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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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김현진 (지은이) 다산책방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무거워 진다.

어째 책의 주인공들의 삶이 하나같이 다르지만 이리도 아플까.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여성의 삶이라는 것.

시간 여행을 하여 젊은 시절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으냐는 설문조사 결과를 읽었다는 작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짧은 문장이 이랬다. "엄마, 결혼하지 마."

젊은 시절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결혼을 만류하고 싶은 자녀들.

대체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뭘 의미하고 있는 걸까?

작가는 그때부터 상상을 시작했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차례를 기다리는 영혼들에게 '미리' 성별을 알려주고,

또 그들에게 '미리'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여성의 삶을 엿보여 준다면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런 고민으로 시작 된 8개의 일상이 담긴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정아는 그 쌈을 먹으며

삼겹살 먹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했다"

- <정아> 중에서

정아에겐 건호가 있다. 오토바이 가게를 차릴 꿈이 있는 건호는 성실히 돈을 모으는 남자다. 건호는 정아가 빚을 갚도록 정아의 월급을 집에 보낼 수 있게 생활비를 주었고, 때론 자기 돈을 보태 집에 보내게 해주는 그런 남자였다.

건호가 싫어하는 건 퇴근했을 때 집에 밥이 안차려져 있는 것, 가계부에 오천 원짜리 귀걸이가 적혀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정아는 마주 화를 낼 수도, 마주 싫은 표정을 지어줄 수가 없다.

정아의 삶은 어떻게 될까.

"아이고 우리 정은이 고맙기도 하지, 에서 그 계집애한테 누가 우리 아들 챙겨달라고 애걸복걸을 하길 했나? 제가 잘난 우리 아들을 워낙 좋아해서 그런 것을 뭘 어쩐담, 하는 식으로 빠르게 태세가 전화되었다."

- <정정은씨의 경우> 중에서

학교 선생님인 정은에게 7년이나 뒷바라진 한 고시생 남자친구가 있었다. 사려 깊은 정은은 한창 유행하는 영화 티켓을 예매해놓거나 입소문이 난 맛집으로 데려가며 그의 기분 전환까지 책임지며 살뜰히 돌본 남자친구.

그는 고시 합격을 하였고, 정은도 그 지위를 자신 것처럼 자랑스러워했지만, 금세 관계는 싸늘해지고 그는 정은을 향한 고마운 마음 정도만 가진 채 부모의 설득으로 이별을 고한다.

정은의 삶은 어떻게 될까.

"나 유부남인 거, 정말 몰랐어? 대충 눈치 챈 거 아니었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데..."

- <아웃파이터> 중에서

영진은 열심히 살았다. 대학 기간 내내 자신의 학비를 대느라 비는 시간을 온통 아르바이트로 보내왔다 직장생활을 하다 거래처 직원의 사랑고백에 전이 되어 만남을 이어갔는데, 그가 유부남이었다니.

영진은 아프고 아프다.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공동생활>의 정화, <누구세요?>의 지윤, <부장님 죄송해요>의 화정,

너무 가슴 아프게 읽어간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나요>의 수연,

태어나서부터 여자아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귀애는 한 몸에 다 받고 자란 <이숙이의 연애>의 숙이

이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지 않나 하는 이야기도 나올것이다.

하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을 일상의 부분 부분에서 왜 우린 공감이 되고, 같이 아파하고 있는걸까.

어디선가 정말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에 누구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구는 고개를 돌릴 이야기.

그런 한국 여자이야기.

다들 소소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갑자기 '일상'이 흔들리게 된다.

그것도 '남자'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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