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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3
기리노 나츠오 지음, 홍영의 옮김 / 다리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키리노 나츠오의 작품은 버릴 게 없다.현실적인 심리묘사와 속도감 있는 진행,충격적 소재.멋진 추리소설.
어느 날 평범했던 주부들이 살인자가 되고 시체를 토막내기 시작한다? 일단 충격적 소재 때문에 선정적인 싸구려로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가벼운 소설이 아닙니다.도시락 공장에서 일하는 동료인 네 여자 야요이,마사코,쿠니코,요시에.어느 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소심하고 얌전한 주부 야요이는 충동적으로 남편을 살해하고 맙니다.
그녀는 조용하지만 어딘지 모를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압도하는 든든한 마사코에게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합니다.마사코는 약간의 보수를 받고 시체를 처리해 주기로 합니다.하지만 혼자서는 시체 옮기기도 쉽지 않은 일.쿠니코와 요시에의 도움을 받아 마사코는 시체를 토막내어 분산시켜 버립니다.경찰은 야요이 남편의 실종을 수사하고 그러던 중 발견된 시체 일부.
살인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지지만 그녀들에 대한 의심은 거두어지고 여자 문제로 의심스러운 일이 있었던 사타케가 용의자로 붙잡힙니다.사타케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지만 덕분에 숨겨왔던 전과가 드러나버리고,예전처럼 살기가 힘들어지자 스스로 사건의 진범을 찾기로 합니다.
그는 점점 사건의 진상을 풀어가고 그녀들에게 다가가고,한편 시체 처리에 관한 얘기를 들은 마사코의 지인은 그녀에게 시체를 토막내는 아르바이트를 부탁합니다.동의한 그녀는 요시에와 일을 시작하고,사타케는 그녀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합니다.
주목할 점은 충격적 소재가 아니라 그걸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입니다.일단 이런저런 사건들이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습니다.손에 땀을 쥐기도 하고,섬뜩하기도 하고.영화로 만들어도 꽤 괜찮겠어요.하지만 그러면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던 캐릭터들의 심리묘사가 관건이 되겠죠.
그녀들은 보통의 여성들입니다.시어머니 수발과 생활고에 힘들어하기도 하고,아이만을 바라보고 남편의 폭행에 힘들어하기도 하고,말썽을 부리는 아들과 멀어진 남편에게 거리감을 느끼고,쇼핑과 남자가 낙인 속물이기도 하고.그런데 그런 그녀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변화합니다.아니,변화한다기보다 숨겨져 있던 부분들을 발견한다는 게 더 맞겠죠.그런 점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처음부터 강인한 하드보일드형이었던 마사코보다는,얌전하고 착한 여성이었던 야요이가 남편을 죽인 이후 보이는 이런저런 변화들과 인내로만 살아왔던 요시에가 어떻게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는 사람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정말로 탁월합니다.무엇보다 대단한 점은 <정말로 이럴 수 있겠다,이렇겠다>는 생각이 가슴에 닿아오는 점입니다.
일어나는 일들과 심리의 변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해되는 걸요.그녀들의 심리와 입장이 이해되고,정말로 그녀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이,그렇게 느껴지도록 쓰여진 글이 대단하고 그리하여 더욱 섬뜩합니다.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또한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져 더욱 섬뜩하고 닿아왔던 것처럼요.
추리소설 팬들에게 강력추천,그리고 멋진 심리묘사를 원하시는 분들께도 추천.속도감 있게 쓰여진 재미있는 글인만큼 재미있는 글을 원하셨던 분들에게도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