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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번의 다이빙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8
이송현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7월
평점 :
청소년 문학이다. 청소년 문학이 따로 있겠는가. 일만 번의 다이빙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물을 상징하는 연한 하늘색과 주인공이 다이빙하고 나와 물이 묻어 있는 상태를 표현한 듯한 모습과 반짝거리는 표지 디자인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17살 박무원은 뒤늦게 다이빙으로 종목을 바꿨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다이빙하면서 힌층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등장하는 주인공의 친구인 권재훈, 나은강 역시 다이빙을 통해 내적 고민, 고통, 갈등, 시기, 질투를 느끼지만 이를 극복해 나간다. 그리고 고아이지만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려고 부단히 애쓰는 구본희가 있다. 기창 할아버지, 무원이의 아버지, 어머니 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 소설을 굳이 청소년 문학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어느 연령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십 대 시절의 고민을 여전히 마흔인 지금에도 하는 부분이 있어 소설을 읽으며 공감이 갔고, 지금의 십 대는 어떤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지 알 수 있어 다른 세대를 이해할 기회가 되었다.
무원이는 미숙아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런 무원이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다. 어쩌면 엄마보다 아빠의 애정이 많았다고 느껴진다. 아버지는 물을 좋아했던 아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오랫동안 수영을 했지만, 무원은 수영 실력이 그다지 늘지 않았고, 종목을 바꿨다. 코치인 기재 코치의 김밥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다이빙해도 항상 두려웠다. 다이빙대에 올라가 수영장 수면을 바라볼 때 얼마나 두려웠을까? 무원에게는 권재훈이라는 친구가 있고 이 친구는 다이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멋진 실력을 뽐낸 친구였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무원을 대하는 재훈이 달라졌다. 박무원의 성장에 시기와 질투가 생긴 것이다. 한순간 멀어진 재훈을 보면서 무원이는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원은 재훈을 항상 바라봤다. 결국 둘은 화해하고 같이 멋있는 다이빙을 한다. 친구 나은강 역시 다이빙을 하면서 무원, 재훈과 함께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슬럼프를 겪고 연습하러 오지 않는 은강은 어쩌면 다시 다이빙대에 서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극복하고 다시 다이빙대에 올라섰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한계에 부닥쳤을 때 물러서지 않고 싸웠다. 어쩌면 성인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극복하려는 흔적들이 엿보인다.
구본희를 보면서도 느끼는 바가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없는 그녀는 삶을 비관하며 살 수도 있는데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을 전국에서 매출 3위를 달성시키고, 길을 잃는 어린 새끼 고양이를 무원이가 데리고 왔을 때 역시 고양이를 내치지 않고 편의점에서 함께 있기로 결정하면서 그녀에게서 삶에 대한 애정을 보았다. 그녀의 삶이 상처 받고 곪았을 텐데도 타인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책에 있는 구본희와 같은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돌봐주고,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독립시킬 때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스무 살은 무엇인가를 혼자 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은 맞다. 갑작스럽게 혼자 독립하려고 할 때 적은 돈으로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단 말인가. 사회가 어느 정도는 그들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무원이의 아버지는 사실 물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아들을 사랑하기에 정성을 다했다. 무원이는 이 사실은 나중에야 안다. 아버지가 공장을 닫고, 집을 나간 뒤 말이다. 아버지의 무게와 어머니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결혼하지 않았기에 그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지금의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사실 상당하다. 이따금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녹초가 되어 뻗어버린다. 나도 이 정도인데 자식을 낳은 부모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웠을까? 자신을 뒷바라지하던 아버지가 공장까지 닫았을 때 절망감은 엄청나게 컸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상품판매하는 자영업을 하다가 폐업 신고했던 나는 거의 4년간 돈을 벌지 못해 투잡을 뛰어야만 했다. 나도 이럴진대 무원이의 아버지는 어떻겠는가.
무원의 엄마는 무심하듯 하지만 마음이 따뜻하다. 구본희가 살던 지하 집이 물에 잠겨 무원이가 구본희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왔을 때 엄마는 자기 딸처럼 구본희를 살뜰히 챙겼다. 가족이 아닌 이상 남을 잘 살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같이 살다 보면 아쉽고, 서운하고, 불평할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헬스 다니는 무원이를 그만두게 하고 약수터로 가 운동을 시켰다. 기울어져 가는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는 무원이에게 헬스 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무원과 아버지는 약수터로 운동을 하러 갔고, 약수터에서 기창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가 부담스러웠던 무원이는 어느새 할아버지에게 스며들었다. 나은강과 권재훈도 할아버지에게 그렇게 스며들었다. 전쟁을 겪은 할아버지는 무원이를 열심히 응원했다.
이 소설 전반적인 삶에 힘겨움을 겪거나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은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 안고 서로를 위하며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정이 많은 우리네 이웃이다.
집에서 혼자 전자상거래로 제품을 팔 때 나는 종종 집 근처 편의점에 갔다. 그렇게 편의점 사장님과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4년간 거의 돈을 벌지 못한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폐업 신고하고 쉽지 않은 일 자리를 알아봤었다. 마흔 넘은 나이는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일자리를 구하고 편의점을 낮 시간에 방문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하루 휴가를 내고 병원에서 혈액검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쓰레기봉투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들렀다가 오랜만에 편의점 사장님을 만났다. 너무 오랫동안 뵙지 못했는데 반갑게 인사해 줘서 고마웠다.
반갑게 인사해준 것도 고마운 일인데 사장님은 바로 자신이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오이를 엄마와 하고 먹으라고 갑자기 챙겨주셨다. 쓰레기봉투를 사러 갔다가 오이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도시에서 이런 일이 겪다니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는 놀랐다. 어제오늘 오이를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몇 번을 고민했던 내가 오이를 편의점 사장님에게 받아 온 것을 봤으니 말이다. “인덕이 있네”라며 신기해하셨다. 지난번에 커피가 다 떨어졌을 때 갑자기 지인이 커피를 주셨다. 이따금 이런 일이 주변 지인들로부터 있어서 엄마는 나를 보면서 놀라곤 한다. 아무래도 엄마와 함께 살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따금 눈살을 찌푸리는 이웃 때문에 화가 나다가도 이런 이웃 때문에도 살만하다.
갈수록 심란한 뉴스, 경제 상황, 기후 위기로 어지러운데, 오늘 하루 내가 이웃에게 느꼈던 따듯한 감정을 ‘일만 번의 다이빙’ 소설 한 편에서도 느껴, 오늘 하루가 더 따뜻하고 정감 있는 특별한 하루로 기억될 듯하다.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