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저항하라 - 한국의 장애인 운동 20년
김도현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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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은 실로 엄청나다. 여성이기에 겪어야하는 차별보다, 이주노동자이기에 겪어야 하는 차별보다 참...... 

차별을 눈으로 잰 듯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권조차 박탈당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한국사회란, 그 기초적인 사회보장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나라라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장애우라는 명칭부터도 문제다. 장애우란 단지 건너 볼 수 있는, 건너기에 그만큼의 거리가 이미 내재되어있는 너와는 다른 나, 라는 뜻이다. 장애인이기에 우리가 도와야지, 라는 동정도, 연민도, 다 장애인과는 다른 정상인의 기표 아래 행해지는 암묵적 차별이었던 것이다.  

장애인의 교육문제에 열심히 투쟁했던 장애인의 어머니, 아버지들, 30년이라는 시간동안 밖을 오로지 창문을 통해서만 보아야했던 한 지체장애인. 

어쩌면 지하철 선로 점거 파업을 하였을 때, 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고, "장애인이 계속 집에 있었으면 집에나 있지 너희들 때문에 30분이나 지각하게 생겼잖아"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한 장애인이 "당신은 30분 지각하고 말 것이지만, 나는 지금 이 지하철 선로에서 나가면 앞으로 30년동안 집안에 갇혀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해해달라"는 말은 어쩌면 절규가 아니었을까? 뭉크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그 깜깜한 절규, 시뻘건 절규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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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 - 우리이웃
이동권 지음 / 알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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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아니 흔히 보이기는 하지만 이내 눈을 가려버리는 그런 무관심한 사람들의 밥먹고 사는 이야기에 대한 책이다.   

밥? 참 중요하다. 밥이 없으면 살 수가 없으니, 그러니까 밥줄도 중요하다. 내가 살아있게 해주니까. 과연 자본주의는 참 혁명적이다. 공동체를 그렇게나 빨리 사라지게 만들고, 빈둥거리는 부랑자를 눈에 안 보이게 꼭 꼭 숨겨놓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밥벌이를 해야했다. 돈이라는 상품을 쫓기 위해 말이다. 

가슴을 가장 먹먹하게 한 사람은 아니 그 사람의 밥벌이는 도부였다. 소와 돼지를 도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기충격을 가해 죽게 만드는 돼지와 달리, 총을 쏘와 죽이는 소를 도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먹먹한 감동을 주었다. 아니, 어쩌면 감동이라는 것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린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 도부들의 이야기, 인쇄노동자의 이야기, 숙박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는 표면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우리들의 눈에는 더러운 일, 또는 그렇고 그런 일로 치부해 버리고 마는 무관심이 있는 것이다. 나부터도. 가만히 있는 것, 침묵하는 건 죄라고 누누히 생각하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나는 참 무관심하게 가만히 있는다. 그냥 침묵하고 있는다.  

미화원 한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물론 책 속의 주인공의 이야기다)  

"배운 사람들이 예의를 차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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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마그누스 미스트 글, 요르크 하르트만 그림, 강혜경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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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의 지은이는 확실하지 않다. 자신을 마그누스 미스트라고만 소개할 뿐이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 느낌은 꽤 악마적이라서, 또 마법적이라서 좋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나오는 계속된 그만 읽어라! 라는 명령에 한참을 그만 읽다가,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내 생각과는 달리, 아주 화려하고 어두운, 그러나 꽤나 매력적인 세계였다.  

아이들에게 나쁜 말을 써라, 목욕을 하지 말아라, 너에게 학교에 가라고 채근하는 부모들이 실은 외계인이다, 라는 생각만을 말하고 있는 건 같지만, 내용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늙어가는 건 저주가 아니라, 삶의 유한성이고, 학교에 가라, 사탕을 먹지 말라고 말하는 나의 부모는 외계인이 아니라, 실은 나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모님이기 때문이고, 목욕을 하지 않으면 박테리아가 너의 몸을 성을 쌓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는 건, 목욕을 꼭 해라는 반어적 의미라는 걸 느끼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중간 중간 나오는 목소리들, 시몬, 오그베르트, 피아 역시 독자에게 나쁜 길로 빠지지 말고, 착한 일을 하라는 암묵적 명령이라는 걸 끝부분에 가서는 알게 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마그누스 미스트 역시 세계는 악이 팽배, 편재해 있으니 나와 같이 싸우자, 내가 준 부적과 함께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책은 나쁜 책이라기 보다, 좋은 방향으로 독자를 인도하는 기실 좋은 책이었다.   

책은 독자에게 빨려들어가는 감정이입의 상태, 물아의 상태를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감정이입을 특이한 구성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책이다.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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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동체제와 사회적 합의
노중기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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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울노동문제 연구소 소장, 하종강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다. 물론 하종강 소장의 직접적인 추천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의 홈페이지(hadream.com)에 들렀다가, 노동문제, 노동활동에 대한 입문서를 소개해달라고 한 네티즌의 질문에, 댓글로 달린 그의 소개글을 읽다 찾아낸 것이다.  

처음 받아본 책은 과도한 중압감의 무게, 그리고 사람을 위압할 것 같은 노란색과 검정색의 표지로 인해, 사고 나서도 한참이나 책꽂이에 꽂혀져 있었다. 그러다가,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낸 책이네? 라는 호기심으로 들어다 본 것이, 책읽기의 시작이 되었다. 

어려울 거 같았던 책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 부분만 잘 읽으면, 중복되는 낱말, 중복되는 내용, 계속해서 되풀이 하는 저자의 생각들이 읽혀져 처음 며칠만 잘 견디면(?) 아주 재미있는 책이된다.  

그 중 생각나는 것은, 전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저자는 민주화항쟁에 앞장서기도 했고,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한 구조조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한국사회는 구조조정으로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필요한 것이 노사정협의회였다는 것이다. 노사정협의회는 노동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IMF와의 약속 때문에 졸속하게 세워진 정부산하기구였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은 노동자 참여라는 미명하여 노사정협의회는 결국, 정부와 사용자의 결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정리해고가 법제화되었고, 비정규직이 양산되었고...... 

나에게 노동운동의 시발점을 알려준 책이었고, 나에게 산별노조의 필요성, 지역별 연대, 풀뿌리 민주주의(산협, 한살림 등등)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책.  

하지만 아직 나는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 마냥 발길질만 해댈 뿐이다. 언제 이 자궁을 탈출해, 당사자 운동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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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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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의 88만원 세대란 책을 읽고, 우석훈의 다른 책을 찾아보던 중, 성난 서울을 읽게 되었다. 물론 다른 책들도 많았지만, 이 책이 유독 눈길을 끌었던 건, 책표지의 선분홍색 때문일 것이다. 어린 꼬마아이의 핏빛같기도 하고, 벚꽃의 무상함 같기도 한.  

 이 책은 일본의 당사자 운동가로 알려진 아마미야 카린이 한국에 며칠동안 머문 후, 느낀 점을 수필의 형식으로 쓴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책에 비해 속도감있게, 진지하게 읽은 책이었다. 

그 중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었다. 정규직과 다른 색깔의 식권을 받을 수밖에 없고, 출퇴근 버스에서도 지정된 좌석, 정규직은 1-24번, 비정규직은 25-48번에만 앉아야 한다는 것. 같은 노동자임에도 파견노동자이기 때문에 파견노동자는 파견을 한 업체가 그 사용자가 된다, 그러기에 사업체에서 임의로 해고를 당해도 법적 보호를 못받게 되어있다, 라는 어처구니없는 법률.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연대하라 가 아니라, 만국의 비정규직이여, 수치심을 느껴라 라는 성난 서울의 모습들, 아니 성난 한국, 성난 일본의 모습들을 처음으로 마주대한 것이다.  

동생이 수시로 이야기한 아웃소싱, 하청이라는 말을 흘려보냈는데, 이 책은 그것들을 몸소 느끼게 뼈 속 깊이 체험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아직은 의지만으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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