하기로 한다.그리고 마지막에 추리소설 연구회 회장이 사건을 해결.

전체적으로 트릭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편이지만 밀폐된 공간에서의 연속살인이라는 분위기가 본격추리라는 느낌은 확실히 든다.그런데 살인범의 동기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억지다.약해 약해.. 

여러모로 조금 서투른(덜 매끄럽다고나 할까) 책인데,그 모자람이나 서투름이 나름의 풋풋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본격추리의 분위기가 대학생 청춘소설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정말 본격추리를 원하신다면 취향에 안 맞을지도.

암흑관의 살인

암흑관의 살인 1 ㅣ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7년 10월

관 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토의 후기 대표작.굉장히 두꺼운 볼륨으로 3권이라 기함했지만 술술 읽히기는 한다(한번 보시면 놀랄 듯한 두께.모방범 저리가라다)만 쓸데없이 길고 복잡하고 너무 암울하다.시점도 얼마나 왔다갔다하는지 산만하다.그래도 계속 읽으니 끝은 나더구만.

추리소설+호러소설이 맞을 듯.다른 작품도 우울하고 기묘하게 오싹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굉장히 어둡고,기묘하고,왔다갔다한다.<팔묘촌>이나<옥문도>랑은 또 다른 기묘한 어두움이다.확실히 이 작품에서 자신만의 분위기랄까 스타일을 완성한 듯하다.

관 시리즈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가 건축한 **관들에서 일어나는 살인을 다룬 작품이다.그 중 암흑관은 후기의 대표작으로 불리는데,서술 트릭에다 시점 트릭(시간)까지 겹치고,그 안에 소소하게 밀실 트릭들도 꽤나 들어가고,얽히고 섥힌 가족관계.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가 두꺼운 길이에 천천히 나눠져서 펼쳐지고 한 권에 걸쳐 마무리된다.읽고 나면 확실히 찜찜하다.우울한 글 싫으신 분에게는 비추.그래도 관 시리즈는 계속 읽을 것 같다.이 우울한 분위기만 빼면 추리 자체는 확실히 기발하니까. 

시계관이 기발함으로썬 최고.암흑관은 트릭이 십각관이나 시계관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분위기로 승부한다는 느낌.난 십각관이 제일 재미있었음.
 

 

벽장 속의 치요

벽장 속의 치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박상희 그림 / 예담 / 2007년 8월

아,따뜻하면서 섬뜩한 단편들이다. 

벽장 속에 사는 열 살 귀신 치요와 니트족 주인공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벽장 속의 치요>는 은근히 재미있고 은근하게 따뜻한 이야기들이 모인 단편집이다.그 외에도 샴쌍둥이를 다룬 이야기,자전거에 얽힌 이야기 등 약간은 섬뜩하고 기묘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데,한편으로 가슴 따뜻함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아카쿠치바 전설

아카쿠치바 전설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재,재밌다! 여자 3대의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1950년대,돗토리 현의 베니미도리 촌에는 제철업으로 부자가 된 아카쿠치바 가문 사람들이 산 위 붉은 저택에서 살아가고 있다.떠돌이 산 사람들이 버리고 간 여자아이 만요는 그 집안의 큰 사모님에게 찍혀? 그 집안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된다.미래를 환시하는 능력이 있는 천리안 사모님 만요. 

그리고 그녀의 아이들 넷 중 경제 성장의 시기에 현 최강의 폭주족으로 살아가다 돌연 은퇴,인기 만화가가 된 딸 게마리,그리고 그녀의 니트족 딸 도코의 이야기까지 여자 3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뭐랄까,굉장히 말도 안 되는 설정이기도 한데 나름대로 경제 성장과 몰락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펼쳐지는 게 의아하달까? 난 도코의 이야기 빼고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삼대의 저마다 독특한 인생 이야기.함께 펼쳐지는 일본의 근현대사.굉장히 독특한 책이다.재미있기도 하고.

야시

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기묘한 환상 소설.환상적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
<고도>와 <야시>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굉장히 묘한 분위기였다.요괴의 길로 들어가 만나게 되는 바람의 도시<고도>그 곳으로 친구와 들어간 나는 친구를 잃게 되고,그 친구를 살리기 위하여 고도에서 태어난 한 청년과 여행을 하게 된다.요괴의 길이란 내용이 <백귀야행>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했으나,그것보다는 훨씬 스케일이 큰 이야기다.우리 현실과 겹치기도 하면서 존재하는 바람의 도시의 룰과 쓸쓸한 분위기가 백미.

가끔 서는 초자연적인 것들을 파는 시장 <야시>는 무언가를 팔지 않고서는 나갈 수 없는 곳.주인공의 친구는 어린 시절 능력을 사고 동생을 야시에 판다.그리고 동생을 다시 찾기 위해 야시에 참여하는데..과연 동생은 다시 일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기묘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일품이다.<뱀을 밟다>랑은 또다른 기묘하고 환상적인 분위기.환상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