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역사 몸의 문화 - 동과 서, 전통과 현대의 눈으로 본
강신익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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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9. 다 읽음.

 
이 책은 의학의 역사에 나타난 '차이'들의 갈등과 조화에 관한 것이다.(7쪽)

즉,

좁게는 서양에서 들어온 생물의학과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차이와 사이를 다루지만, 넓게는 '몸'이라는 두 의학 공통의 관심사를 역사와 문화의 맥락에 위치시켜 파악하는 한편, 지금 여기의 관점에서 그 차이를 극복하고 종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7쪽)

 

선이해 :

의학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사람의 몸을 설명하는 지식의 체계라면, 의술은 질병이나 상해와 같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위의 양식이다. ... 사회가 의료 행위에 부여하는, 또는 의료 행위를 하는 의료인이 스스로 체득하여 실천하는 인간적 가치를 우리는 의덕이라고 한다.(29쪽)

질병(disease) 또는 병환(illness)

근대 서양의학에서 질병은 몸의 실체적 변화를, 병환은 그런 변화에 대한 몸의 경험을 일컫는다.(74쪽)

 

지은이의 상황 판단 :

동아시아의학이 주체적 배움의 과정을 중시하면서 객관적 앎의 생산에 게을리 한 반면, 서양의학은 시기별로 무척 다른 양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객관적 앎의 생산에 주력하면서 주체적 배움과 삶의 맥락을 경시해온 것을 알 수 있다.(46쪽)

우리의 한의학은 전일적 세계관과 환원적 방법론 사이에서 지적 혼돈에 빠져 있고, 서양의학은 환원적 세계관을 버리지 않은 채 전일론을 하나의 방법으로만 이용하고자 한다.(107쪽)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것!

 

생물의학과 한의학의 차이 :

서양의학이 혈액이나 담즙 그리고 르네상스 이후에는 인체의 형태와 구조를 중시하는 실체적 물질 중심의 구체적 추론 체계였다면, 한의학은 기본, 뿌리, 주인과 같은 은유적 표현으로 인체의 기능을 재구성한 추상적 추론 체계라고 할 수 있다.(112쪽)

구미 4개국의 의료문화를 비교 연구한 의학 전문기자 린 페이어는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의 의료문화를 각각 생각하는 의학, 경제적인 의학, 조화로운 의학, 공격적인 의학으로 정리하고 있다.(54쪽) 재미있고도 예리한 분류이지 않는가?

 

지은이의 제안 :

동아시아의학은 서양의학으로부터 표준화된 과학적 방법론을 배워야 할 것이며, 서양의학은 동아시아의학으로부터 사물을 바라보는 전일적 시각을 배워야 할 것이다.(46쪽)

한국인의 몸과 두 의학의 만남은 한국인의 몸이라는 자연적 대상을 둘러싼 두 의학의 갈등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몸이라는 문화적 주체와 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의 표현인 의학적 시선들의 만남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170쪽)

 

내가 생각하는 문제의 근원 :

과학은 몸과 마음을 나누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닌 언어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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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 조직론으로 본 한국 자본주의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박권일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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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30. 다 읽음.

 

벌써 11월도 다 가는구나!

 

지은이의 주장을 잘 요약한다고 보는 글 :

기업가가 지금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을 자기 회사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회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각한 위기가 누적되고 가속화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과학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지, 문제의 본질을 외형화시키고 다른 것에 전가하는 종류의 사유가 아니다.(19쪽)

전가의 사유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과학적 입장에서 글을 쓴 것이라는 말이다.

지은이는 조직론 입장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떠나 개인적으로도 동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이런 면에서이다.

정말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굳이 자신이 평가를 받아야 할 필요도 잘 못 느낄 뿐더러, 그 이후에 조직의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그야말로 '괜찮은'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가게 된다.(33쪽)

기업은 물론이고, 어느 조직이건 '중이 절이 싫으면 나가야지'라는 말이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책 1장의 제목이다.ㅎㅎㅎ

지은이는,

조직 구성원 사이에서 "싫으면 나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하는 조직은 이미 절반 정도는 붕괴과정에 들어가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54쪽)

고 단언한다!

또 하나는 직장에서 '왜 열심히 일 하여야 하는가?'이다.

즉,

종신고용제와 군대식 직계 그리고 가족경영이 묘하게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움직였던 한국 자본주의가 지금 만나게 된 제일 큰 장벽이 "왜 열심히 일할 것인가'를 구성원들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174쪽)

 

공공기관에 성과평가의 바람이 거세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자율성을 없앤다. 그리고 연봉제니 뭐니 별의별 난리짓을 벌린다.

그러나

흔히들 개인의 생산성대로 월급을 주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지만, 생산성대로 월급 주는 기업은 없고, 만약 개개인엑 정말로 생산성을 계량적인 방식으로 측정해서 기계적으로 임금을 지급하게 되면 협동진화라는 기업 고유의 메커니즘은 그 날로 사라지게 된다. ... 성과급을 도입한다고 해서 정말로 성과가 높아지면 역사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모든 임금체계가 100% 성과급으로 갔을 테지만, 공정은 물론 기업 자체가 상품이 되는 주주자본주의의 시대에도 성과급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임금 협상도 상당히 집단적이다.(193쪽)

즉,

이미 조직에 대해서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받아들이는 명제를 하나만 거론하자면, 기업의 내부까지 완벽하게 시장원리로 구성된 조직은 결국 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194쪽)

왜 그러한가?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읽어 보시라.

힌트를 드린다면,

주식회사라는 조직 형태는 이 두 극단의 중간쯤 어디엔가 있는 조직이고, 시장과 조직이라는 두 가지 속성, 다시 말하면 경쟁과 협동이라는 두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곳이다.(198-9쪽)

곧 뿌리를 흔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강한 놈만 살아 남는다"는 명제가 힘을 발휘하는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창조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라는 의태 양상에 치우치게 된다.(268쪽)

 

한편, 책을 읽으며 기업의 목표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조직이라는 눈으로 바라본 많은 기업의 목표가 1세기 전에 마샬Alfred Marshall이 말했던 것처럼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영원히 살아남는 것" 즉 "문닫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는 사실은 조직론 분야에 대한 연구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78쪽)

 

노무현 정권은 '금융강국'을 깃치로 하였다. 금융허브를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 비전을 가졌다. 그러나, 그 꿈은 요원하다. 제조업이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개 꿈에 불과하게 된다.

그 근거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세계화에 이은 금융화가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미국이 제조업에서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도대체 미국이 철강까지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비판에도 불고하고 여전히 유에스 스틸과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은 물론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을 붙잡고 있으며, 유사한 흐름은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139쪽)

오늘날 오래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비교우위론에 의한 무역이론에 따라 금융화에 특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인 선진국 경제는 거의 없다.(140쪽)

이와 관련된 보다 정치한 뒷받침은 장하준 교수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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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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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27. 다 읽음.

 

올바른 경제학자가 되고 싶은가? 시장주의가 정답인가?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길은 무엇인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키케로는 "과거에 어떤 일이 이루어졌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항상 어린 아이처럼 지내는 셈이다. 과거의 노력을 무시한다면 세계는 늘 지식의 유아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98쪽)

어느 외국 은행가는 제3세계 외채 위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 『월스트리트 저널』 지에 "우리 외국 은행가들은 돈을 벌 것 같을 때는 자유 시장을 지지하고, 돈을 잃을 것 같을 때는 국가를 믿는다."고 말했을 정도이다.(169쪽)

리카도의 이론은 현재 상태를 그대로 감수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현재 상태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80쪽)

리카도의 이론 : '자유 무역은 모든 나라에게 이익이 된다.'(80쪽)

1930년대의 스페인을 제외한다면 오늘날의 부자 나라 가운데 영국이나 미국만큼 강력하게 보호 무역 정책을 실시했던 나라는 없다.(92쪽)

또 한 가지,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실은 특허의 경우 제약을 비롯한 화학소프트웨어연예 등 비교적 복제가 용이한 특정 산업의 경우에만 중요하다는 것이다.(195쪽)

지적소유권 보호 제도의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경제 발전을 위해 선진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 후진국으로 지식이 흘러들어 가는 것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197쪽)

민주주의가 경제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치 않지만,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더 단순하다. 장기적으로는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를 초래한다고 정리한다면 안전한 결론인 것 같다. 그러나 ... 민주주의를 위해서 실제로 싸우는 사람이 없다면 경제적 성공으로부터 민주주의가 저절로 자라날 수 없다.(274쪽)

정말 뼈 있는 말이다.

문화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한다.(300쪽)

신자유주의자 등의 주장에 대한 통쾌한 반론?^^

요컨대 신자유주의는 경제 발전을 어렵게 만들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능력의 획득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322쪽)

그렇다면?

내가 내놓는 대답은 공업,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제조업이라는 것이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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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 무엇이 쟁점인가
구인회 지음 / 아카넷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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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1. 25. 다 읽음.

별표 친 글들:

의학에서 죽음의 현상을 명확성을 잃었다.(40쪽)

법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음에도, 당사자의 동의가 있다고 하여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그러한 법은 타인에게 유익하다 하여 안락사의 문을 여는 것과 마찬가지다.(42쪽)

잡목 속에 움직이는 것이 동물인지 사람인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사냥꾼이 총을 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119쪽)

생존능력을 갖게 되는 시점은 일률적이지 않다. 자궁 밖에서의 생존능력은 태아의 중요한 표징이 아니며, 진료하는 의사의 의학 지식과 병원의 의료 장비에 좌우된다.(121쪽)

근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는 의료와 무관하게 간주되었던 출산, 육아, 죽음에서부터 식사, 음주, 흡연, 운동, 정신 상태 등 일상적 측면까지 의료의 범위 안에 편입되었다.(136쪽)

시험관 시술과정에서 여성은 자신의 몸을 철저히 대상화하는 경험을 한다.(139쪽)

오늘날과 같은 과학과 의료 혜택의 시대에는 사고나 전염병 같이 외상에 의한 결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원인은 유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설명한다.(142~143쪽)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는 살인죄의 판결을 받은 환자의 부인은 치료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에 퇴원을 강행하고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일정액 이상의 고액 진료비는 전적으로 개인의 부담으로 돌리는 현행 의료보험제도라는 잘못된 사회제도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그 책임은 재력이 없으면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의료보험제도에 있다.(153쪽)

현대과학은 신체를 장기, 조직, 세포 등으로 구성된 체계로 격하시켰으며, 신체는 더 이상 단일체로 간주되지 않는다.(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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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을 읽는다
박희병 지음 / 돌베개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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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1. 19. 다 읽음.

20여년 만에 국어책 내지는 국어 참고서를 읽는 줄 알았다.^^

여하튼 연암 박지원 선생의 세계로 들어가,

'박람강기'란 잡다한 책을 많이 보아 이런저런 지식을 머릿속에 많이 기억해 두는 걸 일컫는 말이다.(366쪽)

박람강기(博覽强記)! 그러나 잡다한 책을 많이 보지도, 그렇다고 이런저러 지식을 머릿속에 많이 기억할 수도 없는 나란 어찌한단 말인가?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이라도 해 놓는 수 밖에.ㅋㅋㅋ

비록 한 번 읽더라도 자세히 궁구하지 않는다면 수박 겉핥기나 후추 통째로 삼키기와 뭐가 다르겠니?(369쪽)

당시의 책은 두껍지만 글자가 크기도 하고, 종이 자체도 두꺼워 지금의 책과 비교가 안 된다. 하루 종일 읽더라도 하루에 다 읽기 힘들다. 그러나 그 만큼 읽을 만한 책은 또 몇 권이 있을까? 반면, 당시 읽어야 했던, 논어, 맹자, 도덕경(?) 등을 하루만에 읽는다는 것 또한 수박 겉핡기요, 후추를 가루로 빻지 않고 삼키는 것이다. 현재도 그러한 책들이 있다. 책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다. 내가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끼지 않고 출퇴근하는 것은 귀로 세상을 듣고자 함이다. 그저 듣는 것이 아닌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자 함이다!

연암 선생의 말을 직접 빌려 보자.

정밀하고 부지런히 글을 읽은 이로 포희씨만 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 후세에 글을 부지런히 읽기로 호가 난 사람들은 기껏 거친 마음과 얕은 식견으로 말라붙은 먹과 문드러진 종이 사이를 흐리멍덩한 눈으로 보면서 하찮은 글귀나 주워 모은 데 불과하외다. 이는 이른바 술지게미를 먹고서 취해 죽겠다고 하는 격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430쪽)
 
박지원 선생의 글이,
평범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그 언어에 새로운 느낌과 이미지, 새로운 뉘앙스와 빛깔을 부여하면서 대상의 본질을 간결하면서도 정채 있게, 그리고 깊숙이 묘파해 냈다(42쪽)는 지은이의 주장에 찬동하는 바이다.
연암의 경우 논리와 비유가 모두 있으며, 이 둘이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며 교차한다.(3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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