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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은서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7월
평점 :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내가 1인 가구로 살 때 보다 훨씬 1인 가구가 증가한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지금은 연로하신 어머니가 자주 병원 다닐 일이 생겨 엄마와 함께 살기로 하고 8년째 2인 가구로의 삶을 살고 있다.
나 역시 그 이전에는 1인 가구로 오래 살았기에 저자의 쓴 내용들에 공감되었다. 시골에서 성장했기에 도시에서 이주한 저자와는 다르겠지만 어르신들이 숟가락, 젓가락까지 관심 가지며 참견하는 일에 힘겨워했던 일에 대한 느낌은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으레 결혼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바뀐 요즘 사회를 나는 적극적은 환영한다. 사십 대로 결혼을 안 한 나를 ‘하자가 있는 인간’으로 취급되는 듯한 분위기가 싫었다. 사실 크게 연애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좋아했던 즉 짝사랑도 잘되지 않았으며,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매번 거부했다. 그냥 먹고살기 바빠 밀쳐내고, 밀쳐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흔이라는 나이가 되었다. 특별한 것도 없고 특별하지도 않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사십대가 되어 있었다.
1인 가구로 혼자 살면서 몇 번 응급실을 혼자 갔을 때 가장 서럽고 서글펐다. 사회적 제도는 물론 정책적인 부분에서도 1인 가구는 항상 소외되었다고 당시에는 느꼈었다. 그때 비하면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다. 앞으로 이 사회가 다양한 가족 형태를 더 포용하고, 발전적으로 정책을 펼쳐 나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예전보다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가 된 것 같아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도시 태생이다. 그녀는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 알레르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심각힐 정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요즘 알레르기로 개고생 중이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 날씨, 습도, 온도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를 어떻게 품고 살아가야 할지 늘 고민되었을 저자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내 나이 또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알레르기 증상 글을 읽으니 대학 시절 교양수업에서 만나 무전여행까지 함께 했던 친구가 떠올랐다. 키도 크고, 얼굴도 이쁜 그녀는 얼굴에 심각한 알레르기를 겪고 있어 화장조차 할 수 없었고, 얼굴의 가려운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매우 힘들어 했다. 결국 대학교를 중퇴하고 시골로 간다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년을 연락하다 끊어진 그녀가 생각났다.
작가는 지리산으로 들어가 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이뤄냈다.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나름 시골에서 잘 뿌리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시골에서 자신의 땅을 구매하는 등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 허다하지만 당차게 잘 헤쳐 나간다. 시골에서 여자 혼자 그것도 결혼 안 하고 산다면 많은 어르신의 참견이 불보듯 뻔하다.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그녀 역시 강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에서 작가는 ‘어리’라는 친구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했다. 가족이 아닌 남남이같이 살면서 또 다른 가족 형태를 만들어 살고 있다. 그녀보다 4살 어린 ‘어리’ 와 같이 살면서 서로 맞춰나가는 모습이 좋다. 사실 가족하고도 함께 살다 보면 부딪치는 일이 허다한데, 남과 같이 사는 일이 쉬운 일이겠는가. 서로의 배려와 존중으로 같이 맞춰나가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나중에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과연 그런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1인 가구로 오래 살면서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았다. 혼자 살면서 평생 결혼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1인 가구로 살다가 쓸쓸하게 고독사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따금 밀물처럼 몰려들어와 두려워 했었다.
지금은 엄마와 함께 살면서 현재를 살다 보니 아직 1인 가구로서의 두려움은 잠시 잊은 상태이다. 엄마가 얼마나 사실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또다시 닥쳐올 1인 가구로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눈여겨 읽게 되었다.
앞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는 지금보다 더 많아지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법적인 부분은 이에 걸맞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이 논의되었고, 대한민국 국회에서 2023년 4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처음 대표 발의했다고 하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그저 정치만 한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거철마다 부르짖지만 정말 필요한 법률은 있는 자의 편에서 만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나는 그것을 2012년 전세 사기를 당할 뻔할 때, 법원을 쫓아다니고, 공부하면서 알았다. 제발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그리고 국민을 생각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주기 바란다.
지금은 생활동반자법이 인정되지 않았고, 따라서 저자는 ‘어리’를 법적으로 입양하여 가족이 되었다. 성인이 경우 한 살이라도 나이가 많다면 입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작가와 ‘어리’는 한 가족이 법적으로도 되었다. 지난날 혼자 응급실에 가 각종 검사를 진행할 때마다 “~님 보호자분 수납하고 오세요” 그럴 때마다 화딱지 났던 일이 생각나며 우리나라가 1인 가구에게도 조금은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1인 가구들이 느끼는 서러움은 조금은 없어지길 바란다.
1인 가구로 또다시 돌아올 때 저저와 같은 삶을 함께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 1인 가구로 살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이 고독사였다. 1인 가구의 삶이 먼훗날 피하지 못할 나의 삶이라면, 저자와 같은 가족 형태가 나에게도 이뤄지길 바라며,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저자가 잘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책에서 시골에서 먹고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는 기술된 것이 없어 자못 궁금하다. 시골에서 자라 도시에서 이십 년 가까이 살았더니 막상 시골로 내려간다고 할 때 뭘 먹고살지 가늠할 수 없다.
“불안이 많은 내가 모든 일은 어떤 방향으로든 잘 해결될 것이라고 낙관하게 된 데에는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24p
“나는 타고난 기질 자체가 예민한 사람이다. 하지만 성장환경에서 이러한 예민함을 충분히 배려받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함은 걱정과 불안을 키웠고, 나의 마음에는 항상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 마음속 바람을 위로하기 위해 종종 바람을 쐬러 다니곤 했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바람 부는 언덕이나 숲에 있으면 어느 순간 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나 홀로 여행은 불안을 해소하는 나만의 치료제였고, 그중에서도 숲 산책은 가장 효과가 좋았다.” - 27p
“나이도 성격도 모두 다른 우리가 만나 즐겁게 살았던 경험은 ‘이런 형태의 가족을 구성해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게 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의지하면서 따뜻하게. 성별과 나이를 떠나 서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의지하고 살면 가족 아닐까? 가족이 꼭 함께 영원해야 한다는 건 어쩌면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그땐 가족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염려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렇게 조립과 분해가 쉬운 가족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 50p
“20대의 나는 계속해서 ‘왜’라고 물었다. 내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내가 살아 있어야 할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족과 친구들의 상심외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반대의 이유도 한 가지로 명료했다. 우울하고 가치 없는 삶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 날 아끼는 사람들의 낙담과 가치 없는 삶을 지속하는 것 중 어느 것의 무게가 클까. 아주 오랫동안 이 문제를 푸는 것이 나의 숙제였다. 이 문제의 답은 소록도에서 만난 한 할머니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 (중략)......
“지붕 있고, 네모반듯한 집에서 잘 먹고 잘 싸면 그게 잘 사는거지, 행복이 별거 있나?”.... (중략)....
그날 나는 처음으로 ‘왜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바꾸니 생각이 바뀌었다. - 66~67p
“‘집’은 단순히 머무는 곳, 살고 있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나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기운을 북돋아 에너지를 충전해주기도 하고, 나를 더 나다울 수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 함께 사는 이와의 관계를 더 나아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언젠가 내가 더 나다울 수 있는 숲속에 우리의 취향이 반영된 집을 짓고 사는 꿈을 꾼다. 그 꿈을 향해 준비해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집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190p
“조금 더 살아보니 이제야 알 것 같다. 의미는 찾아지는 게 아니다. 굳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삶에 있어 ‘왜’보다는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왜 태어났고 왜 살아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때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이 흐르지 않아도, 시련을 겪어도 괜찮다. 사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 그저 즐겁게 살면 된다. 어떤 삶을 살든 그 삶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우니까. 우리는 같은 길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 이렇듯 삶에 정답이 없는데 실패가 어디 있겠어. 오늘도 내가 선택한 길을 나에게 맞는 속도로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 254~255p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