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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54
에프라임 키숀 지음, 이용숙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7월
평점 :
처음에는 <개를 위한 스테이크>의 에프라임 키숀의 작품이라 찾게 되었다.그런데 읽다 보니 전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밝은 유머 장편(손바닥 장)모음집이었다고 하면 이번 작품은 블랙유머 소설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풍자적 유머가 많이 들어간 소설.주인공 칼 뮐러는 54세로,할 일 없는 삼류 배우다.사립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얹혀 살며 가끔씩 들어오는 당나귀 역으로 배우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 소설은 그가 자신의 반짝 인기를 회고하는 형식의 글이다.
솔직히 말해 이 소설에서 가장 웃겼던 건 중간중간 등장하는 <남편과 남성들의 상식>이라는 스포크 박사의 책이다. 이 책은 주인공의 이웃인 심리상담가 뵘이 그에게 빌려준 책인데,주인공이 문제에 맞닥뜨릴 때마다 찾는다.남성들의 여러 고민에 대해 풍자적으로 기록한 책이다.54세 3개월에는 아내가 어떻고 남성들은 어떤 문제에 부딪히는데,어쩌고저쩌고.
이제는 무료로도 아무도 써주지 않는 배우가 된 칼.글은 욕망의 화신 영화제작자 줄츠가 카를라란 미녀 배우와 그저 한번 즐기고 싶어서 그녀가 조건으로 내건 티비시리즈 출연만을 위해 초저예산으로 만드는 시리즈에 칼을 캐스팅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선다.단지 가장 싼 배우였단 이유만으로 고용된 칼.
하지만 그는 갑자기 큰 무대에서 유명 배우들과 서게 되어 어리둥절하고 긴장해 스튜디오에서 배역을 잊고 자신의 시각에서 마구 주절거리게 된다.그러나 초저예산이란 이유로,또 다른 배우는 더 비싸기 때문에 줄츠는 그의 방송분량을 자르지 않고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내보내게 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이 프로그램이 대히트를 치게 된다.유명 비평가 글라스코프가 그의 연기가 배우와 극중 인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환상적인 연기를 해냈다고 말한 것이다.졸지에 칼은 (줄츠가 만들어낸)카밀로 로이드 로마노프란 예명으로 전국에서 유명해지게 되며,온갖 방송과 팬들,프로그램과 광고에 시달리게 된다.그의 현실적인 아내 힐데는 그의 매니저이자 비서로 취임하고 그를 철저히 무시하던 카를라를 비롯한 배우들도 급관심을 보인다.
글은 이런 급격히 바뀐 생활 속에서 칼이 겪는 변화와 그 인기가 어떻게 성장하고 그것이 어떻게 사그라지는가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게 된다.블루가 부른 라이즈 앤 폴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방송과 평론계를 매우 조롱하고 있다.
블랙유머를 좋아하고,한 별볼일없는 중년 남자의 괴상한 인생역전을 다룬 이야기가 읽고 싶으시다면,추천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