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확히는 4.5점 정도?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유머와 인간애를 섞어 녹여낸 작품.SF라는 느낌은 별로 안 들지만;;



소식을 접하자마자 예약주문해서 싸인본으로 받은 책.받고 한참 후에 읽게 되었는데 그간 수많은 리뷰가 올라왔고 예상 외로 상당히 많이 판매되어서 깜짝 놀랐다.(SF의 판매수치로서는 경이적이다) 그런데 일단 SF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별로 그런 느낌은 안 든다.미래 사회의 초고층 타워 국가 빈스토크가 배경일 뿐,이 사회를 빌어 한국 사회를 풍자-비판하고 있다.

작가의 첫 소설집이자 연작 소설집.전 인구가 초고층 빌딩에 사는 도시국가인 빈스토크에서 일어나는 온갖 이야기인데 아래와 같은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한 줄거리는 생략.


동원 박사 세 사람 : 개를 포함한 경우-양주에 전자 태그를 붙여 권력의 이동을 연구하는 미세권력연구소 소장과 박사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풍자 쩔어요.
자연예찬- 저소공포증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재미있었다.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어머나! 로맨틱하다.인터넷의 바다를 타고 흩어진 편지 한 장으로 그들의 힘이 모아져 한 사람이 살아난다.연애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지만,이 정도는 딱 좋음.
엘리베이터 기동연습-수직주의자와 수평주의자의 이념 대립이라는 소재가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광장의 아미타불-음..박성환씨의 <레디메이드 보살>을 떠올린 건 나뿐일까?
샤리아에 부합하는-결국엔 휴머니즘? 으로 끝나는구나.

부록
1 작가 K의 『곰신의 오후』 중에서
2 카페 빈스토킹 - 『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 :이것도 진짜 재미있었음.<520층 연구> 속편으로 내주지 않으려나 ㅠㅠ
3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4 「타워 개념어 사전」-아 웃겨.꼭 읽으시라.

작가의 말
『타워』를 읽고 _ 이인화- 박민규의 해설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지만 나쁘지 않음.

사실 배명훈씨는 괜찮은 SF를 쓰기는 했지만 개인적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도 뒤늦게 읽게 된 것이었는데,내가 읽은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유머가 훨씬 깔끔하게 다듬어졌다는 느낌이며 좀 더 비판적이다.

하지만 647층의 도시국가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했다는 것에서 그의 SF작가다운 면모가 드러난다.이 3차원적인 사고는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는데,<엘리베이터 기동연습>에서 가장 잘 표현되고 있다.정말 어딘가에 있을 법한,우리 사회의 모습이고 현대인들의 모습이다.소시민들이 주인공이라 친근감도 들고.(사실 책을 읽고 나자 박민규의 작품들,특히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떠올랐다.재미있고,풍자를 통해 비판도 하고.)

작가는 천연덕스럽게 빈스토크 사회에 대한 풍자나 비판을 하고 있지만 책 전체에 녹아 있는 것은 불완전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인간애이다.그래서 더 감동적이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샤리아에 부합하는"까지 가니 너무 낙관주의,좀 신파?로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강추.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이신조-가상 도시 백서.(알라딘에 제 리뷰가 있어요)<만토>라는 가상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얘도 한국 사회를 비판,풍자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순수문학에 가깝고 엔터테인먼트적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타워>와 비교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시마다 마사히코 <로코코 거리>SF.요것도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데,허무한 듯한 느낌과 판타지적 요소가 꽤 들어 있다.
박민규<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추천 타깃:SF팬.한국 문학 애호가.풍자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사람들. 소설 애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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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계승자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아! 올해 읽은 sf장편 중에서 최고다.

역자후기에서 누군가 이 작품에 학회 SF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얘기를 읽고,그럴듯한데? 라고 생각했다. 물리적 배경은 지구,달,목성에 이르지만 이야기의 주를 이루는 것은 하나의 발견과 그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설명,그 가설들의 대립과 통합 발전,새로운 발견으로 또 새로운 가설이 등장,이전 가설들과 서로 상호작용해가며 다시 발전...그리고 대단원의 결말(결론 도출)이다.

여러 과학적 사실과 배경지식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분명한 하드 SF지만,그렇게 어렵다거나 이해하기 힘들지는 않았다.오히려 여러 가설들을 뒷받침해 주는 과학적 사실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영 어렵다 싶으면 슬쩍 읽고 지나가도 된다.그래도 별 문제는 없다.(교코쿠 나츠히코의 소설에서 그의 장광설을 넘어가도 독서 자체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처럼)하지만 물론 이해하면 더 재미있다.

SF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읽는 동안 진한 추리의 향기를 느꼈다.여러 가설이 펼쳐지고 서로의 의견이 맞다고 주장하다가 새로운 증거가 하나둘씩 발견되면서 또 새로운 가설이 생기고,마지막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미국 수사드라마나 추리소설 같은 느낌.그래서 추리도 무척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과학자)헌트 박사가 UN우주군 항행통신국(일명 나바컴)으로부터 자신의 발명품(일명 스코프.물질과 똑같은 3차원 홀로그램을 구성해 관찰하고 물질 내부도 관찰할 수 있는 기계)을 사용하여 어떤 연구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구의 대상은 놀랍게도 달에서 발견된 5만 년 전의 인류! 탄소동위원소 분석실험으로 연대가 확실히 측정되었고, 현재 인류와 같은 외형과 내부기관을 가져 인류라고 판단이 내려졌다.

온갖 분야의 학자들이 동원되어 이 미스터리를 과학적으로 해결 및 증명하기 위해 나선다.하지만 전문가들이 자주 그렇듯 자기 분야에서만 생각하고 가설을 내니까 좀처럼 의견의 합일을 하지 못한다.여기서 통합적인 시각을 제공하고 여러 다른 연구 분야의 결과를 공유시켜 주는 것이 주인공 헌트 박사이다.(그는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별 업무그룹 L의 수장이 된다)

헌트 박사와 그의 그룹의 가세로 연구는 가파르게 발전해 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추가 발견이 행해지는데,그 중에서 중요한 것이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발견된 우주선과 그 안의 외계인이다.이 발견으로 월인(달에서 발견된 인류를 지칭)연구는 한 단계 발전하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져 온갖 가설이 난무한다.

여러 가지 가설들을 하나하나 따라가고 과학적으로 이를 증명 또는 부정하며 다른 가설로 나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 참으로 즐겁고 재미있었다.(자신만의 가설을 세우거나 한 입장을 지지하며 읽어도 재미있다.추리소설에서 범인이 누구일까를 생각하며 읽는 것처럼) 새로운 발견으로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며,마침내 결론이 나왔다! 하는 순간 또다시 커다란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즐거운 독서였다.충분히 하드SF만의 강점과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은 책이었다.올해 들어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장편 SF가 <노인의 전쟁>과 <멸종>과 이 책<별의 계승자>인데,순서대로 읽으면 라이트한 쪽부터 하드한 쪽으로 3스텝을 밟으며 SF세계로 들어올 수 있다.

노인의 전쟁은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재미를 담뿍 선사하는 판타스틱한 스페이스 오페라이고,멸종은 중간에 우주인이라는 가설을 인정한다면 그 이후로는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과 납득이 가능한 공룡 멸종의 원인을 제시하는 재미있는 SF이고, 이 작품은 추리의 스타일을 가진 재미있는 하드 SF이다. 아시모프나 하인라인,클라크의 몇몇 권 정도를 읽은 SF초보 독자라면 요3스텝을 밟아  좀 더 깊숙한 SF의 세계로 들어와 보면 어떨까?

오랜만의 타깃! SF팬(특히 하드SF의 팬) 과 어느 정도의 과학적 소양이 있는 추리소설 애호가.요기에 속하지 않으시더라도 교양인이시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강추합니다.

<멸종>에 이어 동생에게 선물해 줄 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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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2010-03-1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의 계승자 뒷부분 시리즈가 더 있다고 하던데 전 그 이야기들 정말 더 읽고싶어요. ^^ 멸종 앞 부분만 조금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노인의 전쟁은 일단 책부터 사야겠네요 ㅋㅋㅋ

하나 2010-03-1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얼음님이시다!저도 뒷부분 시리즈 읽고싶어요 ㅠㅠ 노인의 전쟁도 멸종도 강추입니다! ^^
 
다이어트의 성정치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8
한서설아 지음 / 책세상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오오오! 진짜 넘기는 장마다 주옥같은 말들이...근데 좀더 길게 썼으면 좋았을걸.지금까지 생각해 왔지만 시원하게 다룬 글을 읽을 수는 없었는데,여성들이 다이어트에 대해 갖고 있는 이런저런 생각과 심리들을 너무나 잘 표현해 준 책입니다.좀 급히 끝맺었다,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참 괜찮은 책이었습니다.여성들 뿐만 아니라 왜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그토록 목을 매는지 궁금하신 남자분들이 읽으시면 더더욱 좋은 책입니다.

저는 밑줄치거나 별표하는 걸 싫어해서(책은 깨끗하게 보자 주의임)대신 포스트ㅡ잇 플래그를 좋은 부분에 붙여두는 편인데요.1/3쯤 남아있던 포스트잇 플래그 다 썼습니다.나중엔 모자라서 못 붙였어요.책에서 중요하고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을 쓰고,가끔 제가 겪은 이야기도 넣었습니다.

처음 챕터는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하면서 들어갑니다.몸 담론은 사회학 수업 때 나름 듣던 거라 (저는)슥 읽고 넘어갔구요.2장부터 맞아 맞아 하는 글들 주루룩 이어집니다.

처음에는 이성애적 사회에서 외모가 성적 매력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여자'로서 정체성을 인정받게 된다는 이야기.( 남성은 여성보다 외모의 중요성이 다른 자원,즉 사회적 위치나 돈,학벌,집안,성격 등으로 상쇄될 수 있는 융통성이 존재하나 여성의 경우에는 일차적으로 외모를 중심으로  여성다운 매력이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여전히 사회에서 '여자'로 인정받는 것의 중요성이 정체성을 이루는 다른 요소들-계층,학력,지위,나이 등-을 압도한다는 거죠.

사실 동성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별로 다를 것 없어요.다들 예쁘고 마른 여자친구(게이의 경우 몸매 좋고 잘생긴 남자친구)를 선호합니다.가끔은 통통한 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분은 일부분이고,동성애자들끼리의 만남에서도 일차적으로 보이는 건 외모니까요.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애인찾기나 친구만들기 글을 보면 너무 남성같은 분은 싫다,마른 분이 좋다,뚱뚱한 분은 별로,외모가 적어도 평범은 되어야 한다라고 조건을 다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여성의 외모는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죠.여성은 사회적인 기준이 녹아 있는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검열하고,자신의 몸이 이상적인 몸이라고 생각되는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이를 변화시켜야겠다는 욕망을 갖게 됩니다.여성으로 하여금 외모를 관리하게 만드는 힘은 강제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지만,사회의 기준에 의한 평가를 지닌 시선들 속에 녹아 있으며 이 힘은 여성의 자아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여성들 스스로가 몸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을 이끌어냅니다.

성공한 여성의 이미지는 여러 매체들에서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나타납니다.이러한 이미지는 여성들의 날씬함과 이의 공공연한 전시를 성공한 지위의 상징으로 만들면서 여성들에게 현실적인 힘을 발휘합니다.날씬한 외모는 단순한 미적 기준을 넘어 자아 실현과 사회적 성공에 대한 여성의 욕망의 중심에 자리잡게 된다는 거죠.(일단 아직도 취업 시에 많은 기업들이 여성의 외모를 직업적 자질로 간주합니다.)이러한 추세에서는 외모도 하나의 능력이자 자본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어요.

3장에서는 과학적 소비 이론과 다이어트,즉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해 얘기합니다.건강이 삶의 질을 상징하는 주요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소비 문화는 건강한 몸은 타고나는 것이라기보다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런 몸을 만드는 것은 각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 됩니다.

그리고 여성들도 건강함과 날씬함의 문제를 거의 같은 차원의 문제에서 사고합니다.날씬한 몸을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건강한 상태를 체중과 직결시키는 거죠.이러한 인식에서 건강이란 개인이 스스로의 몸을 알아서 챙기는 부지런함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통제할 줄 아는 자제력에 의해 성취된다는 판단이 더해집니다.(그래서 뚱뜽한 건 자기관리를 하지 못해서-라는 오래된 떡밥이 등장하는 거죠.)

이에 따라 여성들은 뚱뚱함을 건강하지 못함,추함과 더불어 게으름의 상징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몸을 가진 다른 여성들에 대해 도덕적인 판단을 쉽게 내려 버린다는 거죠.
(사실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비판? 인식?이 더 무섭습니다. 여성 전용 커뮤니티에 160에 적정 몸무게가 얼마일까요? 하는 질문이 올라오면 십중팔구는 45-50킬로그램이라고 해요.의학적으로? 권장 표준 몸무게는 54킬로그램입니다.여성들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답을 해요)

거기다 뚱뚱한 여성의 경우에는 체중이나 체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이로 인해 다이어트는 정신 건강의 문제로까지 확대됩니다.그러나 모든 문제의 해결법으로 다이어트라는 개인적 실천을 받아들이는 것은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편협함에 맞서서 그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기준에 맞게 변형시킴으로써 편견들을 피해가는 소극적인 대처방안입니다.

현재 많은 여성들의 몸은 정상체중을 중심으로 한 건강한 몸의 범위를 크게 넘어서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여성들 스스로가 이러한 다이어트 권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여성들의 외모 관리에 건강을 압도하는 다른 사회적 기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비만이 아닌 여성들도 모두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분위기,뚱뚱한 사람들보다 오히려 마른 사람들이 더 극성맞게 살을 빼는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과학적으로 제시된 정상체중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스스로 모순임을 알면서도 외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여성들은 건강 관리의 일환으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다이어트를  외모 관리의 일환으로 의미화합니다.그리고 다이어트 산업의 물량 공세 속에서 주요 타깃이 되는 사람들은 실제로 비만한 사람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 제시하는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파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입니다. 

 

4장은 다이어트로 인해 잃는 것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현재의 다이어트는 일정한 원리와 규칙을 따르게 하는 규율의 성격을 띱니다.음식 섭취,라이프 스타일,생활 습관 모든 것을 검토해야 하죠.그런데 다이어트는 철저한 개인적으로 수행하는 실천이고 다이어트 식단은 혼자만의 식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식사와는 거리가 있고,이는 음식을나누는 행위를 매개로 형성되는 인간관계와 사회 생활이 보편적인 우리 사회에서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을 심각한 갈등으로 몰아넣습니다.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식,약속 등의 사회 생활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거나 이런 모든 유혹들을 극복할 만큼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동시에 여성들은 이런 독한 마음 때문에 인간 관계에 금이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우울함,사회 생활에 충실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또다른 갈등을 겪습니다.다이어트와 사회 생활,인간 관계가 이토록 양립하기 어려울 때 여성들이 선택하는 것 중 하나가 먹고 나서 토하기에요.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을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다이어트는 사회적 기준에 맞는 몸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몸을 자아의 일부로 긍정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열망 때문에 시작되는 것입니다.그러나 다이어트는 우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혐오하고 통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속에 여성의 몸을 획일적으로 재단하는 사회적 힘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설 틈이 없다는 것입니다.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의지를 실험하는 개인적 실천의 문제로 넘어가버리고 그 성공과 실패,책임 역시 여성 개인의 몫으로 전가됩니다.

그리고 다이어트에 성공한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더욱더 다이어트의 성공 여부와 그에 따른 몸의 변화에 얽매이게 됩니다.예전의 성공 경험 때의 여러 가지 변화나 주변 반응 등 여성에게는 중요하게 생각되는 변화들을 통해 쾌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게 되어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감힘을 쓰게 되는 것입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이어트 실천을 자신의 의지력과 인내력을 실험하는 장이 되고 다이어트의 성공과 그 결과인 날씬한 몸매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인 통제력,자기 절제력이라는 미덕을 소유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고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받습니다.이로부터 여성들이 다이어트의 성공을 자기만족이나 자신감 그리고 그로부터 얻게 되는 쾌감의 문제로 설명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자신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는 의지력을 향한 믿음에서 오는 만족감이지요.

그러나 다이어트는 단기간의 성공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미국에서 행한 조사의 결과에서는 다이어트 끝에 체중을 줄인 사람들의 90%가 5년 안네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감소 자체보다는 그 유지가 더 어려운 것이죠.따라서 여성들이 일시적으로 자신감을 얻게 되더라도,언젠가 다시 체중이 증가할 경우 자신감을 일시에 상실하며 자신을 혐오하고 자아의 위축 상황을 겪습니다.그리고 상실된 자신감 회복을 위해 다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악순환에 빠져 자신을 몸에 속박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여성의 외모 관리는 끝나지 않는 전쟁인 만큼 여기서 승리한 여성들이 받는 대가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예쁘고 날씬한 여자들에게 더 많은 사회적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여성들 스스로가 당연시하게 됩니다.누구보다도 여성들 스스로가 외모가 하나의 자본이자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은 뚜렷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자원이자 능력이며 여성으로서의 자존감과 정체성도 확고히 할 수 있는 원천으로 여성들 스스로에 의해 자리매김되고 있다는 겁니다.

여성에게 외모라는 주제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하나는 여성의 삶과 자아 정체감에서 외모가 갖는 지나친 비중입니다.외모에 부여되는 사회적 권력은 여성의 자아실현에 대한 욕망이 커질수록 더욱 증대됩니다.여자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살고 싶어하는 욕구를 드러내는 것과 함꼐 외모를 통해서 여성다움을 확인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회의 요구 또한 높아졌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여성들이 외모의 힘을 간파하고 몸을 관리하며 겪게 되는 심각한 고통입니다.외모 관리의 힘겨움을 개인적 능력의 한계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며 자신을 혐오하는 악순환에 빠져왔다는 겁니다.더욱 큰 문제는 여성 개개인의 외모 관리가 남성의 시선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힘에 의해 일어났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가려진다는 점입니다.고통은 건강이나 아름다움에 대한 여성의 저시만족을 위한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설명되는 거지요.따라서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승인받고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주체가 되려 하는 여성들의 욕구는 외모 관리라는 전쟁에서 끊임없이 소모되고,성별 간의 권력 관계가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된다는 것이지요.

5장에서는 이런 사회적인식,사회 권력에 딴지를 걸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예상할 수 있는 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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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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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F팬들께 이런저런 SF중 뭐가 가장 읽기 쉬울까요,하고 물었을 때 다들 권해주신 것이 이 <노인의 전쟁>이었다.그 말에 집어들었는데,들자마자 주욱 다 읽어 내려갔다.순식간에 몰입해 책장이 아주 술술 넘어갔다.엔터테인먼트적으로 보자면 최고수준의 작품이다.

읽고 느낀 첫 감상은 뒷표지?에도 적혀 있지만,정말 하인라인 스타일이다.<스타십 트루퍼스>와 <영원한 전쟁>을 섞어서 내놓으면 되겠다.(조 홀드먼보다는 하인라인과 더 비슷하다)  비슷한 분위기에 내용에다,주인공 성격도 비슷하고,그 이야기들을 좀 더 현대식?으로 변주한 듯한 느낌.

주인공 존 페리는 75세 생일에 아내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입대한다.노인이 웬 군대? 하지만 이 군대(CDF-우주개척방위군)는 75세 이상만 받는 이상한 군대다.군에 입대하게 되면 외우주로 나가 전투를 수행하게 되며,지구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다.하지만 많은 노인들이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안고 입대한다.

신병들을 실은 우주선 안에서 존은 앨런,매기,수잔,제시,해리,(또 한 명 누구지;;)의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이들은 <늙은 방귀쟁이들>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며 우정과 사랑을 쌓아 나간다.이들은 전투에 적합하게 개조된 신체로 의식을 전송하여 모두 젊고 아름다운 육체로 재탄생한다(...는 먼치킨스러운 설정임).젊은 육체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하는 게 섹스인데,뭐 그러려니 한다.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서로 나뉘어 부대로 배치되어 헤어진다.그리고 온갖 외계인들과의 전투 속에 동료(전우)들은 하나둘 목숨을 잃어간다.군대 생활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내놓은 주인공 또한 죽음의 위협을 비켜가지 못하고,친우를 잃고 죽을 고비를 넘긴다.그런데 의식을 잃기 전 눈에 보인 모습은 바로 예전에 죽은 아내의 젋은 모습.이게 어찌된 일일까?

그런 일을 겪고도 주인공은 회복하고,전쟁에서 공을 세우고,여인과 미래도 약속한다.그리고 다음 시리즈에 대한 여운을 남기며 열린 결말이 찾아온다.

일단,참 재미있게 읽었다.중간중간에 유머가 맛깔스레 섞여 있고,전형적으로 미국인스러운 주인공과 친구들,그리고 이야기 전개.. 좀 빤하다 싶기도 하지만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랄까.좀 깊은 생각이나 의미 같은 게 담겨 있지는 않아 가벼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오락 소설로는 최고 수준이다.sf팬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한 편의 잘 짜인 영화를 보는 듯하기도 함.(영화로 만들기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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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서부해안 연대기 3부작 2
어슐러 K.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슐러 K. 르귄의 '서부 해안 연대기' 시리즈. 청소년 판타지라는데,잘못된 (위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들의 자신의 능력(재능)에 대해 고민하고,여러 사건을 겪으며 능력을 어디서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알아 나간다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기프트><보이스><파워>3권 중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으나 문자마저 금지당한 도시에서 책을 읽는 능력을 지닌 소녀가 겪는 이야기라길래 셋 중 가장 흥미잇어 보여 먼저 집었다...만,참으로 진도가 안 나갔다.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참 우울하다.강간의 결과로 태어난 여주인공 메메르는 야만족 군대에게 지배받는 도시 안술에서 숨죽이며 살아간다.그녀의 유일한 취미? 는 문자가 금지된 도시에서 철저히 숨겨진 비밀의 방에 들어가 방 가득한 책을 읽고,가끔은 책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러다 그녀는 말을 피하다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그녀는 1편 기프트의 주인공인 시인 오렉의 아내 그라이.그 인연으로 오렉과 그라이,그리고 그녀가 키우는 반사자는 메메르가 수장 어른을 모시고 사는 갈바 가문의 집에서 머무르게 된다.그러던 중 안술을 현재 지배하고 있는 알드의 권력체계에 변화가 일어나고,시인 오렉의 시 낭송?으로 인해 안술 국민들은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와중에 메메르는 자신의 재능으로 책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뭐 나중에는 해피 엔딩에다 재능을 깨닫게 되는 여주인공이다.사실 재미도 별로 없었고 그리 감동도 없어서 르귄인데 왜 이럴까 하고 생각했다.차라리 후루룩 읽은 시리즈 첫 번째 <기프트>가 더 나았는데,그것도 별로 재니있지는 않았다.사실 나는 르귄의 sf는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만 판타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거기다 청소년 시리즈라는 어스시도 참 별로였다.뭐 나의 이런 취향을 재확인시켜 주는 책이었다. sf가 아니라 판타지이고,성장 소설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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