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동의 비밀 창비아동문고 310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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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안장이 좀 높지만 괜찮았다.

정효는 아빠의 자전거를,

아니 새로 생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때는 아빠의 동네였던,

이제 정효의 동네가 된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차르르 차르르."

'추리소설'이라는 정보 하나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위에 언급한 마지막 글귀를 눈으로 막 읽어가면서는 눈물이 쪼로록 흐른다. '엇! 내가 왜이러지?'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사회문제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담아낸 이야기가 신통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주변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놀라운 기술이 있는게 분명하다.

창비아동문고 310

『연동동의 비밀』

이현 (지은이) 오승민 (그림) 창비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도 많지만, 나쁜 일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많다. 그 덕분에 세상이 기울어지지 않고, 이렇게 오늘도 정효의 자전거처럼 달리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주인공인 정효가 할머니 댁으로 혼자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사 온 날 저녁 밤풍경을 보려고 살게 된 3층집 마당에 나와 있다가 사건을 하나 목격하게 된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 개가 짖어 대는 소리, 자동차가 속도를 올려 달리는 소리, 거기에다 누군가의 비명소리까지. 앞으로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사건은 공간과 관계를 달리하며 이어진다. 그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 가운데 정효가 있고, 새로운 학교로 전학온 정효의 친구들이 있고, 마을분들이 있다.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는 왕따문제가 거론되고, 그 일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호기심 많은 인찬이와 인기가 많은 신주, 그 날밤 짖었던 개 송이는 많이 다치고, 동네로 새로 이사왔다는 은정씨에겐 어린날 외국으로 입양된 후 친엄마를 찾기 위한 한국행이었고, 휴직중에 있는 경찰 두서 아빠는 아이를 돌보는 육아대디이며, 정효 할머니의 어린날 동네 옛 친구가 살던 집에서 나온 사람 유골이 사라진 그때 그 친구가 아닐까 싶어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한다.

                                                                     

이 다 다른 이야기가 서로 만나기도 하고 다른 길을 가며 정다운 사람들에 의해 하나하나 의문이 풀리기 시작하니, 글을 따라가는 재미가 남다르다. 그러다 보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집중하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외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이웃이 있기 때문일까.

마치 나도 이 곳 연동동에 사는 주민이 된 듯 그 곳이 익숙해지고, 마을이 훤히 그려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삶에 애정을 담아 응원하게 될 『연동동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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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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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최수진 지음 세나북스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인생이모작.

삶이 길어진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는 인생이 즐거워 진다기 보다, 어떻게 그 길어진 삶을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으로 ‘부담’이란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미리 준비하여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마냥 부럽다가도 나는 과연 무엇을 찾아야 할지 조급함이 앞선다.

결국은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기술력이야 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고유성일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나는 어떤 고유성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을 안 해 볼 수 없다.

그런 고민을 하는 가운데 만난 『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39살쯤부터 이모작을 생각해서 마흔두 살부터 새로운 일인 출판업을 시작했다. 아이가 셋인 워킹맘, 게다 최근에서야 어린이집에 간 막내가 있다. 일단 여기까지만 읽었는데 집안에서의 생활이 그려졌다. 시간을 쪼개며 출판사 일을 하고 있을 <세나북스> 출판사 사장.

그렇게 출판사를 꾸려가는 저자는 앞으로 30년이나 더 할 수 있을 만큼 의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꾸려가기도 빠듯할 텐데, 출판시장에 관한 이야기와 유통과정 등의 노하우에 대해 나눠 주어 읽는 재미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고마울 뿐이다.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려면 조건이 하나 있는데,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출판에 관한거로 이 이야기를 이해해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분야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내놓고 독자들이 필요로 하는 주제를 잘 찾는 시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1인 출판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정년이 없다는 부분이 크지 않을까 싶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도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동을 시도해 보지만 결국 남의 일을 해주는 일에 불과하며 그 안에서 살아남는 일 또한 녹록치 않다. 다만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월급을 보며 버티는 시간이 언젠가 끝이 있다는 점이고, 그 시기가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는 중이기에 정말 난감한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좋아하는 일이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실력이 붙고 노하우가 생기는 분야라면, 그 일에 도전해 보길 저자는 응원한다.

                                                                             

신간이 나오면 하게 되는 출판사 업무에 대해 알아보자.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고 한다.

1. 책 들어오는 날 인쇄소에서 물류창고로 책이 시간에 맞게 들어가는지 인쇄소에 확인

2. 물류창고로 직접 가서 책이 잘 들어왔는지, 책 상태는 좋은지 확인

3. 책을 100권 정도 물류창고에서 가지고 와서 교보문고 본사, 북센(도매상)을 방문해서 초도를 몇 권 낼지 미팅

4. 집에 와서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서울문고) 담당자에게 초도를 몇 권 낼지 문의하는 메일을 보냄

5. 다음 날 초도 주문을 냄

좋아하는 일 오랫동안 계속하기!

물론 변수는 상당히 많고 출판사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이렇듯 출판도 만만한 시장은 절대 아니란 얘기가 되겠다.

주변에 자신만의 색과 기술을 가지고 이미 자신의 사업을 꾸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저 멋지고, 일찍 자신의 길을 찾아 확장해 가는 모습에 왠지 나만 정체된 듯하여 마음이 쳐지는 것도 사실.

이 글을 쓰는 내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평생 취준생인거 같아.” 정말 그렇다. 숨만 쉬어도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들. 움직이면 다 돈. 경제 활동은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필수 요건인데, 과연 어떤 길을 찾아 준비하여 해 나갈지.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다 하는 후회 아닌 후회도 되지만 이미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글귀를 보며 결국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다시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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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글쓰기 수업 - 내 아이 미래 리더 만드는 글쓰기 지침서
허정금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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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글쓰기 수업』

허정금 지음 한국경제신문

                            

아홉 살의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마흔 살의 글쓰기 수업이라 해도 자극이 되는 도서다.

내 공부야 어떻게 하면 되겠는데, 자녀 교육이 참 어렵다. 결국 동기 부여를 가지게 돕는 것이 최상일 텐데 어릴 땐 어려서 엉덩이 힘이 부족하고, 커갈 수록 주변 재미난 것들의 가짓수가 늘어나니 그 마음을 잡아두기가 어렵게 된다. 이런 장기전이 되는 언어, 특히 글쓰기는 초등 입학을 시작으로 찬찬히 익히고, 바로잡고 만들어가는 기반을 닦아가야 부모의 조급함이 없을 수가 없다.

주변에 먼저 초등학교를 보낸 선배맘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7세와 8세의 차이는 받아쓰기라며, 생전에 없던 받아쓰기라도 하는 날이 내일이라고 하면 그 전날은 아이를 잡아 앉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꾸 입에서 좋은 소리가 안나가게 되고, 아이는 타의에 의해 의자에 앉혀 졌으니 좀이 쑤신다. 방금 알려준 받침도 자꾸 소리나는 대로 써대니 엄마들은 다음날 있을 받아쓰기가 너무너무 걱정일 터. 게다 그것이 '평가'라는 이름하에 진행되는 거라 부모는 마치 자기가 평가 받는 듯 긴장이 안 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책의 저자는 그런 엄마들을 살살 달랜다. '평가'라는 것이 일종의 '점검'이라고 말이다. 그저 글자를 써서 익히게 하는 배움의 과정에서 반 아이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정도의 의미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몇 개 틀리고 맞았는지에 촛점을 두지 말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끊임없이 다양한 이야기로 아이와 대화하면서 표현력을 익히는데 집중해 보라고 조언한다. 세상이 변해 가는 모습에는 현재 쓰는 것보다 보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다. 그러니 어렵고 그러니 쉽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글쓰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젠 받아쓰기 점수에 연연해하는 마음은 편히 내려놓자.

1학년 국어의 받아쓰기는 1학년이 아닌 6학년까지 가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림책의 글을 필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글씨가 크고 그림이 많았을 때 아이도 지치지 않고, 또한 필사를 하면서 받침과 띄어쓰기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게 장점이란 얘기다.

"아이에게 세상과 만날 시간,

자연과 만날 시간,

책과 만날 시간,

종이와 만날 시간이 마음껏 주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어질 것이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이유가 발견되면

'어떻게?'라는 방법도 자연스레 찾아진다.

매일매일 자기 이야기를 쓰고 싶어 가슴이 뛰는 아이가

매일 똑같은 글을 쓸 리가 없다."

-『아홉 살 글쓰기 수업』 중에서

저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내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쓰는 주제 일기와 저널 쓰기를 추천한다. 날마다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매일 같은 시간 15분을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해서 소개하기", "나에게 요술 램프가 있다면 세 가지 소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들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일까?" 등의 생각을 글로 옮겨보는 것이다.

더불어 '글똥누기'에 대한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과 느낌을 글로 배출하는 것으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글로 쏟아낸다는 아이디어다. 1분간 내 마음을 살피고, 제일 윗줄에 날짜를 적는다. 다음 줄이 제목이 들어가는 칸인데, 먼저 써도 되고 나중에 써도 된다. 그 다음 줄에는 아침에 내 마음을 살펴보고 든 생각 중 가장 많이 난 생각을 적는 거다. 그리고 매일 해야 하는 작업이며, 내용은 최소 한 줄, 최대 한 쪽을 넘지 않는다. 단, 여기서 중요한건 이 글에 대해 어느 누구도 혼나지 않는다.

그 외에 '매일 저녁 식사 전에 좋은 시나 글 한 편 필사하고 낭송하기', '매일 저녁 뉴스보고 메모하기', '가족에게 이메일 보내기', '국어사전이나 읽은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낱말 골라 짧은 글쓰기", “감사일기 쓰기”, “꿈 일기쓰기” “주제 일기쓰기”등 놀이처럼 시작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리고 글쓰기 계획을 한 가지 적어서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붙여두는 것이다.

이쯤 되니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이 과정을 아이도 어른도 함께 해 나간다면 자기 마음에 잘 다가갈 것이고, 여러 감정을 잘 구분할 줄 알거 같다. 게다 그 마음을 표현하는 능력까지 길러질 테니 이건 정말 실천해 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팁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어휘를 많이 알고 있거나 빠르게 말하는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된 언어로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진짜 말 잘하는 아이라고 말한다. 글쓰기는 오직 연습과 습관에 의해서 길러지는 후천적 능력이다. 읽는 만큼 쓰기가 같이 가야 글이 는다는 얘기가 되겠다.

짧은 한두 문장을 쓰면서 서서히 글을 늘려가는 연습을 아이와 해보고 싶다. 거창한 듯 보이지만 준비물이 필요 없는 행복한 엄마표 글놀이를 하고 싶어서 마음이 바빠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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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출발합니다
정호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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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출발합니다』

정호선 지음 창비

 

                            

아이들이 좋아 할 만한 것이

다 담겨 있는 『기차가 출발합니다』

여러 동물의 등장,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

그리고

그림책을 쌓아 집을 지어 놀기 좋아하는

그 마음을 겨냥하여 만들어진

4미터 너비의 아코디언 그림책.

책이 도착하자마자 펼쳐보던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안다.

이 그림책은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하는지.

                                                                         

집에 있는 비슷한 형태의 그림책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의

『4미터 그림책 세트 _ 수잔네의 사계절(봄,여름,가을,겨울)』(보림큐비) 까지

끌고나와 나름의 공간을 완성하고

그 곳에서 놀이를 즐긴다.

 

 

 

 

                                       

그림책 커버 안쪽에는

그림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소개가 나와 있는데,

읽어주다 보면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주변인들이 그 안에 다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름, 노을, 빨간 풍선과

작은 나뭇잎마저 함께 하고 있으니

작가의 세심함이 전해져

더욱 따뜻한 마음이 퍼진다.

승객들을 마주하는 매표원 나무늘보,

붕어빵 맛집을 운영하는 여우,

활기찬 호루라기를 부르는 역장 원숭이,

모든 이에게는 소중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책방의 조랑말,

여행의 묘미는 기차안에서 먹는 간식,

덜커덕 거리는 손수레 안에

먹거리를 가득 채우고 나타나주는

승무원 비버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존재를 하나하나 소개해 주고 있다.

크기와 상관없이 동문들의 관계묘사도 눈여겨보게 된다.

여행길에 친구가 된 생쥐와 코끼리,

사자 갈기에 앉아 쉬는 걸 좋아하는 파리

그 파리와 티격거리는 사자,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하마,

기차 안에서도 바쁘게 일하는 워킹맘 얼룩말 등등

여러 등장인물.

매일 같은 길을 달리는 7744 기차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애정 안가는 캐릭터가 없으니

무조건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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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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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김현진 (지은이) 다산책방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 진다.

어째 책의 주인공들의 삶이 하나같이 다르지만 이리도 아플까.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

시간 여행을 하여 젊은 시절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으냐는 설문조사 결과를 읽었다는 작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짧은 문장이 이랬다. "엄마, 결혼하지 마."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결혼을 만류하고 싶은 자녀들.

대체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뭘 의미하고 있는 걸까?

작가는 그때부터 상상을 시작했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영혼들에게 '미리' 성별을 알려주고,

또 그들에게 '미리'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여성의 삶을 엿보여 준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런 고민으로 시작 된 8개의 일상이 담긴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정아는 그 쌈을 먹으며

삼겹살 먹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다"

- <정아> 중에서

정아에겐 건호가 있다. 오토바이 가게를 차릴 꿈이 있는 건호는 성실히 돈을 모으는 남자다. 건호는 정아가 빚을 갚도록 정아의 월급을 집에 보낼 수 있게 생활비를 주었고, 때론 자기 돈을 보태 집에 보내게 해주는 그런 남자였다.

건호가 싫어하는 건 퇴근했을 때 집에 밥이 안차려져 있는 것, 가계부에 오천 원짜리 귀걸이가 적혀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정아는 마주 화를 낼 수도, 마주 싫은 표정을 지어줄 수가 없다.

정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아이고 우리 정은이 고맙기도 하지, 에서 그 계집애한테 누가 우리 아들 챙겨달라고 애걸복걸을 하길 했나? 제가 잘난 우리 아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을 뭘 어쩐담, 하는 식으로 빠르게 태세가 전화되었다."

- <정정은씨의 경우> 중에서

학교 선생님인 정은에게 7년이나 뒷바라진 한 고시생 남자친구가 있었다. 사려 깊은 정은은 한창 유행하는 영화 티켓을 예매해놓거나 입소문이 난 맛집으로 데려가며 그의 기분 전환까지 책임지며 살뜰히 돌본 남자친구.

그는 고시 합격을 하였고, 정은도 그 지위를 자신 것처럼 자랑스러워했지만, 금세 관계는 싸늘해지고 그는 정은을 향한 고마운 마음 정도만 가진 채 부모의 설득으로 이별을 고한다.

정은의 삶은 어떻게 될까.

"나 유부남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 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데..."

- <아웃파이터> 중에서

영진은 열심히 살았다. 대학 기간 내내 자신의 학비를 대느라 비는 시간을 온통 아르바이트로 보내왔다 직장생활을 하다 거래처 직원의 사랑고백에 전이 되어 만남을 이어갔는데, 그가 유부남이었다니.

영진은 아프고 아프다.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공동생활>의 정화, <누구세요?>의 지윤, <부장님 죄송해요>의 화정,

너무 가슴 아프게 읽어간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의 수연,

태어나서부터 여자아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귀애는 한 몸에 다 받고 자란 <이숙이의 연애>의 숙이

이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나올것이다.

하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을 일상의 부분 부분에서 왜 우린 공감이 되고, 같이 아파하고 있는걸까.

어디선가 정말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에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고개를 돌릴 이야기.

그런 한국 여자이야기.

다들 소소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갑자기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그것도 '남자'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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