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임신 캘린더>랑 비슷한 작품이라고 해서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기대보다 별로였다.임신 캘린더는 기묘함과 함께 오싹한 미묘한 악의 같은 게 나타나서 좋았었는데,이 작품은 그냥 기묘함만 있는 듯.오가와 요코는 역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제일 좋다.다음이 <임신 캘린더>고.저번 <미나의 행진>도 실은 별로였는데.더 이상 안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표제작 <약지의 표본>은 표본실에서 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일반적으로 박제하는 동물만이 아니라 자신에게 기억에 남는 물건들,심지어 음악과 흉터까지 표본으로 만들어 주는 곳,표본실.약지 끝을 사고로 잃어버린 주인공 아가씨는 표본실의 주인이자 표본 기술자와 기묘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박제되어 표본으로 만들어지고 싶은,뭐랄까 사랑에 구속당하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여러 사연을 안고 표본실을 찾아오는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들이 있다.발을 잡아먹는 구두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이렇게 편한 구두 하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다음 작품 <육각형의 작은 방>은 그저 아무도 없는 육각형의 작은 방에서 말을 털어놓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이야기 작은 방이라 불리는 시설물?을 설치해 두고 돈을 받고 이를 운영하는 모자가 있고,어쩌다 그 작은 방에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는 주인공과 주인공이 보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그냥 아무도 듣지 않는다고 해도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참 유용하겠다 싶었다.

결론.그냥 그랬다.중고로 팔아치워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안의 그녀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고,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어른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일까? 나는 서른을 넘어서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아파하고 일명 <어른스럽지 못하게>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예전에는 서른을 넘으면 정말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는데,어른이 되면 어른의 고충이 생기고,요새같이 교육기간이 길고 부모에게 의존해온 세대는 아직 서른이래도 어른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불완전한 어른들,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어른 여자들의 우정,그리고 가끔 나오는 소녀 시절에 대한 회상.
어린 딸이 있는 전업주부 사요코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또래의 여사장이 경영하는 사업은 청소.다른 집들을 청소하면서 ,일을 하면서 사요코가 느끼는 것들.그리고 여사장인 아오이의 삷과 예전 소녀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로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둘이지만,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실망도 하고 놀라기도 하면서 그들은 친구가 된다.어른 여성의 우정을 다룬 소설은 흔하지 않고,서로 다른 배경과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천천히 부딫히고 깨져 가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에 대한 글이다.흔하지 않아 좋았고,참 잔잔한 글이라 좋았고.어른도 아직 불완전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어,좋은 글이었다.내가 어른일까? 하는 고민을 하는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듯하다.(요시나가 후미<사랑해야 하는 딸들>도 함께 추천.난 이 만화를 읽고서야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이란 걸 이해하게 되었다.참 좋은 만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재밌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였는지,이것도 기대보단 별로.거기다 내가 사랑얘기를 기본적으로 안 좋아한다.(bl빼고.;;)

축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 덕훈은 축구라는 공통점으로 친해진 인아에게 빠지게 된다.그녀는 프리섹스주의자였고 그 때문에 갈등을 겪고 헤어져 보기도 했지만,그녀를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의 다른 사생활에 대해선 신경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녀를 설득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어느 날.그녀가 일 때문에 경주로 내려가고,주말부부 생활을 하게 된다.불만은 있지만 그럭저럭 적응해가고 있던 어느 날,아내가 다른 남자가 생겼으며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그는 당연히 이혼을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란다.아내 인아는 두 사람과 다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는 것.

기본적으로 평범한 사고방식을 가진 덕훈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혼장까지 써 보지만,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아 그 요구를 수용한다.아내도 밉지만 사랑하고,그 놈!은 생각도 하기 싫고.하지만 그는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아내는 성공적으로 두 집 살림을 해낸다.아내의 두번째 남편은 그를 형님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려고까지 한다! 거기에다 아이가 태어나고,덕훈은 다시한번 혼란에 휩싸인다.

중혼,두 집 살림이란 소재는 많았지만 여성이, 정부를 두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과 동시에 결혼하고 그 생활을 잘 유지해간다는 소재는 상당히 파격적인 발상이다.작가는 폴리아모리라는 비독점적 다자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있고,무엇보다 축구의 여러 이야기와 선수 이야기,에피소드를 맛깔스럽게 곁들였다.하지만 축구에 대해 잘 모르는 나는 그냥 대충 넘어갔다.

나야 둘,아니 셋만 잘살면 남들이야 뭘 하든 말든 상관없는 입장.이미 나부터도 특별?한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가.(사실 알고보면 다 똑같다.밖에서 진한 스킨십을 하기 힘들다뿐이지 사람이랑 사람이 연애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하지만 아내 인아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고,덕훈이 좀 애처로웠다.두번째 남편이야 상황을 다 알고 수용했지만 주인공은 갑자기 청천벽력 아니던가.다른 사람과 공개적으로 바람피는 사람을 어느 여자고 남자고 두고보리.그냥 애인이나 섹스 프렌드도 아니고 부부인데.계약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글은 상당히 술술 읽히고 어느 정도 재미도 있지만,개인적인 취향에는 안 맞는 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나오키상 수상작에다,한밤중에 저절로 타오른 시체라는 소재에 흥미를 갖고 읽게 된 추리소설이다.불타버린 피해자,이후 짐승에게 물어뜯긴 시체가 발견되면서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가 파트너 다키자와와 함께 사건을 수사해 간다.경찰소설로 경찰 내부의 묘사와 여형사 다카코의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는 책이었다.

심야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한 남자의 몸에 불이 붙는다.불은 삽시간에 사방으로 퍼지고,발견된 시체에는 짐승이 물어뜯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다.기동수사대(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형사들) 소속인 여형사 다카코는 15년차 형사인  여형사를 무시하는 다키자와와 한 팀이 된다.이들이 묘한 기싸움과 무시,그리고 대립을 해가며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볼거리다.두 캐릭터가 상당히 잘 형상화되어 있고,두 사람 사이의 묘한 심리전이 잘 표현되어 있다.

여형사만이 겪을 수 있는 경찰서 내의 미묘한 차별과 무시 같은 소소한 분위기들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책이다.그리고 특히 마지막의 오토바이 추격 장면은 굉장한 긴박감을 준다.범인?인 동물을 쫓으며 한밤을 질주하는 다카코.굉장히 스릴있었다.

경찰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괜찮은 스릴러를 보고 싶으신 분,추리소설과 그 중에서도 하드보일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샤라쿠 살인사건
다카하시 가츠히코 지음, 안소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도슈사이 샤라쿠라는 유명 우키요에(일본 18세기 에도를 중심으로 유행한 회화 양식으로 육필화도 있지만 대부분 목판화로 제작되었으며 풍속을 그린 것이 많다)화가의 작품 설명으로 프롤로그가 시작됩니다.

이후,저명한 우키요에 연구가 사가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이 사가가 회장을 맡고 있던 <우키요에 애호회>와 우키요에 연구계에서 대립하는 모임인 <에도 미술 협회>의 일인자,니시지마 교수의 제자 츠다가 주인공으로 이 소설은 진행됩니다.사가의 죽음 얼마 후,츠다는 고서적 판매회에서 한 우키요에 작품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작품집에는 샤라쿠가 치카마츠 쇼에이라는 이름으로 고치고 그림을 발표했다는 글이 실려 있습니다.도슈사이 샤라쿠는 우키요에 화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비밀에 싸인 인물로,10개월 동안만 작품활동을 하면서 140여점의 작품을 낸 후 연기처럼 사라졌는데요. 

그 덕분에? 이 샤라쿠의 정체에 관해서 온갖 설들이 나돌게 됩니다.다른 화가가 샤라쿠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잠시 했었다는 샤라쿠 별인설이 유명한 것만 십여 개가 넘게 존재합니다.(책 속에서 츠다가 조목조목 설명하며 반박하죠)

그런 와중에 작품집이 발견되자,츠다는 이 쇼에이가 샤라쿠라는 샤라쿠 별인설을 주장하기 위해 쇼에이와 샤라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거기에 선배의 동생인 사에코가 동행하게 되죠. 이 여행을 하며 츠다는 점점 쇼에이가 샤라쿠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발표하려 합니다.그런데 그때 그의 스승인 니시지마가 이를 빼앗아 발표하게 되고, 이후 교수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이후 츠다와 형사 오노데라가 이 사건의 비밀을 밝혀내게 됩니다.앞부분은 우키요에 이야기로 가득해 이 부분을 잘 못 넘기면 중간에 책을 놓을 수도 있지만,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술술 읽어나가면 후반에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빠르게 술술 전개됩니다.상대적으로 후반이 훨씬 더 재미있죠.

소설의 거의 반 가량이 우키요에에 대한 설명과 화가의 스타일이니 인간 관계 등에 할애되어 있습니다.이 책을 읽으면 우키요에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네요.이전에는 그냥 일본의 풍속 목판화다,샤라쿠라는 베일에 싸인 화가가 있다(김홍도가 샤라쿠다.신윤복이 샤라쿠다라는 설도 있다고 합니다.)정도만  알고 있었는데,많은 지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장 쟈크 페슈테르의 <편집된 죽음>과 거의 같은 트릭이네요.누가 먼저 썼을지는 모르지만...이렇게나 비슷한 아이디어로 소설을 쓰기도 쉽지 않을 터인데, 비교하며 읽으시면 흥미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 미스터리,우키요에에 관심이 있으신 분, 학계를 무대로 하는 살인사건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이 읽으시면 좋을 책입니다.상당한 지식을 요구하는(이라기보다는 지식이 들이밀어지는)책이기 때문에,너무 머리 쓰기가 싫다시는 분은 피하시는 편이 낫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