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우다 1~3 세트 - 전3권
현기영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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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들어 역사소설인 ‘염부’와 ‘제왕의 잔’을 읽었다. '염부'는 전북 고창을 중심으로 벌어진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알 수 있는 소설이었고, '제왕의 잔'은 경남을 중심으로 쓰인 조선시대를 살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제주도우다’ 역시 역사소설이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시대에서부터 제주 4.3사건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슬픈 근현대사를 그린 역사소설이다.

1940년대 겪은 일로 안창세의 삶은 멈춰버렸다. 그는 입을 닫았고, 침묵으로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1940년대는 끝났지만 그에게서 그 시대의 악몽은 벗어나지도 끝나지도 않았다.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임창근과 제주가 고향인 아내 안영미는 자기 할아버지의 증언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할아버지를 설득하였다. 제주도 근현대사의 진실을 파헤치고 싶은 그들의 열정으로 안창세는 마음의 문을 열고, 1940년대를 말하기로 했다. 이 소설은 안창세 중심으로 펼쳐진다.

‘제주도우다’를 읽으며 분노, 슬픔, 억울한 감정들이 밑에서부터 끓어올라온다. 일제강점기 일본 편에 서서 일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 단죄하지 않고, 바로 미국에 붙여 일하며, 일제강점기보다 더 강하고 비참하게 제주 도민들을 괴롭혔다.

매질하고, 불을 지르고, 총살하는 장면을 읽으며 ‘사람이 가장 잔인한 동물이다.’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 겪은 일이었다. 우리의 아버지이고, 어머니이고, 할아버지, 할머니이고, 동생이고, 누이이고, 형의 일이다. 같은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잔혹한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무리 자신이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해도 결코 용서해 주고 싶지 않다.

이런 역사가 1940년대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일 즉 불과 100년이 안 된 사실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를 배워야 한다. 올바른 역사의식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 필요한 자세라 생각이 든다. 올바르지 않는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으로 인해 한 나라가 일 년도 안 돼 추락하는 현실을 보면서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리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슬픔과 억울함을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해방이 찾아와 이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는 여지없이 깨졌다. 남과 북이 통일된 하나의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승만 정권은 남한 단독 국가 설립을 위한 5.10 선거를 치른다.

이 시기 미군의 제주도 점령은 제주 도민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해방 후 흉년이 찾아와 먹을 것도 없고, 역병인 호열자(콜레라)가 돌기 시작해 제주의 삶은 어느 때보다 참혹했다. 참혹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이 나를 분노케 만든다.

해방 후 남북의 이념 대립으로 하나의 정부가 수립될 수 없었다. “우리는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제주도우다.”라는 말이 폐부를 찌른다. 해방 후 기대했던 삶은 절망으로 바뀌고 제주 사람들은 행동하기 시작했다.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가족, 친구, 이웃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제주도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간절하고, 처절했던 투쟁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정찰기, 토벌대 등 민간인 학살은 잔인하게 지속되었다. 그들의 잔혹성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을 성악설로 보는 주장이 왠지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조금의 양심도 없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사람들을 책을 통해 읽으며, 인간의 사악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안창세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고, 신문 배달하면서 달리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였다. 그런 그에게 정두길 선생은 만년필을 선물했다. 하지만 그는 평생 글을 쓰지 않았다. 노년에 말을 열었을 뿐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사람이 침묵했겠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외우고 글 쓰고 싶어 했던 한 사람이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보고, 동갑내기 친구의 시신마저 보면서 그의 삶이 온전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우리의 욕심이다.

‘제주도우다’에서 제주도민은 일제강점기 때 강제징용은 물론 강제공출을 당한다. 해방 이후 삶을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삶이 폭풍처럼 밀려 왔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위해 투쟁했다. 그러나 투쟁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집이 불태워지고, 굶주림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싸운다.

이 소설에서 창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창세 주변에 많이 이들이 죽음에 이른다. 소설 속에 창세 중심에서 벗어나 더 넓게 보면, 제주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억울한 죽음, 두려움과 공포에서 살았을까. 이가 갈린다. 소설 속에서 결국 안창세는 싸우기를 포기하고 산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이 소설은 끝난다.

그는 평생 상처를 안은 체 고통 속에서 살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글조차 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의 고통과 애환을 우리는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이 있기에 국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칼을 겨누는 사태는 앞으로도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무고한 시민이 죽고, 다치고, 우는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 하고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제주도 아닌 한국 그 어디에서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제주에서 벌어진 시대적 상황과 그 시대에 일어난 역사적 일들을 ‘제주도우다’를 통해 알 기회를 준 현기영 작가에게 감사하다.




* 이 서평은 출판사의 지원으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서평이 쉽지 않네요. 갈길이 멀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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